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2023년 11월 9일

19. 진(晋 ䷢)과 명이(明夷 ䷣)

- 동터오는 사람 동명(東明), 빛을 잃은 사람 명이(明夷)






많은 일을 이루지만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가둔(嘉遯), 힘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고 힘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대장(大壯).
이들이 어둠 속에 깊이 들어있던 진(晋)을 깨웁니다.
둔(遯)과 대장(大壯)은 새벽을 깨워내고 새벽의 빛은 진(晋)에서 밝아옵니다.

진(晋)과 명이(明夷)의 이야기 속에는 태양을 바라보며 빛이 떠오르는 곳을 향해 수천년을 여행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진괘(晋卦)는 그 과정을 대명(大明)이라고 표현했는데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은 동명(東明)입니다.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향한 여행입니다.
우랄 산맥 동쪽 알타이에서 시작된 이 여행은 하나의 언어 세계로 연결되어 그 여행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알타이는 황금이라는 뜻입니다. 알타이에서 이룬 황금 시대의 문명이 있었고 그 문명은 동쪽을 향해 알타이어라는 언어 기반을 가지고 나아갑니다.
이들은 대부분 일정 정도의 집단을 이루어 나아갔고, 천손(天孫) 신화를 공유합니다.
그들은 하늘의 아들이고 태양이 떠오르는 곳에서 온 사람들이어서 태양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진괘(晋卦)와 명이괘(明夷卦)는 천손족들의 동진(東進) 과정에 그들이 겪은 어느 한 토막의 이야기입니다.
천손족들은 위계가 있었습니다.
왕과 제후라는 그들의 위계는 위계이지만 동시에 정복 과정을 같이 겪은 우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좋은 말을 서로 선물하고 늘 해가 떠오르는 나라라는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 나누었습니다. 그들 자신이 태양처럴 밝은 빛이 되고 싶었고 그들이 생각하는 만큼 세상은 한발씩 나아갔고 새로운 세계가 건설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성공의 경험뿐만 아니라 좌절의 경험도 많았지만 그런 좌절은 그들에게 더 수련하게 만들었고 하늘과 만나게 했습니다.
이들의 기도는 하늘이 응답했고 하늘 어머니 왕모(王母)께서 도우셨습니다.
하늘도 돕고 사람도 도와서 이들은 민중의 깊은 사랑을 받는 사람들이 됩니다. (衆允之志)

이런 존재를 ‘동터오는 사람 동명(東明)’ 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고구려의 건국 시조, 주몽을 찬양하는 고유명사로 동명성왕(東明聖王)을 알지만 훌륭한 지도자를 부르는 조금 더 보편적인 이름입니다.
북조선에서 부르는 ‘민족의 태양, 영원한 지도자’ 이런 개념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떠오르는 태양 같으신 분, 동터오는 사람 동명(東明)입니다.

이제 슬픈 일이 시작될 시간입니다.
동명의 떠오르는 빛은 찬란하고 아름다워서 그 속에는 짙은 그림자를 안고 있습니다.
그 빛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무엇보다 동명이 다 챙기지 못하는 뒤에서 도둑질을 하는 무리들이 생겨납니다.
사회는 발전하고 좋아지는데 동시에 사회적 모순도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모든 빛이 가지는 빛과 그림자의 문제를 대응하는 과제에 진괘(晋卦)는 직면합니다.
5번과 6번의 관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5번은 빛의 시간을 뒤돌아 봅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던 과정에서 너무 많은 상처가 남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빛을 사회에 골고루 나누기 위한 노력을 시작합니다.
우리 시대의 언어로 하면 성장에서 복지로 사회 대전환 정도 될 겁니다.

6번은 다르죠.
그는 그림자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더 나가서 파괴해 버리고 싶어합니다.
빛의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는데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마음이 생겨나고 그는 폭력을 사용합니다.
진괘(晋卦)는 그 모습을 진기각(晉其角)으로 표시하는데, 우리 시대의 언어로 바꾸면 비행기로 폭격하고, 탱크와 불도저를 밀고 들어가 다 쓸어버리는 분위기입니다.
인류는 이 경험을 수 천 년 동안 하고 있습니다.
수 천 년 간 이걸 지켜본 하늘 여신 왕모의 눈물이 강을 이룹니다.

