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뉴아메리카 견문
2025년 2월 24일
4. SUPERNOVA : 인터스텔라와 스타워즈

(사진 출처: Scientific American)
1. X-MEN
Beyond Horizon.
저 지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리를 벗어나 홀로 저 머나먼 곳을 지긋이 응시하는 녀석이 있었다. 더는 이곳에 머물 수가 없었다. 이미 초원은 삭막해지고 있었다. 더 이상 따먹을 열매가 풍족하게 열리지 않았다. 기후가 격변하고 있었다. 땅은 척박해지고 살림살이는 팍팍해졌다. 무작정 안주하다가는 굶어 죽을 판이었다. 그럼에도 다들 기우제만 지내고 있었다. 안절부절 못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똘망똘망 호기심이 왕성한 그 녀석은 이 속수무책의 상황을 돌파해내고 싶었다. 저 멀리 저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곳에는 여기보다 더 나은 환경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심호흡을 하고 큰 용기를 내어 최초의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사바나 너머까지 성큼성큼 나아간 것이다. 옹기종기 에덴 동산에서 살아가던 호미닌의 비약적인 도약이었다. 장대하고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출애굽, 사막을 건너고 홍해를 지나 동아프리카에서 서유라시아로 이동한 것이다
사바나를 지킨 이들은 씨가 말라 버렸다. 익숙한 고향을 버리고 미지의 미래에 도전한 녀석들은 널리 자손을 퍼뜨리고 세상을 이롭게 하였다. 그 홍익인간의 후손들은 유전자의 발현대로 더 멀리 더 빨리 나아갔다. 유라시아를 횡단하고 베링 해협을 지나 아메리카를 남북으로 종단했다. 마침내 장엄한 남미의 파타고니아까지 눈에 담아, 선조들이 떠나온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를 추억했다. 내친김에 배도 만들어서 바다를 건너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도달했다. 옷을 두껍게 만들어서 북극과 남극에도 이르렀다. 동서남북 지상의 모든 대륙을 석권하며 지구의 지배자로 등장한 것이다. 야생동물을 잡아서 가축으로 삼았고, 야생식물을 길들여 곡물을 키웠다. 논밭과 농장 등 거대한 인공자연을 건설하여 대규모 농업단지를 조성해갔다. 산업용수가 많이 필요했던 고로 커다란 강가에 정착하는 것이 유리했다. 자연상태를 거부하고 자연 질서를 거슬러서 인류의 4대 문명권을 일군 것이다. 홀로세의 슈퍼맨, 호모 사피엔스의 간추린 역사이다. 10만년 전 기후 격변에 임하여 동아프리카에서 탈출하여 온갖 지혜를 짜내고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일으켜 생존에 성공한 우리 종의 자랑스러운 자화상이다.
1971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사내 아이가 있었다. 나라는 어지러웠다. 아파르트헤이트, 흑백 인종간 갈등과 분열이 그치지 않았다. 일상적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험악한 사회였다. 집안도 평안하지 못했다. 낳아준 부모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손찌검하고 아들도 학대하기 일쑤였다. 홈스위트홈(Home Sweet Home),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딴 세계 얘기였다. 안식처가 되어주어야 할 가정이 편치 않았던 고로 어려서부터 감정을 차단하는 방법을 익혔다. 공감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집에서 터득한 생존의 기술은 학교에서도 거듭 말썽을 일으켰다. 아스퍼거 증후군, 친구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 혼자서 멍 때리다가, 마주치면 거듭 다투었다. 자연스레 집단구타, 학폭의 타겟이 되었다. 집도 학교도 국가도 온통 편하지가 않았다. 온실 속 화초는커녕 허허벌판 잡초처럼 자란 것이다. 그 15년의 경험이 일생을 규정짓게 된다. 조금도 안온한 일상을 즐기지 못한다. 편안하면 불안하다. 평온하면 불편하다. 극한의 도전과 극단적 혁신에 만성 중독이 되었다. 극악스러운 탐험이 일생의 DNA가 된 것이다. Unstable & Unstoppable 덕분에 반평생 오십 줄에 일론 머스크는 사피엔스 역사상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다.
