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2024년 3월 27일

29. 풍(豊 ䷶) 여(旅 ䷷)

- 풍대(豊大)/여소(旅小) 하늘,땅,사람이 하나되어 / 살아서 돌아오기만 해도






점괘 5효에서 사랑하는 두 사람은 언덕 위에 아름다운 집을 짓고 아이를 가지게 됩니다.
귀매의 5효에서 제을 임금님의 딸도 결혼해서 아름다운 가족을 이루고 삶의 고귀함을 실현합니다.

풍괘(豐卦)는 이런 성공적인 가족을 이룬 사람들의 삶에서 이어집니다.
풍(豊)에는 세 사람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왕(王), 배주(配主), 이주(夷主)입니다.
왕은 관대하고 지혜로운 지도자입니다.
그의 빛은 온 세상을 밝게 합니다.
그는 한낮의 태양과 같습니다.
왕을 도와 풍요를 이루어 온 배주(配主)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세상의 어둠을 물리치고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가진 한 마음의 힘에서 시작합니다.
풍(豊)은 그 위험성을 ‘지나치게 하나된 마음은 재앙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오래지 않아 그 경고는 현실이 됩니다.
밝음 뒤의 어둠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한낮의 태양처럼 밝은 현실이 누군가에게는 한낮에 북두칠성이 보일 것 같은 어둠이됩니다.
이런 어둠은 점점 더 심해져서 ‘한낮에 작은 별이 보일 것 같다’ 까지 갑니다.
풍요로워지는데 그 풍요가 사회에 골고루 나누어지지 않아 빛의 기쁨과 어둠의 고통이 세상을 나누어 버립니다.
계급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서로는 서로에 대해 의심하고 적대하기 시작합니다.
풍요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은 위험해지기까지 합니다.

이런 시간이 되면 또 한 사람이 나오게 됩니다.
그는 이주(夷主)입니다.
그는 세상의 모순에 대해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제 왕에게 과제가 주어집니다.
그 동안 서로 의지하고 같은 가치 지향을 가지고 함께 성공해왔던 배주(配主)와 함께 현실의 문제를 풀어갈건지, 아니면 배주(配主)와 이주(夷主)를 같이 불러서 각자의 역할을 하도록 하게 할 건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들을 함께 불러서 성장과 배분이라는 과제를 풀어갈 수도 있고, 배주(配主)의 이야기만 듣다 신뢰를 잃고 몰락해 갈 수도 있습니다.
사실 너무나 쉬워보이는 길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날렵한 지붕을 가진 아름다운 집의 대문이 3년 동안 닫혀있고 다니는 사람이 없습니다. 풍요의 몰락을 상징합니다.
배주(配主)와 이주(夷主)는 그들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했지만 해와 달이 차고 기울 듯이, 하늘과 땅이 차고 기울며 숨쉬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여괘(旅卦)는 여행자입니다.
이 여행자는 지금 우리가 기차타고 비행기타고 가는 여행을 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몸으로 짐을 지고 한발 한발 걸어서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그에게는 오늘 머물 숙소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가 이런 여행을 떠나는 것은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산 위에 불이 붙은 것처럼, 그의 삶에도 불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그대로 머무르면 그 불길에 휩싸일 수도 있어서 그는 떠나야만 합니다.
한 때 그는 대궐같은 집에서 살던 풍(豊)이었습니다.
삶에는 이렇게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삶의 굴곡이 있습니다.
지금 여(旅)에게는 어떤 일을 두 번 생각할 여력이 없습니다.
하루 하루 먹고 살아야 하고, 하루 하루 잘 곳을 찾아야 합니다.
넉넉한 경제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면 조금 낫겠지만 그것도 여행에서는 안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뭔가를 가졌다고 보이는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 많은 어려움을 거치며 여(旅)의 여행자는 꿩을 잡게 됩니다.
꿩은 지혜의 상징입니다.
파랑새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와 같은 메타포입니다.
여(旅)는 지혜를 가지고 죽지 않고 살아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가 가지고 온 지혜는 어떤 것일까요?
대궐같은 집에 살던 사람이 불이 난 것 같은 위급함 속에서 먼 길을 떠나 하루 하루 삶의 불안을 견디고 가지고 돌아온 지혜입니다.
삶의 양극단을 경험한 사람이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을 때 그가 본 것은 무엇일까요?
이어지는 손괘(巽卦)와 태괘(兌卦)에 그 모습이 보입니다.



