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22. 손(損 ䷨)과 익(益 ䷩)
- 덜어주고 나누는 마음이라도 때와 함께 與時偕行
주역은 앞의 이야기에 이어서 뒤의 이야기가 따라오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괘 하나 하나를 읽는 것도 중요하고, 괘가 연결되어 흘러가는 흐름을 보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41번 손괘(損卦)와 42번 익괘(益卦)는 조금 특별하게 앞에 있는 39와 40번에서 이어지지 않고 주역 상경과 이어져 있습니다.
주역은 상경과 하경으로 나누어져 있고, 상경과 하경은 중간 중간 서로의 이야기를 연결합니다.
41번 손괘는 11번 태괘에서 이어지고, 42번 익괘는 12번 비괘와 연결됩니다.
상경과 하경의 각각 11번째 이야기입니다.
11번 태괘(泰卦)와 이어진 41번 손괘는 평화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사람이고. 12번 비괘(否卦)와 이어진 42번 익괘는 비(否)의 시대, 폭력과 억압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꼭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보호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일을 합니다.
이런 연결을 손괘에서는 손하익상(損下益上), 익괘에서는 손상익하(損上益下)라고 표현합니다.
손하익상(損下益上), 아래에서 덜어 위에 더해 준다.
손상익하(損上益下). 위에서 덜어 아래를 돕는다.
서로 반대쪽으로 향하는 이 이야기에서 아래는 나, 개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상징하고, 위는 우리, 사회 공동체, 국가를 상징합니다.
손괘는 내가 가진 것을 가지고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익괘는 그렇게 모여진 공동의 자산과 힘으로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고 그를 돕는 마음입니다.
손(損)에게는 어떤 믿음이 있습니다.
내가 사회 공동체를 위해 작은 마음이라도 내면 그것은 큰 힘이 되어 사회 전체에 평화를 불러오게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사회를 위한 작은 봉사라도 기꺼이 할 수 있습니다.
손(損)의 봉사는 자발적이고 자신의 형편과 조건을 감안한 일이어서 큰 무리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손(損)이 생각하지 않은 어떤 지점에서 변화가 시작됩니다.
3번에서부터 손(損)의 삶은 내가 생각했던 것을 넘어섭니다.
3.
六三 三人行 則損一人 一人行 則得其友.
육삼 삼인행 즉손일인 일인행 즉득기우.
象曰 一人行 三則疑也.
상왈 일인행 삼즉의야.
세 사람이 길을 가다 한 사람을 잃고, 혼자서 걸어가다 친구를 얻었다.
혼자서 걸을 때는 친구가 될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우리 세 사람이 걸을 때는 의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주역의 괘상을 볼 줄 알아야 하는데, 손괘(損卦) ䷨는 태괘(泰卦) ䷊ 의 아래 세 줄에서 세 번째 줄 3효가 여섯 번째 줄 6효로 가서 만들어졌습니다.
손하익상(損下益上) 이라는 개념이 실현되는 현장입니다.
주역은 아래의 세 줄을 ‘내(內)’라고 읽고, 위의 세 줄을 ‘외(外)’라고 읽습니다.
아래 내괘(內卦)의 3효와 위에 있는 외괘(外卦)의 6효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태괘(泰卦) ䷊ 에서 내괘 3효가 위에 더해져서 6효가 양이 되고, 6효의 음은 3효의 비어있는 자리에 와서 음이 됩니다.
이렇게 해서 다시 만들어진 형상이 산택손(山澤損) ䷨입니다.
3효의 損은 그 동안 살았던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삶에서 어떤 역동이 일어납니다.
기존의 친구들과 다른 길이 열리게 됩니다.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다고 볼 수도 있고, 세상이 그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형편에 맞게 적절하게 봉사하던 그에게 새롭게 오는 과제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정치적 의미를 담은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겁니다.