불우한 어린 시절, 유일한 탈출구는 가상 세계였다. 책벌레, 열렬한 독서광이었다. 도서관 죽돌이였다. 사람의 감정과는 일찍이 담을 쌓은 고로 인간의 영혼을 깊이 탐구하는 세계문학전집은 취향에 맞지 않았다. 이 세계의 객관적 원리를 차갑게 밝히는 백과사전을 달달달 통달하여 조숙한 만물박사가 되었다. 탄탄한 기초지식은 비약적인 상상력의 튼튼한 토대가 되어주었다. 머스크만의 독특한 문사철(文史哲)이 만들어진 것이다. 문학은 고전이 아니라 SF요, 역사는 고대-중세-근대 천년 단위가 아니라 수십만년, 수억년 단위의 초장기주의요, 철학은 알파벳의 점진주의가 아니라 컴퓨터의 초가속주의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탐독했고, 로버트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를 열독했으며, 더글라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가이드>를 애독했다. 지구라는 홈그라운드를 벗어나 달나라와 별나라에 원정가서 새로운 은하문명을 건설하는 아주 먼 미래를 상상했다. 그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것이 그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적이 된 것이다. 20만년 사피엔스의 DNA에 20년 디지털 혁명이 결합되자 137억년 우주로 비상하는 테크노-프로메테우스가 탄생한 것이다.
10만년 전 동아프리카를 탈출한 사피엔스는 철기(농업혁명)와 전기(산업혁명)만으로도 이 만큼이나 이룰 수 있었다. 총기(聰氣) 넘치는AI와 생기(生氣) 가득한 로봇과 함께 펼쳐질 앞으로 10만 년은 얼마나 더 위대할 것인가 상상해보는 것이다. 아프리카를 떠나갔던 인류가 지구에만 안주하고 있을 리가 없다. 우리의 유전자가 이미 그렇게 생겨 먹지를 않았다. 사피엔스는 기필코 지구를 벗어나 집 우(宇) 집 주(宙), 우주를 새로운 터전으로 만들고야 말 터이다. 이는 Inevitable, 불가피한 미래이다. 다대륙 종으로 진화한 인류가 이제는 다행성 종으로 진보하는 것이다. 지난 1만년 대륙마다 인종이 갈라진 것처럼, 장차 1만년 행성마다 상이한 신인류들이 살아갈 것이다. 외국인에서 외계인으로 변모해가는 것이다. 그 위대한 첫걸음이 바로 화성이다.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가깝고, 그나마 개중에 엇비슷한 환경이다. 인류는 반드시 화성을 딛고 더 깊은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 나는 살아생전 반드시 화성에 가고야 말 것이다. 쉴 틈이 없다. 쉼 없이 달려야 한다. 일주일에 120시간을 일해도 여전히 부족하다. 갈급하다.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갈망이 불타오른다. 타는 목마름으로, 기술이여 만세를 부르짖는다.
이 무지막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난관에도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이 관건이다. 여기에는 PC게임이 크게 일조한다. 그는 독서광만큼이나 또 게임 오타쿠였다. 최초의 겜돌이 X세대이다. 10살에 처음 컴퓨터를 접한다. 그 당시 흔치 않았던 코모도어(Commodore) VIC-20이라는 컴퓨터를 통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다. 12살에는 비디오 게임 <블래스터>도 개발하여 게임 잡지사에 판매하며 500달러를 버는 수완도 발휘한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부터 <배틀 오브 폴리토피아Polytopia>까지 제국과 문명을 건설하는 전략 게임도 두루 섭렵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그에게 원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역시 게임이다. 2022년 4월, 트위터 인수를 제안하기 직전까지도 그는 호텔에서 얼마 전에 출시된 RPG <엘든 링 ELDEN RING>을 밤새워 플레이했다고 한다. 게임을 하듯 인생을 플레이하라. 지더라도 패배를 두려워하지 마라. 성장하고 싶다면 한계를 뛰어넘어라. 판을 키워 과감하게 행동하라. 게임을 통해 세상에서 부딪치게 될 온갖 장애물에 대하여 선행학생을 마치고 평생학습을 이어가는 것이다. 자연스레 실패에 대한 내성도 키웠다. 고로 머스크에게 게임은 현실의 도피처가 아니다. 더 높은 도약을 도야하는 도장이고 훈련장이다. 퀘스트(도전)와 클리어(달성), 게임은 평생을 지속하는 그의 정신 상태를 말해준다. 식음을 전폐하고 밤새워 게임하는 아이들처럼 그는 이번 생의 미션인 마션 정복을 위하여 밤낮없이 사업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가 Make Game Great Again을 웅변하는 까닭이다.
