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2024년 2월 1일

25. 곤(困 ䷮)과 정(井 ䷯)

- 우리 안에 흐르는 깊은 샘을 찾아 함께 우물물을 길어 올리자. (致命遂志/勞民勸相)






췌(萃)와 승(升)의 6효 모두 그들이 꿈꾸고 노력한 것을 이루지만 그들의 자리가 없어 외롭고 슬프고, 어디에서 멈추어야 할지 몰라 세상을 읽는 눈이 멀어지게 됩니다.
곤괘(困卦)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곤(困)은 지금 깊은 계곡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헤매는 느낌입니다.
곤(困)은 오랫동안 췌(萃)와 승(升)의 마음을 쓰며 조금 조금씩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고, 의미있는 성과를 내는데 성공해 왔는데, 어느 시간이 되면서 그 동안 쌓아왔던 것들이 깨진 항아리에 물이 빠져나가듯 조금씩 빠져나가서 지금은 바닥이 텅 빈 느낌입니다.

곤(困)의 상징은 ‘택무수(澤无水), 지금 나의 연못에는 물이 없습니다.’입니다.
43번 택천쾌(澤天夬)에서는 하늘위에 연못처럼 많은 물이 모여 있어서 그 물이 한꺼번에 큰 홍수처럼 쏟아질 것을 염려하는 모습입니다.
45번 택지췌(澤地萃)에서는 조금씩 흘러내려 오는 물들을 모아들여 큰 연못을 만들어 갑니다.
쾌(夬)는 많은 물을 가지고 있고, 췌(萃)는 작더라도 어딘가에서 물이 흘러들어오는데, 곤(困)에 오면 물이 없습니다. 이미 하늘의 물도 쏟아져 버렸고, 조금씩 흘러오던 물길도 말라버렸습니다.
곤(困)의 연못에는 지금 물이 없습니다.
사람도 목마르고 천지만물도 말라갑니다.
곤(困)은 위에서는 바위가 누르고 아래에는 가시덤불에 앉은 것 같다고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 합니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시간이 되면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한 노력이 시작됩니다.
4효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4.
九四 來徐徐 困于金車 吝 有終.
구사 내서서 곤우금거 린 유종
象曰 來徐徐 志在下也 雖不當位 有與也.
상왈 내서서 지재하야 수불당위 유여야

세상에는 고통을 겪고 있고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가서 같이 있고 싶다.
그러나, 내 형편도 넉넉하지 않다. 좋은 차가 있다고 해서 빨리 갈 수 있지도 않다.
천천히라도 가야 한다. 지금은 어려운 때라서 쉬운 길은 아니지만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결국 그들에게 이를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시민들의 자율적인 상호부조(相互扶助) 활동을 교육하는 뿌리민본 활동을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가뭄과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는 대표적인 곤(困)의 현장입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비도 내리지 않고 삶의 착취는 더 심해 집니다.
수많은 아프리카 지원 조직이 있고 그들은 아프리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합니다. 아프리카 시민 안에서 자율적인 힘이 생겨나지 않고 지원에 의존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4효의 곤은 아프리카에 갈 때 좋은 차를 타고 가지 않습니다. (困于金車)
그는 걸어서 그 곳에 갑니다. 이 사실이 대단히 상징적입니다.
고통 받는 사람들과 같은 처지에 서는 마음입니다.(來徐徐 志在下也. 雖不當位 有與也)

여기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됩니다.
마음 안에서 새로운 힘이 꿈틀거리며 움직입니다.
곤(困)을 덮고 있던 부정적인 기운이 약화되고 곤(困)이 가진 힘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곤(困)이 놓치지 않았던 것은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이었습니다. 고통이 그의 내면의 기쁨을 없애지는 못했습니다.
곤(困)이 가진 이 기쁨의 마음이 물을 찾아 그의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합니다.
곤(困)은 심연에 흐르는 물, 무의식 깊은 곳에 숨겨진 선물을 찾아 냅니다.
곤(困)이 이룬 이런 성과를 ‘치명수지(致命遂志)-심연(深淵)에 흐르고 있는 소명, 선물을 찾고 그 뜻을 따른다.’라고 합니다.
지금 아프리카는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들 안에 있는 깊은 샘물이 터져나오고 인류를 위한 자기 소명을 실현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곤괘(困卦)가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치명수지(致命遂志)의 물길을 찾아낸다면 정괘(井卦)는 우물을 만들어 그 물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먹고 마을 공동체를 다시 회복하는 이야기입니다.
곤(困)의 시간 동안 우물도 말라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 우물에는 새들도 날아오지 않습니다.
‘새들도 날아오지 않는 우물’은 곤(困)에서 이어지는 정(井)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이 우물의 바닥에는 더러운 물이 고여있고 그 물 속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삽니다. 아이들이 가끔 와서 화살을 쏘아 잡아 갑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던 이 우물에 어느 날 정(井)이라는 사람이 오게 됩니다.
그는 이 우물이 아직 완전히 마른 우물이 아니란 걸 알아 봅니다.
우물을 청소하고, 물길을 손봐서 우물에 물이 고이게 합니다.
그러나, 이 우물이 마을 공동체를 지탱할 정도로 맑은 물이 넉넉하게 나오려면 우물만 관리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산에 나무를 심어야 하고, 땅이 물을 담을 수 있는 여러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정(井)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勞民勸相)