55. ☳☲ 豊  뇌화풍


豐 亨 王假之 勿憂 宜日中.
풍 형 왕격지 물우 의일중

풍요롭다. 성인의 마음을 가진 왕이 오셨다. 우리 삶에 걱정이 없어진다. 마치 한낮의 태양이 비치는 것과 같다.

彖曰 豐 大也 明以動 故 豐. 王假之 尙大也. 勿憂宜日中 宜照天下也.
단왈 풍 대야 명이동 고 풍. 왕격지 상대야. 물우의일중 의조천하야
日中則昃 月盈則食. 天地盈虛 與時消息 而況於人乎 況於鬼神乎.
일중즉측 월영즉식. 천지영허 여시소식 이황어인호 황어귀신호

풍요로움은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된 마음이다.
밝고 역동적이다.
성인의 마음을 가진 왕은 하늘, 땅, 사람을 하나로 모으신다.
우리 삶에 걱정이 없어지는 것은 빛이 온 세상에 고르게 비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낮이 지나면 해가 저물듯이, 달이 차면 기울 듯이, 하늘과 땅이 차고 비는 것은 때와 함께 숨쉬는 것, 사람이든, 귀신이든 오고가지 않겠는가?

象曰 雷電皆豐 君子以 折獄致刑.
상왈 뇌전개풍 군자이 절옥치형

우레와 번개가 함께 온다. 풍요로움에 따르는 사회적 해이함을 막기 위해 힘과 밝음을 함께 사용해서 형벌을 절도있게 사용한다.

1.
初九 遇其配主 雖旬 无咎 往 有尙.
초구 우기배주 수순 무구 왕 유상
象曰 雖旬无咎 過旬 災也.
상왈 수순무구 과순 재야

우리는 성인 왕과 함께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 간다. 배주(配主)인 우리는 같은 성향과 지향을 가졌고 서로를 존중하고 돕는다. 그러나, 우리의 같은 지향이 과하면 위험할 수 있다.

2.
六二 豐其蔀 日中見斗 往 得疑疾 有孚發若 吉.
육이 풍기부 일중견두 왕 득의질 유부발약 길
象曰 有孚發若 信以發志也.
상왈 유부발약 신이발지야

태양같은 풍요로움이 가림막으로 가려졌다.
한낮에 북두칠성이 보일 것처럼 어둡다. 지금은 뭘 해도 의심을 받는다.
사심없이 마음을 쓰면서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3.
九三 豐其沛 日中見沬 折其右肱 无咎.
구삼 풍기패 일중견매 절기우굉 무구
象曰 豐其沛 不可大事也 折其右肱 終不可用也.
상왈 풍기패 불가대사야 절기우굉 종부가용야

태양같은 풍요에 장막이 쳐졌다.
한낮에 작은 별이 보일 정도로 더 어두워졌다. 하늘과 땅,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지 못한다.
오른팔이 부러졌다. 풍요로운데 풍요를 누릴 수 없다.

4.
九四 豐其蔀 日中見斗 遇其夷主 吉.
구사 풍기부 일중견두 우기이주 길
象曰 豐其蔀 位不當也. 日中見斗 幽不明也. 遇其夷主 吉行也.
상왈 풍기부 위부당야. 일중견두 유불명야. 우기이주 길행야

태양같은 풍요에 가림막이 가려졌다. 한낮에 북두칠성이 보일 것처럼 어둡다.
이주(夷主)를 만났다. 그는 사회의 풍요가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이유를 알고 개선한다.

5.
六五 來章 有慶譽 吉.
육오 내장 유경예 길
象曰 六五之吉 有慶也.
상왈 육오지길 유경야

배주(配主)와 이주(夷主)가 다 모인다.
그들이 함께해서 풍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우리들 모두에게 기쁨이고 명예이다.

6.
上六 豐其屋 蔀其家 闚其戶 其无人 三歲不覿 凶.
상륙 풍기옥 부기가 규기호 기무인 삼세부적 흉
象曰 豐其屋 天際翔也 闚其戶 其无人 自藏也
상왈 풍기옥 천제상야 규기호 기무인 자장야

대궐처럼 처마가 하늘을 나는 듯이 아름다운 집의 문이 닫혀있다. 문틈으로 들여다 보니 아무도 없다. 3년이 지나도록... 세상의 풍요를 만들던 그들은 지금 자기 안에 갇혔다.