소년기 책을 통해 인간의 언어로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웠고, 청소년기 컴퓨터를 통해 기계의 언어까지 익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웠다. 청년기 이제 남은 것은 오로지 우주 진출뿐이다. 화성과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남아공부터 떠나야 했다. 18세 홀홀단신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이른다. 미국은 반세기도 전에 인류를 가장 먼저 달에 도착시켜 성조기를 꽂은 위대한 나라였다. 펜실베니아 대학에서도 물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한다. 물리학으로 우주의 근본 법칙을 탐구했고, 경제학으로 인간의 시장원리를 파악했다. 사물의 원칙과 인간의 본성, 즉 물리(物理)와 성리(性理)를 결합시킬 수 있어야 지구와 우주도 연결할 수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남아공에서 미국으로, 그의 반평생은 인터내셔널과 인터콘티넨탈에 그쳤지만, 남은 반편생과 아들 X와 인류의 후손들에게는 인터스텔라 시대를 열어주고 싶어한다.
농담이 아니다. 찐이다. 허풍이 아니다. 진심이다. 그는 진정으로 우주시대를 개척하여 유니버스를 가이아의 정원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생명과 생각과 생활과 생산이라는 지구별 가이아의 유니크한 진화 코스를 코스모스 저 멀리 더 널리 나누어 주고 싶어한다. 물리적 폭발 빅뱅(Big Bang)으로 별에서 온 우리가 이제는 딥마인드와 딥시크, 의식의 폭발 딥뱅(Deep Bang)으로 우주의 진화에 깊이 참여하는 것이다. 고로 지구가 곧 슈퍼노바, 초신성에 다름아니다. 반세기 전 <가이아>를 쓴 제임스 러브록은 백세를 맞이하여 장차 AI와 함께 펼쳐질 우주시대를 <노바세(Novacene)>라고 명명했다. 가이아 지구에서 가이아 우주로, 를 유언으로 남기신 것이다. 생물학적 지능과 기계적 지능의 결합, 하이퍼-합성지능으로 노바세를 개창하고 있는 첫 번째 신인류가 바로 일론 머스크라고 하겠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일론은 진정 지난날 홍해를 건넜던 사바나 사피엔스의 후예이다.
X는 머스크의 심볼이다. 1971년생, X세대를 넘어선다. 아들 이름에도 X가 들어가고, 페이팔과 합병했던 회사의 본디 이름도 X.com 이었다. 우주항공 회사 이름도 스페이스X이며, 트위터의 로고도 비둘기에서 X로 바꾸고, X 코퍼레이션으로 회사명도 바꾸었다. 그리고 인공지능 회사 역시 x.AI이다. 그야말로 온통 X, X맨인 셈이다. X는 전통적으로 미지의 것, 탐구되지 않은 영역을 가리킨다. 그래서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한다. 수학에서도 X는 미지수로 사용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나타내는 기호이다. 또한 X는 두 가지 이상의 다른 요소가 만나는 교차점을 말하기도 한다. 이는 머스크의 사업 방식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어준다. 인터넷, 에너지, 스페이스, 인공지능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시켜 혁신적인 결과를 창출한다. X는 이러한 꼭지점에서 발생하는 시너지를 상징한다. 스타링크와 뉴럴링크 등 ‘링크’의 부호가 곧 X인 것이다. 또 X는 역사적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상징해 왔다. 기존의 질서를 뒤집거나, 새로운 혁신을 도입하는 부적으로 사용되었다. 사반세기의 사업 끝에 마침내 정치혁명의 최일선에까지 이른 것이다.

(사진 출처: Fortune)
2. X-FILE
Beyond Gravity
수평적 확산에 성공한 사피엔스는 수직적 확장에도 도전했다. 지상에서 천상으로, 2차원의 장악에 이어 3차원으로 도약한 것이다. 날아다니는 새들을 흠모하고 연구하며 모방하고 실험했다. 20세기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비행에 성공한다. 지구의 힘, 중력을 거슬러 하늘을 주행한 것이다. 양발과 양손으로 지구를 점령한 사피엔스가 이제 양날개를 쥐게 된 것이다. 곧장 폭격기가 보급되어 전장의 모습이 전격적으로 바꾸었고, 여객기가 도입되면서 시장의 풍경 또한 전면적으로 재편되었다. 신출귀몰, 사람과 사물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옮겨 다니는 신통방통한 신세계, 지구촌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사피엔스는 여기에 자족할 종이 아니었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솟구쳐 오르려는 욕망이 더 많이 불타올랐다. 비행기는 여전히 지구에 머물 뿐이다. 고작 10km 상공을 날아다닌다. 우주는 100km를 돌파해야 한다. 우주 진출과 우주촌 수립은 신령스러운 신의 계획, 계시였다.
