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2024년 5월 12일

32. 중부(中孚 ䷼)와 소과(小過 ䷽)

- 有孚攣如 / 小過現存 믿음으로 손을 잡고 / 현존(現存)한다






주역 상경 공부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태극기의 건곤감리(乾坤坎離)가 중요한 코드입니다.
건곤감리(乾坤坎離)는 천지수화(天地水火), 하늘, 땅, 물, 불 네 개의 자연 상징으로 표현합니다. 건(乾)은 하늘, 곤(坤)은 땅, 감(坎)은 물, 리(離)는 불입니다.
상경은 1,2번 건곤(乾坤), 하늘과 땅에서 시작해서 29,30번 감리(坎離), 물과 불에서 마칩니다.
주역 하경은 건곤감리(乾坤坎離)를 제외하고 남아있는 네 개의 코드가 중요합니다.
손태진간(巽兌震艮)인데, 풍택뇌산(風澤雷山) 바람, 연못, 우레, 산이 자연 상징입니다.
손(巽)은 바람(風), 태(兌)는 연못(澤), 진(震)은 우레(雷), 간(艮)은 산(山)입니다.
주역 하경은 풍택뇌산(風澤雷山) 네 개의 코드를 다양하게 구성합니다.

이번에 공부할 중부(中孚)와 소과(小過)는 이 네 코드가 완성되어 있습니다.
61번 중부(中孚)는 풍택중부(風澤中孚)이고, 62번 소과는 뇌산소과(雷山小過)입니다.
31번 택산함(澤山咸), 32번 뇌풍항(雷風恒)에서 시작해서 61번과 62번에서 풍택(風澤)과 뇌산(雷山)의 조합이 완성됩니다.
주역 하경은 사실상 61번과 62번에서 마칩니다.
남아있는 63번 기제(旣濟)와 64번 미제(未濟)는 상하경 전체를 꿰뚫는 에필로그에 가깝습니다.

하경은 31번 택산함(澤山咸)과 32번 뇌풍항(雷風恒)의 사랑에서 시작합니다.
함(咸)과 항(恒)의 사랑은 연인과 부부라는 상징성을 가집니다.
그들의 사랑은 사랑할 만한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중부(中孚)의 사랑은 상대가 사랑할 만한지 안한지에 대한 판단을 뒤로 미룹니다. 일단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상대를 조건없이 믿습니다.
더 깊은 근원적 사랑입니다. 너와 나의 근원이 다르지 않다는 믿음, ‘내 마음이 네 마음(吾心卽汝心)’의 사랑입니다.
중부는 그런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41번 산택손(山澤損)과 42번 풍뢰익(風雷益)도 하경을 이해하는 중요한 내용입니다.
이 두 이야기는 세상의 평화를 위해 애쓰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소과(小過)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갑니다.
손(損)과 익(益)의 평화 의지가 마음을 많이 쓰고 노력하는 모습이라면 소과의 평화 운동은 삶과 밀착된 지금 이 순간에 깨어있는 현존(現存)입니다. 생활 혁명에 가깝습니다.
이 두 이야기가 하경의 마지막에 있는 건 이런 매세지일 겁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믿음으로 받아들이자. 사랑은 인간을 넘어 생명 세계 전체로 이어질 수 있다. 세상의 평화를 노력해서 이루기 보다는 내 삶의 일상에 통합시키고 현존(現存)하자.‘