세상은 다시 빛을 잃게 됩니다.
빛나는 사람 동명(東明)은 이제 빛을 잃은 사람 명이(明夷)가 됩니다.
함께 아름답고 빛나는 세상을 꿈꾸었던 동지와 형제들은 당혹하게 됩니다.
그들 각자 이 상황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각자가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구의 판단이 옳고 그른 것은 없습니다.
각자 각자의 조건, 개성, 의지, 미래에 대한 자각의 정도에 따라 다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지금은 어둠의 시간이어서 드러나는 빛은 다 생명이 위험합니다.(用晦而明)

사흘 밤낮을 먹지도 쉬지도 못하고 이 고통을 피해 도망치고 살아남기만 바래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누군가는 좋은 말을 가지고 피합니다.
당연히 저항하는 사람들도 나오죠. 그는 저항 전쟁에 참여합니다.
친한 친구였던 명이(明夷)를 직접 만나는 사람도 나옵니다.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마음을 다해 그를 설득합니다.
고통을 피해 도망가는 사람들, 저항하는 사람들, 설득하는 사람들 이들 모두를 지지하고 이들과 같이 있어주면서 동시에 빛을 잃는 사람 명이를 떠나지 않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존재도 한 사람있습니다. 우리는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주역은 그를 역사의 실존 인물 기자(箕子)라고 이름지어줬지만 조금 더 깊은 이름을 지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저한테 지으라면 노자(老子)라고 짓고 싶습니다.
명이는 처음부터 빛을 잃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그림자를 다루는 법을 몰랐을 뿐입니다.
원래 동명(東明)이었던 명이(明夷)는 그의 밝음에 자신이 먼저 취했고, 그 자신 외에 다른 곳에서 빛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가 가진 빛 외의 다른 빛을 볼 눈을 어느 순간 잃어 버립니다.
명이괘는 그 순간을 ‘후입우지 실칙야(後入于地 失則也)’ 라고 표현했는데 저라면 실명(失明)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빛의 존재가 빛을 잃는 어떤 순간... 그는 다른 존재가 됩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울부짖고 슬픔에 휩싸입니다.
누가 그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가인(家人)이라는 사랑의 사람이 세상에 나오는 시간입니다.

(동명(東明)에 대한 상상은 무용평론가 김남수 선생님의 페북 글에서 보고 허락을 받고 사용합니다.)



35. ☲☷ 晉


晉 康侯 用錫馬蕃庶 晝日三接.
진 강후 용석마번서 주일삼접

우리(왕과 강후)는 진취적 기상을 가졌고 누구보다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강후(康侯)가 전쟁에 나가 승리하고 건강하고 빠른 말들을 확보해서 왕에게 바쳤다.
우리는 하루에 세 번 만나 국정에 대해 토론한다.

彖曰 進也.
단왈 진 진야.
明出地上 順而麗乎大明 柔進而上行. 是生康侯用錫馬蕃庶晝日三接也.
명출지상 순이려로대명 유진이상행.  시생강후용석마번서주일삼접야.

나는 앞 서 나간다. 진취적이고 진보적이다.
태양이 드넓고 풍요로운 땅 위로 떠 오른다.
이런 진취적이고 환하고 밝은 기운 속에 있어서 우리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국가의 미래를 함께 토론할 수 있었다.

象曰 明出地上 晉 君子以 自昭明德.
상왈 명출지상 진 군자이 자소명덕.

태양이 땅 위로 떠올라 세상을 비추듯이, 나는 내 안에 잠재해 있는 태양처럼 밝은 마음을 드러내어 세상을 환하게 비추겠다.

1.
初六 晉如摧如 貞 吉 罔孚 裕 无咎.
초육 진여최여 정 길 망부 유 무구
象曰 晉如摧如 獨行正也 裕无咎 未受命也.
상왈 진여최여 독행정야 유무구 미수명야.

나는 진취적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신뢰를 얻지 못해서 좌절한다. 혼자라도 내 길을 걸을 것이다. 아직 나는 내가 살아야 할 삶의 소명, 진보적 가치에 대해 다 이해하지 못했다.

2.
六二 晉如愁如 貞 吉 受茲介福于其王母.
육이 진여수여 정 길 수자개복우기왕모
象曰 受茲介福 以中正也.
상왈 수자개복 이중정야.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일은 늘 걱정할 일이 많다. 그러나, 내가 가진 이 마음은 미래를 위한 올바른 방향성(中正)을 가지고 있다. 하늘의 여신, 왕모에게서 오는 축복과 위로, 은총을 받는다.

3.
六三 衆允 悔亡
육삼 중윤 회망
象曰 衆允之志 上行也.
상왈 윤중지지 상행야.

모두가 꽃피어 나는 진보적 미래에 대해 대중이 호응하고 신뢰한다.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나아간다.

4.
九四 晉如鼫鼠 貞 厲.
구사 진여석서 정 려.
象曰 鼫鼠貞厲 位不當也.
상왈 석서 정려 위부당야

대중이 새로운 미래에 대해 지지하기 시작하면 탐욕스럽고 간사한 쥐새끼같은 것들도 모여든다. 그들이 있을 자리가 아니다.

5.
六五 悔亡 失得勿恤 往 吉 无不利.
육오 회망 실득물휼 왕 길 무불리
象曰 失得勿恤 往有慶也.
상왈 실득물휼 왕유경야.

