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고석수의 물의 길

2023년 6월 30일

19. 내 몸의 두려움을 이완하기



Picture by Xiaohua Zhao, Mirror



멧돼지와 두려움의 반응

우리의 몸은 깜짝 놀랄 때 소리를 지른다. 도망치거나 싸우기 위해서다. 생존의 위협이 되는 대상에게 소리를 지르고 시간을 번다.

지난 달 경상도로 순례를 다녀왔다. 인적이 드문 깊은 산에서 멧돼지 가족을 마주쳤다. 새끼를 지키기 위해 어미는 호랑이 같은 위협의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내 몸에서도 비명이 튀어나갔다. 다행히 그 소리를 듣고 일행이 뒤쫓아 왔다. 멧돼지 가족도 일촉즉발의 긴장을 뒤로하고 다시 산 속으로 돌아갔다.

Image from Pinterest

뇌과학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진화하지 않았다. 35,000년 전 크로마뇽인의 뇌와 지금 나의 뇌는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우리의 사회는 고대, 중세, 근세, 현대를 거치는 사이 복잡해졌다. 원시인의 뇌가 현대 사회를 살아간다. 여전히 우리의 몸은 야생의 그것이다.

현대사회와 원시 뇌의 충돌

나는 나를 오해했다. 생태 공동체를 꿈꾸며, 평화 운동을 엿보며, 대안적 삶으로 전환을 준비하며, 이 곳은 현대가 아니라고 여겼다. 여기 보이지 않는 벽이 있어 세상이 분리된다고 느꼈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빨간약과 파란약을 선택한 사람들이라 이해했다.

그러나 몸은 여전히 같은 곳에 서있다. 관행농의 텃밭에 둘러쌓여 유기농과 자연농을 고민했다. 군사기지를 바라보며 평화를 소리쳤다. 불안한 진로를 더듬거렸다. 비어가는 통장 잔고를 바라봤다. 이 느낌들은 특별하지 않은 보편적인 것이다. 입시, 커리어, 육아, 노후, 주거 등의 문제와 같다. 심지어 멧돼지를 마주한 그 느낌과 같은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몸은 평소 소화기능, 면역기능에 쓰일 에너지를 근육에 집중시킨다. 머리, 어깨, 가슴, 발가락에 이르기까지 앞쪽으로 둥글게 수축된다. 동시에 뇌는 스트레스 상황을 증폭시킨다. 전전두피질에서 수행하는 합리적 사고는 떨어지고, 편도체 중심의 두려움과 분노 감정이 촉발된다. 야생의 몸은 멧돼지를 마주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앞에 멧돼지가 더이상 없다는 점이다. 몸은 기후운동을, 생태운동을, 평화운동을, 혹은 비즈니스를 멧돼지로 오해한다. 제대로 된 인지가 아니다. 게다가 긴장감이 만성화된다. 몸이 아프고 마음도 병들어 간다.


[사진1 : 제주 강정 해군기지에서는 매일 점심 춤과 노래를 하는 평화활동을 한다.긴장된 몸을 이완한다.]

나는 평화운동 혹은 생태운동의 영역에서 몸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이 아프고 몸이 아프니까, 세상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장 속에서 점차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뤄야 함을 배웠다.

나는 이 점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다. 야생의 몸을 돌보는 과정이 세상을 전환하는 과정만큼 필수적이다. 건강한 나를 만나고 건강한 세상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이 이야기를 무엇보다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싶다. 어른들은, 현대 사회가 위험하고 현대 사회가 문제투성이라고 말하지, 그 곳에서 살아가는 몸과 마음의 건강의 중요성은 잘 이야기 하지 않는다. 나는 다음 세대가 자신의 몸과 마음이 가진 모순들을 마주하고, 그것을 건강한 기반 속에서 해나가기를 바란다.

잠, 운동, 영양으로 야생의 몸을 길들이기

물의 길을 펼쳐나가며 야생의 몸을 다시 만난다. 우리는 삼면이 바다인 곳에 살며 바다를 잊었다. 물, 땅, 야생, 현대의 조건을 오가며 내 몸을 다시 아끼고 살핀다. 잘자고, 잘 움직이고, 잘먹는다.

[사진 2 : 수면품질, 영양상태, 운동과정을 기록하고 분석한다.
sleep cycle, 인아웃, 구글시트 활용]

수면 과학자들의 공통적인 솔루션은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만드는 것이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운동 선수처럼, 현대 사회는 매일 정성스레 잠을 준비하는 시간을 필요하다. 나에게 잠들기 1시간 전은 수면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감사일기를 쓰고 명상을 한다. 전전두엽의 긍정적인 영역이 활성화된다. 수면어플을 사용해 수면 품질을 기록한다. 나의 뇌에 맞는 수면시간을 찾는다.

운동의 필요성과 욕구는 이제 상식이 되었다. 몸의 작동 방식에서 삶을 지혜롭게 사는 원리를 배운다. 점진적 과부하의 원칙에 따라 조금씩 증량한다. 할 수 있는만큼, 그러나 집중적으로 몰아친다.

생태적 감수성을 높이는 동안 나는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했다. 칼로리가 부족했고,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비율이 어긋났다. 양질의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잘 먹으면 잘 잠들 수 있고, 다시 잘 움직일 수 있다. 그렇게 야생의 몸이 선순환을 고리를 물어 건강하게 움직인다.

동아시아 섬을 오가며 살았다. 이제야 내 야생의 몸을 마주한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 길을 오가며 잊었던 것이다. 두 발로 땅길을 걸으며, 두 팔로 물길을 열어가며 야생의 몸을 다시 만난다. 큰 물길로 함께 나아갈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고석수대만, 일본, 중국, 제주 강정 등, 동아시아의 섬에서 다양한 형태로 살아왔다. 동아시아 친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세 언어, 동아시아 도덕경"(모시는사람들)을 출판했다. 전남 곡성에 산다. 몸, 마음, 지구를 아우르는 항해학교를 만들고 있다. 물의 길을 다시 꿈꾸는 프로젝트이다. 배를 타고 섬들을 잇는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