중부의 조건없는 사랑은 사람의 영역을 넘어섭니다. 온 세상 만물들까지 중부의 마음에 공감합니다. 중부에는 사람을 넘어선 생명 세계에 까지 사랑이 이어지며 여러 동물의 이야기가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세상 만물은 사랑으로 자라납니다.
첫 번재는 돈어(豚魚)입니다.
돈어는 물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을 대표하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는 추우(騶虞)입니다.
추우는 검은 무늬를 가진 흰색 호랑이인데 살아 있는 것을 잡아 먹지 않고, 살아있는 풀을 밟지 않습니다. 성인(聖人)의 마음과 교감하고 성인(聖人)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다가갑니다.
신화 속의 동물 추우는 청룡(靑龍), 주작(朱雀), 백호(白虎), 현무(玄武)로 구성된 고구려 벽화 사신도(四神圖)에서 보여주는 백호(白虎)와 가장 유사합니다.
세 번째는 어미 학(鶴)과 새끼 학입니다.
어미와 새끼는 분리된 각각의 존재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소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연결하는 주파수를 공유합니다.
정말 깊이 이어진 존재들은 삶과 죽음을 넘어서 연결됩니다.
네 번째는 떠나가는 말, 알에서 깨어나는 새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 있던 친구 말이 떠나갑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꿈꾸는 세계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한 존재가 알을 깨고 새로운 세계를 만났습니다.
다섯 번째는 닭입니다.
한음(翰音)은 닭에 대한 시적인 표현입니다.
중부 자체가 알을 품고 있는 닭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닭은 날 수 있지만 높이 날아 멀리 가지는 못합니다.
이어지는 소과와 연결되는 상징입니다.

중부를 상징하는 하나의 언어를 찾으라면 5효의 ‘유부연여(有孚攣如)’입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생명과 존재들이 이어져 있는 모습입니다.
사랑을 의미하는 이 두 글자는 한참 보게 만듭니다.
연(戀)과 연(攣).
서로 이어진 두 사람을 보여주는 이 글에서 한 글자에는 마음(心)으로 이어져 있고, 또 한 글자는 손(手)을 맞잡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이어진 두 사람은 연인(戀人)이고, 손을 맞잡고 있는 이들은 사람을 넘어선 모든 생명들입니다.
중부의 저자가 사랑을 뜻하는 여러 글자 중에서 연(攣)이라는 말을 선택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세상 모든 만물은 두 손을 마주 잡고 있듯이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주역 상경의 큰 흐름은 이상과 현실의 조화입니다.
주역 하경의 큰 흐름은 사랑과 평화의 실천입니다.
중부가 사랑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라면, 소과(小過)는 평화의 실천을 이야기 합니다.
주역 하경에는 정말 여러 이야기가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주역 공부는 마음 공부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읽고 의식 진화의 길을 걸을 때 사회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자기 마음 공부를 하는 두 가지를 통합하는 경우에 완성도가 높습니다.
소과는 이 둘을 통합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통합된 상태를 ‘현존(現存)’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소과의 현존(現存)은 너무 많이 하지도 않고 동시에 멈추지도 않습니다.

소과의 상징은 ‘어린 새의 날개 짓’입니다.
소과의 괘상(卦象)을 자세히 보면 양 옆으로 날개, 가운데에 새의 몸통이 보입니다.
이 새는 중부의 사랑과 믿음을 받으며 이제 깨어나서 얼마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어미 새의 품 안에 있을 수 만 은 없습니다.
소과의 새는 자기 힘으로 날아야 하지만 멀리가거나 높이 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평화를 이루는 것도 이렇습니다.
우리 각자 각자가 삶에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마음써야 하지만 내 삶의 한계가 있어서 지나치게 많은 걸 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러나 지치지 말고 매일 매일 해나가는 삶의 과제를 실천하는 겁니다.
매일 매일 기도하고, 매일 매일 채식하고, 매일 매일 사랑하고, 매일 매일 나와 얼굴을 마주보는 이웃을 부드럽게 대하고, 매일 매일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어 갑니다. 현존(現存)합니다.
소과는 이렇게 현존(現存)의 생활 혁명을 실천하는 평화 운동가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이렇게 사는 사람을 불편해합니다. 그들의 실천하는 삶의 자세는 주변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만들어내는 평화의 힘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과는 늘 지혜로워야 하고, 지나치다는 느낌이 있을 때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기제(旣濟)와 미제(未濟) 두 이야기만 남았습니다.
긴 시간의 공부를 이어왔습니다.
중부와 소과의 삶을 통해 우리 의식은 기제와 미제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61. ☴☱ 풍택중부 風澤中孚


中孚 豚魚 吉. 利涉大川. 利貞.
중부 돈어 길  이섭대천 이정

어미 새가 알을 품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 믿고 사랑한다.
중부의 믿음과 사랑은 돈어처럼 말하지 못하고 느낌을 나눌 수 없는 물 속 생명들에게도 전달된다. 한 마음으로 큰 강을 건너자.