이런 과정은 그를 성장시켰지만 동시에 그를 아프게 하기도 합니다.
손이 가진 내적 힘은 세상의 평화를 위해 헌신한다는 마음이 불러오는 욕망과 분노를 다스리고(懲忿窒欲) 자신을 스스로 치유합니다.
손(損)의 마음을 하늘이 알게 되고, 하늘에서 그에게 복을 내립니다.
십붕의 거북이는 거액의 후원을 상징합니다.
손(損)은 그가 꿈꾸었던 것을 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가지게 됩니다.
손(損)의 노력에 의해 사회 공공성을 가진 기반과 물질적 기초가 만들어 집니다.
이제 손(損)은 자신이 할 일을 다 했습니다.
그러나, 손(損)의 영향력은 그 범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넓습니다.
손(損)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많고 그들은 기꺼이 손(損)의 삶을 통해 배웁니다.
손(損)은 자기를 비워 세상에 나누는 삶이어서 이제 그는 가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는 그를 오라고 하는 곳이 많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이어졌습니다.
익(益)은 손(損)이 만들어 준 십붕의 거북, 공공의 자산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익(益)은 도움이 필요한 곳을 바람처럼 움직여 찾아내고 우레처럼 강하게, 실효성이 있게 돕고 싶습니다. 익(益)은 그의 도움이 필요한 곳을 향해 바람처럼 움직입니다.
익(益)은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어서 중요한 자원을 동원해서 규모있는 기획을 할 수 있었고, 익(益)의 기획은 적절하게 사회적 필요에 가 닿았습니다.
익(益)이 이렇게 서두르고 큰 기획을 해야 했던 이유는 그의 시대가 하늘과 땅이 서로 만나지 않는(天地不交) 비괘(否卦)의 시대여서 고통이 컸기 때문입니다.
익(益)은 스케일이 클 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는 팔을 겯어 부치고 몸으로 싸우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을 던지는 성향입니다.
세상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일하던 익(益)에게 어느 날 공적 영역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익(益)은 자신의 기획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 기회를 충분히 이용하기도 하고, 의지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그는 이해 관계가 얽히고 설킨 국가 기관이 밀집된 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익(益)은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자 합니다
이제 누구도 익(益)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익(益)의 노력은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파급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강하고 곧은 익(益)에게도 그림자가 생깁니다.
사람들 안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자율적인 힘이 자라날 시간, 하늘이 베풀고 땅이 키울 수 있게 시간을 기다리지 못합니다.
첫 마음이 흐트러지기 시작하고, 공익(公益)의 가치를 가졌던 익(益)에게 어느 날 사익(私益)의 마음, ‘내가 얼마나 했는데 나도 보상받아야 하는 것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어 옵니다.
때와 함께 하고, 때를 기다리지 못하면 하늘이 하셔야 할 일을 내가 하게 되고 돌려받고 싶어 집니다.
베푸는 일이라도 적절한 때와 같이 가야 합니다.
이어지는 쾌괘(夬卦)와 구괘(姤卦)는 또 다른 평화의 길입니다.
41. ☶☱ 損 산택손(山澤損)
損 有孚 元吉 无咎 可貞 利有攸往. 曷之用 二簋可用享.
손 유부 원길 무구 가정 이유유왕. 갈지용 이궤가용향.
나의 것을 덜어서 세상을 위해 쓰는 마음은 이렇게 할 때 세상이 평화로워진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두 바구니 작은 제물을 가지고 제사를 드려도 하늘이 받으신다.
彖曰 損 損下益上 其道上行. 損而有孚 元吉无咎可貞利有攸往.
단왈 손 손하익상 기도상항. 손이유부 원길무구가정리유유왕.
曷之用二簋可用享 二簋應有時 損剛益柔有時. 損益盈虛 與時偕行.
갈지용이궤가용향 이궤응유시 손강익유유시. 손익영허 여시해행.