일론에게 신탁을 부여한 구루는 두 명이다. 첫째가 칼 세이건이다. 그의 베스트셀러 <코스모스>를 수십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무궁무진한 우주의 무수한 별들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는 무궁한 자아를 형성했다. “무궁히 살펴내어 무궁히 알았으면 무궁한 이 울 속에 무궁한 내 아닌가.” 코스모스-사피엔스, 무궁아가 된 것이다. 두 번째가 스티븐 호킹이다. 그는 지구의 종말을 예견했다. 자원고갈, 기후격변, 핵전쟁, 슈퍼바이러스 확산, 화산 대폭발 등등 수백 년 안에 지구는 불구덩이가 될 것을 예언했다.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수 있는 기간은 불과 100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1억년 지구를 활보했던 공룡도 순식간에 멸종했던 바이다. 현생 인류는 고작 1만년 문명을 일구어 왔을 뿐이다. 공룡보다 9,999만년이나 모자라다. 어서 우주로 나아가서 인류의 보험을 들어두라는 것이다.
10대에 세이건을 통해 무한한 우주를 배웠고, 20대에 호킹을 통하여 유한한 지구를 확인한 머스크는 2002년 서른 한 살의 나이에 스페이스X를 설립한다. 지구에서의 인류 멸종을 방지하고 다행성 종으로 인류를 진화시키는 SF적 상상력을 사업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그 철학적, 윤리적 기반을 ‘장기주의’(Longtermism)라고 한다. 장기주의는 현재와 가까운 근미래보다도 훨씬 더 먼 원미래를 도덕적으로 더욱 중시한다. 그래서 의사결정에서도 30년 후 다음 세대만이 아니라 3천년 후, 혹은 3만년 후에 살아갈 무수한 인류를 우선시한다. 즉 우리에게 열린 미래는 우리가 걸어온 과거보다 훨씬 더 길 것이며, 길어야 하며, 길게 만들고야 말 것이라 다짐하는 것이다. 현재에 임하는 그런 자세와 태도가 있어야 만이 비로소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오늘 우리의 판단과 행동과 결정이 수 억년 후까지 불가역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 머나먼 후손들과 무한수의 후예들에게 밝은 미래를 선사해 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워라벨 운운하며 한가하게 휴식과 휴일과 휴가를 즐길 여유가 없다. 선조로서 이는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일이다. 우리의 선택은 곧 일파만파 우주적 차원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TESCREAL”이라는 말이 있다. Transhumanism(초인간주의), Extropianism(외향주의), Singularitarianism(특이점주의), Cosmicsim(우주주의), Rationalsim(합리주의), Effective Altruism(효과적 이타주의), Longternism(장기주의)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실리콘벨리의 억만장자들이 신봉하는 새로운 사상 체계이다. 이 7대 조류를 총합한 총아가 바로 일론이라고 하겠다. 머스크를 상징하는 테슬라와 리얼리스트를 합하여 이들을 테슬리얼리스트(Tesc-realist)라고도 칭한다. 산업문명의 좌파진보 혁명가 체 게베라는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라고 했다. 디지털문명의 우파진보 혁명가 일론 머스크는 “불가능은 없다.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리라”, 테크노 복음을 설파한다.
