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2024년 1월 18일

24. 췌(萃 ䷬)와 승(升 ䷭)  

- 작은 마음을 모아 크고 높아진다. (聚以正/積小以高大)






43번 쾌괘(夬卦)와 44번 구괘(姤卦)는 새로운 기운과의 만남과 떠나 보냄(제거)의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만남이 있었고, 그 만남의 힘은 그들도 다 알 수 없는 힘을 만들어 쉽게 풀지 못했던 오래된 문제에 대해 결단하고 제거하게 됩니다.

구괘(姤卦)는 ䷫ 제일 아래 하나의 음이 있고, 위에는 다 양입니다.
구괘(姤卦)와 연결되는 괘 중에 복괘(復卦)가 있습니다.
복괘(復卦)는 ䷗ 제일 아래에 하나의 양(陽)이 있고, 위에는 다 음(陰)입니다.
구괘(姤卦)와 복괘(復卦)는 서로 다른 지점에 서 있지만 상징은 같습니다.
복괘(復卦)는 양의 힘, 빛의 마음이 회복해서 성장하게 된다는 이야기이고, 구괘(姤卦)는 음의 힘, 내면 의식이 성숙하게 되는 모습입니다.
둘 다 방향만 다르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합니다.
외형이 성장해야 할 시간이 있고, 내면을 채워야 할 시간이 있습니다.
시간으로는 복괘(復卦)가 앞으로 해가 점점 길어지는 동지이고, 구괘(姤卦)는 밤이 길어지는 하지입니다.
주역은 수 많은 상징을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구괘(姤卦)가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내면 성숙의 과정에서 무의식의 빛과 그림자가 다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45번 췌괘(萃卦)는 사람 마음 모으는 이야기입니다.
사람 마음은 단순하지 않아서 그 안에는 빛과 그림자가 혼재하고 있습니다.
빛의 마음이 드러날 때는 어려운 일이 뭐가 있겠어요.
서로 믿고 신뢰하고 끌어주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그림자가 드러날 때는 반대가 작용합니다.
울부짖고 호소하며 말해도 잘 들어주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 뭘 믿고 내 마음을 줄 수 있는지 오히려 되묻습니다.
마음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릅니다.
췌(萃)의 압권은 4효의 지혜로운 사람이 느끼는 절망감입니다.
그는 진실하고 성실하며, 시대를 읽을 줄 알아서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엄청난 성공을 하게 됩니다. 그런 그가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는 이유로 왕의 의심을 사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을 모으고 싶은 췌(萃)는 그 과정에서 빛과 그림자가 다 드러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 정성을 다한 췌(萃)의 결말은 비참하기 까지 합니다.
그는 홀로 되어 외롭고 슬퍼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콧물도 흘러내립니다.
췌(萃)는 사람 마음의 이런 양면성을 알고 있어서 늘 불안합니다.
췌(萃)는 이런 자신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존재이고,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합니다. 췌(萃)가 제사를 드릴 때 큰 희생 제물을 바치고 성대한 제사를 하는 이유입니다. 거기에다 췌(萃)는 늘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췌(萃)가 모아들인 사람들을 췌 스스로가 다 믿지 못합니다. 사람 마음 모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췌(萃)는 많은 사람을 모으지만 소수의 사람들만이 췌(萃)를 깊이 받아들이고, 진정성을 믿고, 실력을 압니다.
췌(萃)가 많은 사람을 모은 것 같지만 그가 모은 사람은 그 소수의 사람들입니다. (聚以正也)
미래를 위한 한 줌의 씨앗같은 사람, 큰 나무로 성장하게 될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천명을 알고 있고(順天命也),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觀其所聚而天地萬物之情) 그들의 이름은 승(升)입니다.

46번 승괘(升卦)는 ‘지중생목(地中生木), 땅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나무의 씨앗’이 상징입니다.
지금 그가 가진 힘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췌(萃)가 모아들인 사람들의 염원과 사랑을 내면화하고 있고 결국 큰 나무로 성장하게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승(升)은 이런 잠재력 뿐만 아니라 시절을 타고 납니다.
그는 꿈을 가지고 있고, 성실하고, 하늘을 공경합니다.
그가 드리는 기도는 하늘도 기뻐하고 사람들도 기쁩니다.
하늘이 그의 길을 이끌어 그의 꿈이 세상에 드러나게 됩니다.