내가 가진 것을 덜어내어(損下) 세상을 위해 나누려는(益上) 것은 그 길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길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가는 이 길이 가야할 길이라는 믿음이 있다.
내가 가진 것은 두 바구니 빈약한 제물(祭物)뿐인데, 이걸로 하늘 제사를 드려도 될까?
많은 것에서 덜어서 모자란 것에 더할 때는 덜어내고 더하고 채우고 비우는 적절한 때와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象曰 山下有澤 損 君子以 懲忿窒欲.
상왈 산하유택 손 군자이 징분질욕.
땅을 파서 연못을 만들고 산을 쌓는 것처럼 낮은 곳에서 가져와 쌓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 속 분노와 욕망을 관리하고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1.
初九 已事 遄往 无咎 酌損之.
초구 이사 천왕 무구 작손지.
象曰 已事遄往 尙合志也.
상왈 이사천왕 상합지야.
나는 이미 나를 덜어서 헌신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음냈다면 빨리 해야 하늘 마음과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들의 형편을 넘어서 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형편은 다 다르다.
2.
九二 利貞 征凶 弗損 益之.
구이 이정 정흉 불손 익지.
象曰 九二利貞 中以爲志也.
상왈 구이이정 중이위지야.
돕겠다고 나서는 것이 큰 도움이 안된다. 나의 것을 덜어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돕는 일이다. 지금은 무엇을 주는 것보다는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3.
六三 三人行 則損一人 一人行 則得其友.
육삼 삼인행 즉손일인 일인행 즉득기우.
象曰 一人行 三則疑也.
상왈 일인행 삼즉의야.
세 사람이 길을 가다 한 사람을 잃고, 혼자서 걸어가다 친구를 얻었다.
혼자서 걸을 때는 친구가 될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우리 세 사람이 걸을 때는 의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4.
六四 損其疾 使遄 有喜 无咎.
육사 손기질 사천 유희 무구.
象曰 損其疾 亦可喜也.
상왈 손기질 역가희야.
나는 지금 아프다. 나를 희생해서 세상을 평화롭게 하려고 하는 일은 내 안의 그림자인 분노와 욕망을 자극했다. 여기서 빨리 벗어나서 밝은 마음, 기쁨을 회복했다.
5.
六五 或益之 十朋之龜 弗克違 元吉.
육오 혹익지 십붕지구 불극위 원길.
象曰 六五元吉 自上祐也.
상왈 육오원길 자상우야.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분으로 부터 도움이 왔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십붕의 거북이(十朋之龜)와 같은 큰 지원이었다, 하늘에서 주시는 복이었다.
6.
上九 弗損益之 无咎 貞吉. 利有攸往 得臣 无家.
상구 불손익지 무구 정길. 이유유왕 득신 무가.
象曰 弗損益之 大得志也.
상왈 불손익지 대득지야.
내가 무엇을 주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도움을 받는다. 나를 따르는 이들이 생기고 집은 없어진다. 품었던 뜻을 얻었다.
42. ☴☳ 益 풍뢰익(風雷益)
益 利有攸往 利涉大川.
익 이유유왕 이섭대천.
우리가 함께 모은 힘으로 어딘가에 더해주자.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가고 큰 강을 건너자.
彖曰 益 損上益下 民說无疆 自上下下 其道大光. 利有攸往 中正有慶. 利涉大川 木道(舟)乃行.
단왈 익 손상익하 민열무강 자상하하 기도대광. 이유유왕 중정 유경. 이섭대천 목도(주)내행.
益 動而巽 日進无疆. 天施地生 其益无方. 凡益之道 與時偕行也.
익 동이손 일진무강. 천시지생 기익무방. 범익지도 여시해행야.
