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김혜정의 마음놓고 마음챙김
2023년 9월 11일
3. 어떻게 하면 호흡에 5분 이상 집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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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호흡 명상을 지루하고 어렵게 여긴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명상을 했다가 채 5분도 집중을 유지하지 못하고 상념에 젖거나 졸음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집중력을 평가절하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명상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섣불리 판단을 내리거나, 명상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호흡에 오랫동안 주의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볼 때의 비상한 집중력을 상기해 보라. 아니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넷플릭스 드라마를 볼 때, 혹은 인스타그램을 할 때의 집중력을 떠올려 보라. 본인의 집중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당신이 호흡에 채 5분도 집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집중력에 이상이 있거나 당신이 명상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냥 호흡에 관심이 없어서다. 그렇다면 마음은 왜 호흡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보통 마음은 어떤 대상에 관심을 기울일까? 왜 그 대상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일까?
마음의 기능은 인식이다. 자기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인식은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서 다각도로 미래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환경을 최대한 정교하고 합리적인 패턴으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마음은 기억해 두면 생존에 유리할 만한 특정 대상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주의를 오래 기울인 대상들에 한해서 기억을 구성한다. 그런데 호흡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늘 해오던 것이다.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뇌의 입장에서 호흡은 당연히 주의를 오래 기울이기에 적합한 대상이 아니다. 당신이 호흡 명상을 시도하자마자 5분도 안 되어 실패하는 이유는 당신의 뇌가 지극히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흡에 오래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의 집중력을 평가절하하거나, 명상의 가치를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신의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셈이니 기뻐하면 모를까.
만약 마음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특정 대상에게만 주의를 할당하고 다른 대상들은 무시하는 현재까지의 관행을 멈추고 모든 대상에 동등하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면, 우리의 모든 기억들은 망각의 세례를 받지 못한 채 동등한 가치를 지니게 될 테고 그 결과, 자기 자신에 대한 제대로 된 서사를 구축하지 못하고 오직 에피소드적인 기억의 편린들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망각과 주의력 소실은 자아 정체성의 근간이자, 하나의 능력이다. 그러니 당신 옆에서 명상하던 사람이 당신보다 명상을 배운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호흡에 한 시간 동안 집중하는 일에 성공했다고 잘난 척을 한다면 부러워할 것 없다. 그 사람 말이 사실이라면 그의 뇌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호흡에 장기간 주의를 기울이는 일은 어렵고도 특이한 일이다. 우리는 생존에 유리한 대상에게 욕망의 감정을 느끼고, 생존을 위해 피해야 할 대상에게 혐오의 감정을 느끼도록 진화해 왔기에, 우리의 마음은 평생에 걸쳐 이 욕망과 혐오의 대상에서 저 욕망과 혐오의 대상으로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런데 부처님은 모든 고통의 원인은 욕망하는 마음과 혐오하는 마음, 그리고 어리석은 마음에 있다셨다. 만약 부처님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모든 인간은 인종과 성별, 빈부를 막론하고 고통받도록 운명지어진 셈인 것이다. 그런데 호흡은 욕망의 대상도, 혐오의 대상도 아니다. 이러한 중립적인 대상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일은 당신이 살면서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특이한 일이다. 당신은 이 일이 얼마나 특이한지 눈치채지 못한다. 이 일을 하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큰 노력이 드는 것도 아닌 데다가, 이 일을 한다고 해서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도 별로 특이해 보이지 않는다. 호흡 명상을 하는 사람은 그냥 눈을 감고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물구나무를 서고 있지도 않고, 다리를 목 뒤에 걸고 있지도 않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당신은 호흡 명상이 마음이 평생에 걸쳐 길들여 온 습관에 역행하는 강렬한 사건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별것도 아닌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보며 좌절하는 것이다. 화성 탐사에 실패했거나, 대통령 당선에 실패했으면 모를까, 호흡에 5분 동안 집중하는 데 실패하다니. 그러나 겉보기와는 달리, 화성 탐사에 도전하거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우리가 평생에 걸쳐 들여온 마음의 습관에 순행하는 일이기에 어쩌면 호흡에 장기간 주의를 기울이는 일보다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호흡 명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독특하고, 어렵고, 새로운 일이다. 이토록 특이한 경험을 아무런 돈도, 준비물도 필요 없이, 당신이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다. 게다가 당신의 집중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오늘 하루만 유튜브 볼 시간에 핸드폰으로 30분 알람 설정을 해놓고 앉아서 호흡 관찰을 시작해 보자. 손해 볼 것도 없지 않은가. 마음이 살면서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마음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지 않은가?
호흡 명상이 너무 지루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명상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는 팁을 주겠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의 뇌는 세상에 대한 정교한 패턴을 구축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한다. 이 일을 가능하면 효율적으로, 다시 말해 최소한의 에너지로 해내기 위해서 뇌는 이미 기존에 만들어 놓은 인식의 패턴을 통해 예측 가능한 정보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예측에서 벗어난 정보를 마주했을 때만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뇌의 습성을 이용해서 호흡 명상을 해보라.
기계적인 마음으로 호흡을 관찰하지 말고 탐구심을 지닌 채 호흡을 관찰해보길 권한다. 가령 호흡을 할 때 들숨의 길이가 더 긴지 날숨의 길이가 더 긴지 궁금해하며 호흡을 관찰해 보라. 혹은 들숨 시 공기의 온도와 날숨 시 공기의 온도가 어떻게 다른지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해 보라. 들숨과 날숨 사이에 호흡이 잠시 멈추는 기간이 있는지 관찰해 보라. 들숨의 시작과 들숨의 유지, 들숨의 끝을 알아차리고, 날숨의 시작과 날숨의 유지, 날숨의 끝을 알아차리려 해보라. 본인이 호흡에 대해서 무엇을 모르는지 탐구하고, 자신의 인식 패턴으로 예측 불가능한 사실들에 집중한 채 호흡을 관찰하면, 호흡에 주의를 오래 유지하기가 몇 배는 더 수월해진다. 그러나 호흡에 대해 이미 안다는 마음으로 기계적으로 호흡을 관찰하면 호흡은 곧바로 달아나 버린다.
호흡 명상을 포함한 모든 명상의 목적은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 산만한 마음에서 고요한 마음으로, 고통스러운 마음에서 행복한 마음으로, 불안한 마음에서 평화로운 마음으로 마음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명상을 한다. 마음을 변화시키려면 우선 마음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마음의 특성을 알고, 그 특성을 이용해서 마음을 훈련하면 마음은 쉽게 변한다. 그러나 마음의 특성을 무시한 채 마음을 바꾸려 들면 마음은 쉬이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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