56. ☲☶ 旅  화산려


旅 小亨 旅貞 吉.
여 소형 여정 길

먼 길을 가는 여행에서 좋은 일이 얼마나 되겠나.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오기만 해도 성공이다.

彖曰 旅小亨 柔得中乎外而順乎剛 止而麗乎明 是以小亨旅貞吉也.
단왈 여소형 유득중호외이순호강 지이려호명 시이소형려정길야
旅之時義 大矣哉.
여지시의 대의재

우리가 험하고 먼 길을 떠나는 것은 우리 삶의 외부적 조건이 떠나야 할 상황이어서 유순(柔順)하게 받아들이고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곳에 머물고 싶었지만, 이미 내 삶에는 불이 붙었다. 머물 수가 없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象曰 山上有火 旅 君子以 明愼用刑 而不留獄.
상왈 산상유화 려 군자이 명신용형 이불류옥

산 위에 불이 붙었다. 우리는 불꽃이 휘날리듯 이리저리 떠다닌다.
삶의 불안정 위에 살아가는 여행자들에게는 잘못이 있더라도 함부로 감옥에 가두거나 벌해서는 안된다.

1.
初六 旅瑣瑣 斯其所取災.
초륙 여쇄쇄 사기소취재
象曰 旅瑣瑣 志窮 災也.
상왈 여쇄쇄 지궁 재야

지금은 여행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자질구레한 것에 매달리고 있다.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생각이 짧고 막혀서 그러는 건데 위험을 부르게 된다.

2.
六二 旅卽次 懷其資 得童僕貞.
육이 여즉차 회기자 득동복정
象曰 得童僕貞 終无尤也.
상왈 득동복정 종무우야

좋은 숙소에 머물고, 여행 경비도 넉넉하다. 거기다 여행을 도와줄 좋은 일꾼도 찾았다. 이제 걱정이 없다.

3.
九三 旅焚其次 喪其童僕貞 厲.
구삼 여분기차 상기동복정 려
象曰 旅焚其次 亦以傷矣 以旅與下 其義喪也.
상왈 여분기차 역이상의 이려여하 기의상야

지내던 숙소가 불타고, 일꾼도 잃었다.
불타던 숙소에서 피하느라 상처를 입었다.
함께 여행하던 일꾼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들은 떠나갔다.

4.
九四 旅于處 得其資斧 我心不快.
구사 여우처 득기자부 아심불쾌
象曰 旅于處 未得位也 得其資斧 心未快也.
상왈 여우처 미득위야 득기자부 심미쾌야

잠시 머물 곳을 찾았다. 돈이 하나도 없었는데, 다시 벌고 있다.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다.

5.
六五 射雉一矢亡 終以譽命.
육오 사치일시망 종이예명
象曰 終以譽命 上逮也.
상왈 종이예명 상체야

활을 쏘아 꿩을 잡았다. 결국 하늘의 지혜를 선물로 받았다. 여행을 통해 높은 곳에 이르렀다.

6.
上九 鳥焚其巢 旅人 先笑後號咷 喪牛于易 凶.
상구 조분기소 여인 선소후호도 상우우역 흉
象曰 以旅在上 其義焚也 喪牛于易 終莫之聞也.
상왈 이려재상 기의분야 상우우역 종막지문야

새 둥지가 불탄다. 나는 지금 웃고 있지만 나중에는 울게 된다. 국경 지역인 우역에서 소를 잃었다.
새 둥지가 불타는 것은 여행자가 높은 곳에 있으면서 여행자의 마음을 잃어 버리고 돌아가야 할 의지가 불타서 사라지는 것이다.
소를 잃은 것은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다.







김재형
빛살 김재형 이화서원 대표. 전남 곡성에서 이화서원이라는 배움의 장을 만들어 공부한다. 고전 읽는 것을 즐기고 고전의 의미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있다. '시로 읽는 주역', '아름다운 세 언어 동아시아 도덕경', '동학의 천지마음', '동학편지' 를 책으로 냈다. 꾸준히 고전 강의를 열어 시민들과 직접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