그가 가고자 하는 영역에는 지금 아무도 없습니다.
승괘(升卦)에서는 그런 상태를 ‘승허읍(升虛邑), 마치 텅빈 마을을 걷는 것처럼 걸릴 것이 없다.’고 표현합니다.
우리 시대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불루 오션(blue ocean)’입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영역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낸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기회입니다.
이런 기회에 더해 그를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힘은 그의 성실성입니다.
승(升)은 하루 하루 그에게 주어진 과제를 온 정성을 다해 이루어 냅니다.
한 계단 한 계단 걸어서 높이 높이 올라갑니다. (升階)
그런 정성의 사람에게도 그림자는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를 모릅니다.
그는 높이 올랐지만 한 계단 한 계단을 걸어 올라가듯이 올라와서 멀리 넓게 보는 눈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승괘(升卦)는 그런 그의 눈을 명승(冥升)이라고 말합니다. 근시안적이고 어둡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곤괘(困卦)와 정괘(井卦)입니다.
췌괘(萃卦)와 승괘(升卦)의 6효에서 외롭고, 어두워질 때 곤괘(困卦)를 만납니다.
곤괘(困卦)는 이제 높이 오르지 않고 깊이 들어갑니다. 심연(深淵)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45. ☱☷ 萃


萃 亨. 王假有廟. 利見大人 亨 利貞. 用大牲 吉 利有攸往.
췌 형  왕격유묘. 이견대인 형 이정. 용대생 길 이유유왕.

사람들의 마음을 모은다. 왕이 참가하고 많은 사람이 모여 종묘에서 제사를 지낸다. 그 자리에 지혜로운 대인도 함께 하고 있다. 큰 제사여서 큰 희생 제물을 바쳤다. 그렇게 마음을 모아 앞으로 나아간다. 

彖曰 萃 也. 順以說 剛中而應 故聚也. 王假有廟 致孝享也. 利見大人亨 聚以正也.
단왈 췌 취야. 순이열 강중이응 고취야. 왕가유묘 치효향야. 이견대인형 취이정야.
用大牲吉利有攸往 順天命也. 觀其所聚而天地萬物之情 可見矣.
용대생길리유유왕 순천명야. 관기소취이천지만물지정 가견의.

우리가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왕이 지혜롭게 중도를 지켜 존경하며 따를(順) 수 있었고, 함께 있으면 기쁘고(說) 왕께서 아끼시는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왕의 제사는 선왕들께 드리는 효도의 마음이고, 왕은 지혜로운 대인과 함께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를 했다. 우리가 마음을 모아 큰 희생 제물을 바치는 제사를 지내고 함께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천명, 시대의 소명을 따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지켜보면 세상 만물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 지 보인다. 

象曰 澤上於地 萃 君子以 除戎器 戒不虞.
상왈 택상어지 췌 군자이 제융기 계불우.

땅을 파서 연못의 둑을 만들어 흘러오는 물을 모으고 제방을 잘 관리하는 것처럼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모일 때 위험을 대비해서 무기를 손보고 경계를 강화한다. 

1.
初六 有孚 不終 乃亂乃萃 若號 一握爲笑 勿恤 往无咎.
초륙 유부 불종 내난내췌 약호 일악위소 물휼 왕무구
象曰 乃亂乃萃 其志亂也.
상왈 내난내췌 기지난야.

우리는 서로 믿고 따르고 마음을 모으겠다고 약속했지만 생각이 오고가며 혼란스럽다. 이 혼란스러움이 힘들어 소리쳤다. 그가 손을 내밀어 잡았다. 함께 웃을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하고 걱정하지 말자. 같이 해보자.

2.
六二 吉 无咎 孚乃利用禴.
육이 인 길 무구 부내리용약.
象曰 引吉无咎 中未變也.
상왈 인길무구 중미변야.

그는 나를 이끌고 나는 그를 따른다.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이런 마음으로 하늘에 제사를 드렸다. 간소하게 차린 제사이지만 하늘이 받으셨다.

3.
六三 萃如嗟如 无攸利 往 无咎 小吝.
육삼 췌여차여 무유리 왕 무구 소린
象曰 往无咎 上巽也.
상왈 왕무구 상손야

한숨만 쉰다. 어디 갈 곳이 없다. 위에 계시는 지혜로운 분들에게 겸손하게 머리 숙여야 한다.