그러나, 정(井)이 시작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나서지 않았을 겁니다.
정(井)은 걸어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곁으로 다가가서 (來徐徐) 우리 안에 있는 자율성을 일깨운 곤(困)의 4효였을 겁니다.
땅이 다시 회복되고 이제 우물에는 맑고 시원한 우물물이 넉넉해 졌습니다.
누구나 와서 먹어도 모자라지 않는 마르지 않는 샘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이끌었던 정(井)은 마을 공동체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의 우물은 아무리 먹어도 마르지 않습니다. 고통을 견디며 함께 마음을 모아 이런 선물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이 우물을 덮지 맙시다. 누구나 와서 먹게 합시다. 누구도 우리의 공동체에서 배제하지 말고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올 때 그들의 손을 잡읍시다. 풍요롭고 정다운 마을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성공했습니다. 하늘이 도우셨습니다.

마을 공동체의 힘을 회복한 정(井)은 개인과 집단의 노력을 넘어선 구조적인 변화를 향한 열망을 키우게 됩니다. 이 마음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49번 혁(革)과 50번 정(鼎)입니다.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47. ☱☵ 困


困 亨 貞 大人 吉 无咎 有言 不信.
곤 형 정 대인 길 무구 유언 불신

힘들지만 곧게 서겠다. 지혜로운 대인은 하늘이 돕는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것을 들어주지는 않는다.

彖曰 困 剛揜也. 險以說 困而不失其所亨 其唯君子乎. 貞大人吉 以剛中也.
단왈 곤 강엄야. 험이열 곤이불실기소형 기유군자호. 정대인길 이강중야
有言不信 尙口乃窮也.
유언불신 상구내궁야

강한 양의 마음이 음의 힘 아래 눌렸다.(掩蔽) 힘들지만 마음 안에서는 기쁨이 생겨난다.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올곧음과 기쁨은 군자라야 가질 수 있구나!
지혜로운 사람들을 하늘이 돕는 것은 그들이 고통에 굴하지 않고 굳세게 중도를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의 고통에 대해 말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벽에 부딪치게 된다.

象曰 澤无水 困 君子以 致命遂志.
상왈 택무수 곤 군자이 치명수지

연못에 물이 없다. 나는 물을 찾아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심연(深淵)에 흐르고 있는 소명, 선물을 찾고 그 뜻을 따른다.

1.
初六 臀困于株木 入于幽谷 三歲不覿.
초륙 둔곤우주목 입우유곡 삼세부적
象曰 入于幽谷 幽不明也.
상왈 입우유곡 유불명야

나는 나무 그루터기에 불편하게 걸터 앉아 있다가 어두운 계곡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곳은 밝음이 없었다. 3년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나는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2.
九二 困于酒食 朱紱方來 利用享祀 征 凶 无咎.
구이 곤우주식 주불방래 이용향사 정 흉 무구
象曰 困于酒食 中 有慶也.
상왈 곤우주식 중 유경야

먹을 것도 없고, 마실 것도 없다. 삶이 곤궁하다. 힘든 가운데서도 나는 마음의 중심을 흩트리지 않았다. 왕께서 보내신 주황색 치마 옷-주불(朱紱)을 입은 귀인이 찾아 오셨다. 기다리던 분이 오셔서 기쁘다. 하늘의 축복이다.
나는 귀인과 함께 왕께 감사하는 마음과 조상신들의 도움을 기원하는 제사를 드렸다.
내가 무엇을 하고자 했다면 위험할 수 있었지만 나는 조심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온 선물이다.

3.
六三 困于石 據于蒺蔾 入于其宮 不見其妻 凶.
육삼 곤우석 거우질리 입우기궁 불견기처 흉
象曰 據于蒺蔾 乘剛也 入于其宮不見其妻 不祥也.
상왈 거우질리 승강야 입우기궁불견기처 불상야

위에서는 바위가 누르고 아래에는 가시덤불에 앉은 것 같다. 나는 지금 약한데 강한 것을 타고 있다. 집에 가도 아내를 만날 수 없다.

4.
九四 來徐徐 困于金車 吝 有終.
구사 내서서 곤우금거 린 유종
象曰 來徐徐 志在下也 雖不當位 有與也.
상왈 내서서 지재하야 수불당위 유여야

세상에는 고통을 겪고 있고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가서 같이 있고 싶다.
그러나, 내 형편도 넉넉하지 않다. 좋은 차가 있다고 해서 빨리 갈 수 있지도 않다.
천천히라도 가야 한다. 지금은 어려운 때라서 쉬운 길은 아니지만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결국 그들에게 이를 수 있었다.

