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고석수의 물의 길
2023년 6월 15일
18. 새로운 문명은 어떻게 시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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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painting by Ira, pinterest)
풍요의 감각
현대 문명의 삶은 어렵다. 더이상 해야만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세 문명의 종교적 소명, 근대 문명의 사회적 역할도 이제는 물컹거리는 액체처럼 흐른다. 무질서한 혼란 속에서 책임은 개인에게 맡겨진다. 현대의 삶은 무한한 우주를 떠다니는 망가진 인공위성 같다.
그러나 우주는 혼란보다 넓다. 수많은 별의 길이 놓여있다. 사실 숨겨져 있을 뿐 단 한번도 끊기지 않은 것이다. 많은 영성가들이 길을 밝힌다.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우며, 영혼도 풍족하고, 신체도 건강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사상가 월리스 와틀스는 저서 『부는 어디서 오는가』를 통해 그 길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시도를 한다. "풍요의 방법은 정확한 과학이어서 실패할 수가 없다"고 정의한다. 그의 세 가지 키워드는 감사와 믿음, 행동이다.
풍요라는 단어는 다시 의미를 밝혀야 한다. 자발적 가난은 생태주의자들의 오랜 신념이었다. 지구에 대한 죄책감이 기저에 깔린 믿음이다. 죄책감에서 우리는 다시 길을 잃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본질은 풍요로운 생명에 대한 믿음과 감사 그리고 나눔의 감각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문명의 길이 열린다.
새로운 문명과 전환
바다 건너 일본의 친구들은 매일같이 문명이라는 두 글자를 곱씹었다. 10년도 넘은 후쿠시마 사고였지만, 그것은 매일같이 자신에게 되풀이되는 트라우마였다. 의식주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은 현대 문명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 이어진다.
수많은 일본 친구들이 삶을 전환한다. 농부이자 철학가인 마사키 다카시는 저서 『나비문명』을 통해 전환의 감각을 역설한다. 그는 현대 문명을 한 그루의 사과나무에 매달린 수많은 애벌레로 표현한다. 애벌레가 모든 나뭇잎을 갉아먹어 사과나무는, 지구의 자원은 마치 소멸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모든 애벌레가 전환하여 스스로 나비가 되어 날아간다면 달라진다. 세상이란 넘치는 꽃들 사이를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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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 본인의 저서 『나비문명』을 강연 중인 마사키 다카시]
그의 워크샵은 물의 감각을 통해 영성을 깨운다. 모든 생명이 근원의 파동으로 연결됨을 느낀다. 눈을 감고 자신의 심장 고동 소리를 들어보자. 이 소리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내가 어머니의 뱃 속의 태아일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나의 어머니의 어머니를 이어서 끊이지 않은 소리이다. 마치 눈을 감고 바다 속에 들어갔을때 무한의 물의 파동이 느껴지는 것과 같다. 바다의 표면에 갈라지는 수많은 파도는 실은 하나로 이어진 물이다. 수많은 종교에서 다뤄지듯이 생명은 하나의 품 속에서 존재한다. 이것이 새로운 문명에서 필수적인 연결의 감각이다.
행동과 실현
자기계발서와 마찬가지로 영성을 깨워가는 것 또한 행동이 필수적이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기술을 익히는 쪽에 가깝다. 매일 효율적인 시간을 운영하고 물질적으로 끌어내야 한다. 전환 또한 기술의 영역이다. 모든 우주의 존재에게는 삶의 소명이 주어진다. 길이 비춰진다. 감사히 그 길을 받아들일 때 방향이 시작된다. 그 길을 반복해서 떠나면 믿음이 된다. 믿음을 따라 행동하면 나눔으로 이어진다.
많은 나라들이 엔데믹을 선포한다. 나는 다시 대만 공동체 여행을 일주일간 진행한다. 부산의 학생들과 바다 건너 만난 대만에서 빛을 느낀다. 북태평양의 숲과 물에서 사람들이 연결된다. 남태평양의 바다공동체를 닮아간다. 폴리네시아 문명은 정기적으로 섬에서 섬으로 여행을 떠났다. 연대와 환대를 실현하는 모험을 행동하고 실현시켰다. 오늘 우리의 여행이 과거의 것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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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 대만 공동체 여행. 서로가 준비해 온 노래를 나눈다.]
물의 길을 통해 섬들을 연결하는 꿈을 꾼다. 감사히도 그 꿈을 실현되고 있다. 공동체의 느낌은 넓어지고 지구에 대한 감각은 깊어진다. 우리는 바다를 맞대고 있는 땅에서 살아왔다. 바다 문명의 잊혀진 감각이 점점 돌아온다. 한가지 질문을 곱씹는다. "망망대해를 건너간 최초의 인류는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이제 우주 여행을 앞둔 우리가 배워야 할 지혜가 여기 있지 않을까?" 역사를 알고 싶다. 우주가 우리를 부른다. 땅을 통해 지구를 느낀다. 바다를 통해 우주를 느낀다. 새로운 문명을 향한 길이 계속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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