4.
九四 大吉 无咎.
구사 대길 무구
象曰 大吉无咎 位不當也.
상왈 대길무구 위불당야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고 서로 믿고 따르도록 이끌었다. 정말 잘했고 하늘도 도우셔서 큰 일을 이루고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내가 서 있는 자리는 국민의 지지를 받고 동시에 왕의 신임을 받아야 하는 자리이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얻어도 마음이 쓰인다.(大吉无咎)  

5.
九五 萃有位 无咎 匪孚 元永貞 悔亡.
구오 췌유위 무구 비부 원영정 회망
象曰 萃有位 志未光也.
상왈 췌유위 지미광야

나는 지금 사람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자리에 있다. 그러나, 내가 가진 생각이 다 밝지는 않다. 나는 자꾸 의심이 생긴다. 나를 돌아보고 마음을 곧고 바르게 하겠다. 의심이 사라졌다.

6.
上六 齎咨涕洟 无咎.
상륙 재자체이 무구
象曰 齎咨涕洟 未安上也.
상왈 재자체이 미안상야

나는 고독하고 외롭다. 탄식이 나오고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콧물이 떨어진다. 높은 곳에 있고 많은 것을 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46. ☷☴ 升


升 元亨 用見大人 勿恤 南征 吉.
승 원형 용견대인 물휼 남정 길

싹트고 자란다. 나는 지혜로운 사람, 대인을 만나고 그와 함께 하겠다. 그와 함께한다면 남쪽으로 나아가는 중대한 일을 할 수 있겠다. 

彖曰 柔以時升. 巽而順 剛中而應 是以大亨. 用見大人勿恤 有慶也. 南征吉 志行也.
단왈 유이시승. 손이순 강중이응 시이대형.  용견대인물휼 유경야. 남정길 지행야

지풍승(地風升). 땅도 부드럽고, 바람도 부드럽다.
부드러운 싹이 움터나는 시간이어서 바람(巽)을 따라(順) 자라난다. 강한 힘의 양이 바람의 중심에 있고 땅 위에서 그를 호응하고 반긴다.
시절을 따라 싹터나고 서로 반겨 크게 성장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지혜로운 사람 대인이 있고 그와 함께 하기에 걱정하지 않고 우리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경사구나. 경사로다.

象曰 地中生木 升 君子以 順德 積小以高大.
상왈 지중생목 승 군자이 순덕 적소이고대

땅 속에서 나무의 싹이 움터 자라나 큰 나무가 되는 것처럼 나는 삶의 과제를 순히 받아들이고 하루 하루 작은 일들을 성실히 쌓아 나무처럼 크고 높아지겠다.

1.
初六 允升 大吉.
초륙 윤승 대길
象曰 允升大吉 上合志也.
상왈 윤승대길 상합지야

나는 진실하게 하루 하루를 걷는다. 나는 함께 마음 모아 꾸는 꿈이 있다. 하늘이 도울 것이다.

2.
九二 孚乃利用禴 无咎.
구이 부내리용약 무구
象曰 九二之孚 有喜也.
상왈 구이지부 유희야

나는 성실한 삶을 통해 신뢰를 얻었다.(誠信) 지금 내가 가진 것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하늘에 맑은 물 한 그릇을 올렸다.(약(禴)제사)
하늘도 기뻐하시고 사람도 기뻐한다.  

3.
九三 升虛邑.
구삼 승허읍
象曰 升虛邑 无所疑也.
상왈 승허읍 무소의야

텅 빈 마을처럼 걸릴 것이 없다. 서로 믿고 도우며 의심하지 않는다. 

4.
六四 王用亨于岐山 吉 无咎.
육사 왕용향우기산 길 무구
象曰 王用亨于岐山 順事也.
상왈 왕용향우기산 순사야

왕이 기산에 올라 하늘에 제사드리는 마음처럼 나는 정성을 다했다.
나에게 주어진 삶의 과제에 순응하고 하루 하루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5.
六五 貞 吉 升階.
륙오 정 길 승계象曰 貞吉升階 大得志也.
상왈 정길승계 대득지야

나는 하루 하루 곧고 바르게 살기 위해 애써왔다. 계단을 밝고 높이 올라가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오를 수 있었다.

6.
上六 冥升 利于不息之貞.
상륙 명승 이우불식지정
象曰 冥升在上 消不富也.
상왈 명승재상 소불부야

나는 오를 데까지 올랐는데도 더 오르고 싶다. 앞이 보이지 않고 어둡다.
곧은 마음 안에 있어야 한다. 조금씩 소멸해가고 더 확장되지 않는다. 

 





김재형
빛살 김재형 이화서원 대표. 전남 곡성에서 이화서원이라는 배움의 장을 만들어 공부한다. 고전 읽는 것을 즐기고 고전의 의미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있다. '시로 읽는 주역', '아름다운 세 언어 동아시아 도덕경', '동학의 천지마음', '동학편지' 를 책으로 냈다. 꾸준히 고전 강의를 열어 시민들과 직접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