5.
九五 劓刖 困于赤紱 乃徐有說 利用祭祀.
구오 의월 곤우적불 내서유설 리용제사
象曰 劓刖 志未得也 乃徐有說 以中直也 利用祭祀 受福也.
상왈 의월 지미득야 내서유설 이중직야 리용제사 수복야

빈곤, 고통, 혼란의 시기여서 코를 자르고, 발뒤꿈치를 베는 형벌을 사용해서라도 사회적 기강을 세워보지만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왕은 종묘에 제사지낼 때 입는 옷인 적불을 입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사회적 여건이 회복되고 국민들의 마음도 풀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가 시작된 이유는 왕이 어려운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곧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에 제사를 드렸다. 하늘의 축복을 받는다.

6.
上六 困于葛藟 于臲卼 曰動悔 有悔 征 吉.
상륙 곤우갈류 우얼올 왈동회 유회 정 길
象曰 困于葛藟 未當也 動悔有悔 吉行也.
상왈 곤우갈류 미당야 동회유회 길행야

지금 내 삶은 칡넝쿨로 칭칭 감겨 있는 것 같다. 위태롭고 불안하다. 내가 하는 일들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된 이유를 성찰한다. 칡넝쿨이 몸을 감고 있는 것처럼 고통스러워진 삶을 벗어나겠다. 하늘이 도우실 것이다.



48. ☵☴ 井


井 改邑 不改井 无喪无得 往來井井. 汔至 亦未繘井 羸其甁 凶.
정 개읍 불개정 무상무득 왕내정정. 흘지 역미율정 리기병 흉

마을 공동체의 중심에 있는 우물, 마을을 옮길 수 있다고 해도 우물을 옮길 수는 없다.
우물물은 오며 가며 누구나 먹더라도 줄어들지도 않고 늘어나지도 않는다.
물을 길어 올리려는데 두레박줄이 짧아서 길을 수 없었다.
줄이 짧아 물을 긷지 못하고 들어 올리다 두레박이 벽에 부딪쳐 깨져버렸다.

彖曰 巽乎水而上水 井 井 養而不窮也. 改邑不改井 乃以剛中也.
단왈 손호수이상수 정 정 양이불궁야. 개읍불개정 내이강중야
汔至亦未繘井 未有功也 羸其甁 是以凶也.
흘지역미율정 미유공야 리기병 시이흉야

나무 두레박에 물을 담아 길어 올렸다. 우물물은 먹어도 또 나오고 먹어도 또 나와서 다함이 없다. 세상이 바뀌어도 우물이 그대로인 이유는 정괘의 중심이 굳세기 때문이다.
두레박줄이 짧아 물을 길을 수 없고 두레박이 약해 돌담에 부딪쳐 깨진 것은 우리의 노력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는 말이다.

象曰 木上有水 井 君子以 勞民勸相.
상왈 목상유수 정 군자이 노민권상

나무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길어먹으려면, 서로 돕고 노력해서 우물을 잘 관리하고 두레박줄은 넉넉하게, 두레박은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1.
初六 井泥不食 舊井 无禽.
초륙 정니불식 구정 무금
象曰 井泥不食 下也 舊井无禽 時舍也.
상왈 정니불식 하야 구정무금 시사야

우물을 오랫동안 쓰지 않아 물이 흐리고 먹을 수가 없다. 버려진 우물에는 새들도 오지 않는다.

2.
九二 井谷 射鮒 甕敝漏.
구이 정곡 사부 옹폐누
象曰 井谷射鮒 无與也.
상왈 정곡사부 무여야

사람들이 오지 않아 우물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 산다. 우리는 이 우물에서 활을 쏘아 물고기를 잡곤 했다. 물을 길어 먹으려 했지만 옹기 두레박은 깨져 있었다.

3.
九三 井渫不食 爲我心惻 可用汲 王明 並受其福
구삼 정설불식 위아심측 가용급 왕명 병수기복
象曰 井渫不食 行 惻也 求王明 受福也.
상왈 정설불식 항 측야 구왕명 수복야

우물을 청소하고 깨끗하게 해서 맑은 물이 나오지만 와서 먹는 사람이 없다. 슬프구나.
왕께서 밝고 지혜로우시면 그 복을 왕도 받고 국민도 받을 수 있을 텐데...하늘에 기도한다.

4.
六四 井甃 无咎.
육사 정추 무구
象曰 井甃无咎 脩井也.
상왈 정추무구 수정야

우물 벽을 수리하고 다듬었다.

5.
九五 井洌寒泉食.
구오 정렬한천식
象曰 寒泉之食 中正也.
상왈 한천지식 중정야

이제 맑고 시원한 우물물을 마실 수 있다. 오랫동안 마음 모아온 결과이다.

6.
上六 井收勿幕 有孚 元吉.
상륙 정수물막 유부 원길
象曰 元吉在上 大成也.
상왈 원길재상 대성야

우물은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 우물을 덮지 말자. 누구나 와서 먹게 하자. 풍요롭고 정다운 마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성공했다.






김재형
빛살 김재형 이화서원 대표. 전남 곡성에서 이화서원이라는 배움의 장을 만들어 공부한다. 고전 읽는 것을 즐기고 고전의 의미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있다. '시로 읽는 주역', '아름다운 세 언어 동아시아 도덕경', '동학의 천지마음', '동학편지' 를 책으로 냈다. 꾸준히 고전 강의를 열어 시민들과 직접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