위에 있는 것, 우리가 함께 모아왔던 것을 가지고 아래에 있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더해준다. 민중들이 크게 기뻐한다.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 보내는 것이어서 그 길이 밝게 빛난다. 이런 마음과 실천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윗자리에 바른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고 큰 경사이다. 우리가 건너야할 강이 크고 거칠지만 우리에게는 그 강을 건널 나무배가 있다. 세상을 도울 정의의 강을 건너자.
세상은 도움이 필요하고 우리는 바람처럼 움직여 매일 매일 세상을 돌아본다.
우리가 하는 일은 하늘이 베풀고 땅이 키우는 일을 돕는 것이다. 하늘이 도우셔서 그 유익함이 끝이 없고 선한 영향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이렇게 넓고 선한 마음이라도 적절한 때에 적절한 정도로 하는 것이 지혜이다.
象曰 風雷益 君子以 見善則遷 有過則改.
상왈 풍뢰익 군자이 견선즉천 유과즉개.
바람처럼 유연하게, 우레처럼 강하게 우리는 도울 일을 보거나, 잘못을 개선해야 할 때 바람처럼 움직이고 우레처럼 강하고 실효성이 있는 일을 했다.
1.
初九 利用爲大作 元吉 无咎.
초구 이용위대작 원길 무구.
象曰 元吉无咎 下不厚事也.
상왈 원길무구 하불후사야
우리는 사회적 지원을 받아 큰 일을 기획했다.
이런 일은 정말 잘해야 한다.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
2.
六二 或益之 十朋之龜 弗克違 永貞 吉 王用享于帝 吉.
육이 혹익지 십붕지구 불극위 영정 길 왕용향우제 길.
象曰 或益之 自外來也.
상왈 혹익지 자외래야.
바깥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어떤 분이 십붕의 거북이(十朋之龜)와 같은 큰 지원을 해주셨다.
우리는 그 지원의 의미를 알고 있고, 그 분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제대로 사용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하늘님께 제사를 드렸다.
3.
六三 益之用凶事 无咎 有孚中行 告公用圭.
육삼 익지용흉사 무구 유부중행 고공용규.
象曰 益用凶事 固有之也.
상왈 익용흉사 고유지야.
흉사(凶事)를 사용해서 문제를 풀어갔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의 정당성을 확신했고 균형 감각을 잃지 않았다.
모든 일이 지난 뒤에 공적 기관을 통해 우리가 한 행동의 정당성에 대해 평가 받았다.
4.
六四 中行 告公從 利用爲依 遷國.
육사 중행 고공종 이용위의 천국.
象曰 告公從 以益志也.
상왈 고공종 이익지야.
우리는 늘 공익(公益)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과제를 성찰하고 실천했다. 우리가 한 일에 대해 우리의 지도자에게 보고했고 지시를 따랐다. 국가의 공공 행정을 이용하고 의지했다. 나라의 수도를 옮기는 변화를 시도했다.
5.
九五 有孚惠心 勿問 元吉 有孚 惠我德.
구오 유부혜심 물문 원길 유부 혜아덕.
象曰 有孚惠心 勿問之矣 惠我德 大得志也.
상왈 유부혜심 물문지의 혜아덕 대득지야.
사람들은 우리를 믿고 우리의 진정성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얻었고 하나가 되었다.
6.
上九 莫益之 或擊之 立心勿恒 凶.
상구 막익지 혹격지 입심물항 흉.
象曰 莫益之 偏辭也 或擊之 自外來也.
상왈 막익지 편사야 혹격지 자외래야.
나는 누구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말한다.
세상을 돕겠다는 마음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렇게 변심한 것에 대해 누군가 나를 비판하고 공격했다.
빛살 김재형 이화서원 대표. 전남 곡성에서 이화서원이라는 배움의 장을 만들어 공부한다. 고전 읽는 것을 즐기고 고전의 의미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있다. '시로 읽는 주역', '아름다운 세 언어 동아시아 도덕경', '동학의 천지마음', '동학편지' 를 책으로 냈다. 꾸준히 고전 강의를 열어 시민들과 직접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