彖曰 中孚 柔在內而剛得中 說而巽 孚乃化邦也 豚魚吉 信及豚魚也 利涉大川 乘木舟虛也
단왈 중부 유재내이강득중 열이손 부내화방야 돈어길 신급돈어야 이섭대천 승목주허야
中孚以利貞 乃應乎天也.
중부이이정 내응호천야

중부의 믿음은 마음 안에 부드러움이 가득하고 믿음을 지켜나가는 강한 의지가 중심을 잡고 있다. 중부는 기쁨을 누리고 자기를 낮춘다. 중부의 믿음은 온 세상으로 퍼져나간다. 그래서 돈어에게까지도 그 사랑이 전해진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믿음이 있으면 배를 타고 강을 건널 수 있게 된다. 그 배는 지금 비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 배를 탈 수 있다.
중부의 믿음은 땅에서 뿐만 아니라 하늘도 감응한다.

象曰 澤上有風 中孚 君子以 議獄 緩死.
상왈 택상유풍 중부 군자이 의옥 완사

연못 위에 바람이 불고 물결이 퍼져가듯이, 감옥에 갇힌 사람에 대하여 잘 판단하고, 가능한 죽여서는 안된다.

1.
初九 吉 有他 不燕.
초구 우 길 유타 불연
象曰 初九虞吉 志未變也.
상왈 초구우길 지미변야

하루밤에 천리를 달리는 검은 무늬를 가진 흰색 호랑이 추우(騶虞)처럼, 추우는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마음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불편하다.

2.
九二 鳴鶴在陰 其子和之 我有好爵 吾與爾靡之.
구이 명학재음 기자화지 아유호작 오여이미지
象曰 其子和之 中心願也.
상왈 기자화지 중심원야

학이 산그늘에서 우는데도 새끼는 어미의 소리를 듣는다. 그 마음의 중심이 서로 공명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좋은 술이 있어 그대와 함께 마시고 싶다.

3.
六三 得敵 或鼓或罷或泣或歌.
육삼 득적 혹고혹파혹읍혹가
象曰 或鼓或罷 位不當也.
상왈 혹고혹파 위불당야

어미 새가 알을 품다 적을 만났다.
북을 치기도 하고, 물러서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소리치기도 한다.
어미 새가 앉은 자리가 적절하지 않았다.

4.
六四 月幾望 馬匹亡 无咎.
육사 월기망 마필망 무구
象曰 馬匹亡 絶類 上也.
상왈 마필망 절류 상야

보름이 되어 달이 차올랐다. 이제 새끼가 깨어 나올 시간이다.
말이 짝을 잃었다. 짝을 떠나 더 높은 곳으로 향해 갔다.

5.
九五 有孚攣如 无咎.
구오 유부연여 무구
象曰 有孚攣如 位正當也.
상왈 유부연여 위정당야

믿음으로 서로 손을 잡는다. 우리는 서로 믿고 사랑하며 바르게 선다.

6.
上九 翰音 登于天 貞 凶.
상구 한음 등우천 정 흉
象曰 翰音登于天 何可長也.
상왈 한음등우천 하가장야

닭(翰音)이 하늘을 난다. 날아봐야 얼마나 날겠나? 꿈깨라.



62. ☳☶ 뇌산소과 雷山小過


小過 亨 利貞. 可小事 不可大事 飛鳥遺之音 不宜上宜下 大吉.
소과 형 이정. 가소사 불가대사 비조유지음 불의상의하 대길

조금 과한 것도 필요한 때가 있다. 현존(現存)한다.
작은 일에는 문제가 없지만 큰 일을 이렇게 할 수는 없다.
새가 하늘을 날더라도 소리는 아래로 내려오듯이 지나치게 위로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적절한 정도에서 아래로 내려와서 날아야 한다.