우리 사회에 진보적 가치와 삶이 자리 잡았다. 무엇인가를 얻었지만 동시에 잃기도 했다.
모든 빛은 그림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얻고 잃음에 대해 개의치 않고 소신을 가지고 나아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6.
上九 晉其角 維用伐邑 厲 吉 无咎 貞 吝.
상구 진기각 유용벌읍 려 길 무구 정 린
象曰 維用伐邑 道未光也.
상왈 유용벌읍 도미광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지만 그 속도를 따라 가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저항한다.
그들을 향해 뿔로 밀어붙이듯이 공격한다. 진보의 가치가 빛을 잃었다.



36. ☷☲ 明夷


明夷 利貞.
명이 이간정

어둠 속에서 밝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상처를 입는다.
우리는 이 어려움을 견딜 것이다.

彖曰 明入地中 明夷.
단왈 명입지중 명이.
內文明而外柔順 以蒙大難 文王以之. 利艱貞 晦其明也 內難而能正其志 箕子以之.
내문명이외유순 이몽대난 문왕이지.  이간정 회기명야 내난이능정기지 기자이지.

밝은 태양이 땅 속으로 들어가서 어둠이 오듯이. 문명의 빛은 안으로 숨기고 밖으로는 유순한 태도를 보이고 굴욕을 견딘다. 문왕께서 이렇게 하셨다.
기자께서는 어려움을 견디고 빛을 어둠 속에 가려두셨다.
어려움 속에 있으면서도 기자께서 바른 마음을 잃지 않으실 수 있으셨던 것은 이런 지혜 때문이다.

象曰 明入地中 明夷 君子以 莅衆 用晦而明.
상왈 명입지중 명이 군자이 이중 용회이명

밝은 태양이 땅 속으로 들어가 자기를 감추듯이, 나는 민중 속으로 들어가 내가 가진 빛을 감춘다. 나를 다 드러내지 않는다.

1.
初九 明夷于飛 垂其翼 君子于行 三日不食 有攸往 主人有言.
초구 명이우비 수기익 군자우행 삼일불식 유유왕 주인유언
象曰 君子于行 義不食也.
상왈 군자우행 의불식야.

해는 기울고, 새들은 둥지로 돌아와 날개를 접는다.
나는 삼일을 먹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고 걸었다.
내가 사라진 것에 대한 여러 소문이 돌고 있다.
나는 불의한 것으로 먹고 살 수는 없다. 오래지 않아 더 짙은 어둠이 오게 된다.

2.
六二 明夷 夷于左股 用拯馬壯 吉.
육이 명이 이우좌고 용증마장 길
象曰 六二之吉 順以則也.
상왈 육이지길 순이칙야.

어둠이 짙어졌다. 나는 왼쪽 다리를 다쳤다. 나에게는 좋은 말이 있었고, 그 말을 타고 위기를 벗어났다. 내가 빠른 시간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지켜야 할 원칙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3.
九三 明夷于南狩 得其大首 不可疾貞.
구삼 명이우남수 득기대수 불가질정
象曰 南狩之志 乃大得也.
상왈 남수지지 내대득야

어둠이 짙다. 나는 남쪽을 향해 사냥/전쟁을 나간다. 이 세상을 어둡게 만든 그를 잡을 것이다. 그러나, 서두르지는 않겠다. 때를 기다리고 반드시 승리하겠다.

4.
六四 入于左腹 獲明夷之心 于出門庭.
육사 입우좌복 획명이지심 우출문정
象曰 入于左腹 獲心意也.
상왈 입우좌복 획심의야.

나는 그의 왼쪽 옆구리를 통해 배로 들어간 것처럼 그의 심복이 되어 그의 마음을 얻었다.
그러나, 그를 변화시킬 수 없었다. 그와 함께 거닐었던 정원을 지나 내 발로 걸어 나왔다.

5.
六五 箕子之明夷 利貞.
육오 기자지명이 이정
象曰 箕子之貞 明不可息也.
상왈 기자지정 명불가식야

어둠에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어둠에 잠식당하지 않은 사람 기자(箕子)처럼 나는 내 안의 빛을 사라지지 않게 간직하겠다.

6.
上六 不明晦 初登于天 後入于地.
상륙 불명회 초등우천 후입우지
象曰 初登于天 照四國也 後入于地 失則也.
상왈 초등우천 조사국야 후입우지 실칙야

깜깜하다.
처음에 그는 마치 하늘 위에 높이 떠 온 세상을 비추는 태양같았다.
그렇게 밝았던 그가 어느 사이 태양이 기울 듯 빛이 땅 속으로 들어가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가 스스로 지켜야 할 밝음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재형
빛살 김재형 이화서원 대표. 전남 곡성에서 이화서원이라는 배움의 장을 만들어 공부한다. 고전 읽는 것을 즐기고 고전의 의미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있다. '시로 읽는 주역', '아름다운 세 언어 동아시아 도덕경', '동학의 천지마음', '동학편지' 를 책으로 냈다. 꾸준히 고전 강의를 열어 시민들과 직접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