彖曰 小過 小者過而亨也. 過以利貞 與時行也. 柔得中 是以小事吉也.
단왈 소과 소자과이형야. 과이이정 여시행야. 유득중 시이소사길야
剛失位而不中 是以不可大事也. 有飛鳥之象焉. 飛鳥遺之音不宜上宜下大吉 上逆而下順也.
강실위이부중 시이불가대사야. 유비조지상언.  비조유지음불의상의하대길 상역이하순야

조금 과하더라도 괜찮다는 것은 그런 지나침이 적절한 때가 있고 현존(現存)하기 때문이다.
부드러움이 중심에 있어 작은 일은 문제가 없지만, 힘을 써야 하는 강함은 적절한 자리를 잡지 못했고, 중심을 잃어 큰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소과는 가운데는 새의 몸통, 양 옆은 새의 날개로 그려지는 날아가는 새의 형상을 하고 있다.
새가 하늘을 날지만 소리는 아래로 내려오듯 오르지 않고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은 많이 지나친 것은 순리에 어긋나고, 어느 정도 하고 나면 그치고 내려오는 것이 순리라는 의미이다. 현존(現存)하라는 것이다.

象曰 山上有雷 小過 君子以 行過乎恭 喪過乎哀 用過乎儉.
상왈 산상유뢰 소과 군자이 행과호공 상과호애 용과호검

산 위에서 번개가 칠 때 긴장하고 몸을 낮추는 것처럼 우리는 생각과 실천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한다.
작은 일이라도 상대를 공경하고, 상실의 아픔을 느끼는 사람을 위해 진정으로 애도하고,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각하고 검소하게 생활한다.

1.
初六 飛鳥 以凶.
초륙 비조 이흉
象曰 飛鳥以凶 不可如何也.
상왈 비조이흉 불가여하야

새가 하늘 높이 난다. 스스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2.
六二 過其祖 遇其妣 不及其君 遇其臣 无咎.
육이 과기조 우기비 불급기군 우기신 무구
象曰 不及其君 臣不可過也.
상왈 불급기군 신불가과야

할아버지를 지나 할머니를 만난다. 임금까지 가지 않고 신하를 만난다.
조금 더 하더라도 많이 지나치게 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3.
九三 弗過防之 從或戕之 凶.
구삼 불과방지 종혹장지 흉
象曰 從或戕之 凶如何也.
상왈 종혹장지 흉여하야

조금 과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할 때는 자기를 보호하는 것도 동시에 조금 더 철저하게 해야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혹시 쫓아와서 해칠 지도 모른다. 안전 장치없이 나를 드러내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 않겠나?

4.
九四 无咎 弗過 遇之 往厲 必戒 勿用永貞.
구사 무구 불과 우지 왕려 필계 물용영정
象曰 弗過遇之 位不當也 往厲必戒 終不可長也.
상왈 불과우지 위부당야 왕려필계 종불가장야

무리해서 만나지 않는다. 지금 있는 자리가 적절하지 않다. 내 생각대로 조금 과하게 해보면 불편해지고 위험하기도 하다. 반드시 경계하고 뒤돌아봐야 한다. 내 생각대로 하는 게 꼭 옳은 것도 아니고 오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5.
六五 密雲不雨 自我西郊 公弋取彼在穴.
육오 밀운불우 자아서교 공익취피재혈
象曰 密雲不雨 已上也.
상왈 밀운불우 이상야

하늘에 구름이 가득한데 비가 내리지 않는다. 구름이 높이 올라가 있다.
나는 서쪽 교외에서 왔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조금 과하게 보일 수 있지만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화살에 끈을 묶은 주살을 쏘아 동굴에 숨어있는 그를 사로잡았다. 그와 나는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도록 함께 해야 할 과제가 있다.

6.
上六 弗遇 過之 飛鳥離之 凶 是謂災眚.
상륙 불우 과지 비조리지 흉 시위재생
象曰 弗遇過之 已亢也.
상왈 불우과지 이항야

만나지 못하고 지나갔다. 너무 높이 날아올랐다. 새가 그물에 걸렸다. 스스로 불러들인 일이다. 현존(現存)하지 못했다.

 





김재형
빛살 김재형 이화서원 대표. 전남 곡성에서 이화서원이라는 배움의 장을 만들어 공부한다. 고전 읽는 것을 즐기고 고전의 의미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있다. '시로 읽는 주역', '아름다운 세 언어 동아시아 도덕경', '동학의 천지마음', '동학편지' 를 책으로 냈다. 꾸준히 고전 강의를 열어 시민들과 직접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