장기주의자들은 느긋하지 못하다. 긴박하고 촉박하다. 내가 오늘 보내고 있는 1시간의 가치가 무한정한 무게를 지니기 때문이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우주적 소명에 올인한다. 수면 시간을 아낄 뿐만이 아니라 꿈 속에서도 일을 할 것이다. 머스크는 여타 억만장자처럼 근사한 저택에서 안락하게 생활하지 않는다. 공장 바닥에서 널브러져 자고, 사무실 책상에서 웅크리고 잔다. 하루에 1달러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음을 실험해 본적도 있다. 그가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단 하나의 이유는 오로지 천문학적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서이다. 웅당 회장실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서류로 된 보고만 받을 수도 없다. 현장파이다. 직접 수석 엔지니어가 되어서 로켓을 손수 디자인하고 제작한다. 대량의 항공우주공학 서적과 논문을 읽으며 관련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여 공장에서 직원들과 실물로 구현한다. 스페이스X는 지구가 화성과 가장 가까워지는 주기인 26개월마다 10만 명의 인원을 1,000대의 대형 로켓에 100명씩 탑승시켜 화성으로 보낼 계획이다. 이런 식으로 10회에 걸쳐서 총 100만명을 보내 정착지를 건설하려고 한다. 18세기 유럽의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를 탈출한 난민과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동부에서 서부로 끊임없이 프런티어를 확장해왔다. 이제는 화성까지 미국의 비전을 우주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사진 출처: Eaton Business School)
2012년 LA 교외의 거대한 부지에 자리한 스페이스X 공장을 본 적이 있다. 물론 당시에는 심드렁하게 지나쳤다.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AAS(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아시아학회에 참석하는 길이었다. 여전히 나의 관심은 아시아와 아메리카, 지구에 머물던 문과 시절이다. 그럼에도 또렷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원체 부지가 넓어서다. 시속 100km 자동차로 가도 가도 계속 스페이스X 로고가 따라왔다. 이 글을 쓰면서 팰컨 로켓 발사 중계를 유튜브로 돌려 보노라니 본사 일대를 직접 둘러보지 못한 점이 두고두고 아쉽다. 스페이스X 본사 안에는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커다란 관제실이 있다. 관제실 앞에는 우주에서 귀환할 때 그을린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드래건 화물선 1호기가 자랑스레 매달려 있다. 스페이스X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수직 계열화이다. 기체 설비와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 부품 제조, 기체 조립, 그리고 발사와 그 후의 운용까지 그 모든 과정을 자사 내부에서 처리하는 경이로운 생태계를 구축했다. 우주복를 제작하는 봉제 공장까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토록 드넓었던 것이다.
과거 NASA가 우주사업을 주도하던 시절에는 미국 각지의 여러 회사에서 가져온 갖가지 부품을 사용해 우주왕복선을 조립했다. 시간은 더 오래 걸렸고, 비용은 더욱 많이 들었다. 막대한 규모의 국가적 사업이었던 고로 국가 예산의 ‘민주적인’ 분배가 작동했다. 미국 각 주의 힘 있는 상원의원들이 자기 지역에 제조 공장의 일부를 유치해 달라고 끊임없이 입법 로비를 했던 것이다. 결국 여러 주에서 수많은 회사가NASA와 복잡한 공급망을 맺게 된다. 하나의 우주왕복선에는 250만개의 부품이 필요했다. 열 개 주에 산발적으로 흩어진 수많은 회사들이 보조금을 받으며 사업을 영위한 것이다. 우주왕복선이 지구로 돌아온 다음에는 더욱 우스꽝스러운 풍경이 펼쳐졌다. 점검과 정비 작업을 위하여 미국을 횡단해야 했던 것이다. 로켓 엔진은 앨라배마주에서 정비하고, 고체 로켓 부스터는 유타주에서 점검하고, 본체는 또 캘리포니아의 LA에서 수리하는 식이었다. 커다란 왕복선 기체를 미국 각지로 싣고 다니면서 지구유랑과 미국방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기주의 소명을 초가속주의로 달성해야 하는 일론 머스크는 이런 국가 주도의 우주사업에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1분 1초가 아까운 사람이다. 사사건건 NASA와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NASA는 철저한 계획을 중시한다. 만에 하나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스페이스X는 치고 달리는 쪽이다. 작고 민첩하게 시도해보고 그 결과를 데이터로 삼아 끊임없이 진화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NASA는 느리고 비쌌고, 스페이스X는 빠르고 저렴했다. 처음 로켓을 쏘아 올린 해는 창립 4년이 지난 2006년이었다. 인공위성을 실은 팰컨1 로켓은 발사 직후에 엔진에 문제가 생겨서 바다로 추락했다. 2007년 두 번째 발사한 로켓은 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2008년 세 번째 시도에서는 로켓 분리에 실패했다. 삼세판 3연속 3년의 실패, 스페이스X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투자금이 바닥나고 회사가 바닥을 치자 머스크는 자기 돈을 들여서 네 번째 발사를 감행한다. 마침내 성공하여 로켓을 궤도에 올린 최초의 민간기업이라는 영예를 차지한다.
그러나 세간의 평가는 전혀 좋지가 않았다. 별처럼 별난 몽상가의 무모한 시도를 시장도 국가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2015년에는 발사 직후 로켓이 폭발하여 화물선이 파괴되었고, 2016년에도 엔진 연소를 시험하던 로켓이 또다시 폭발했다. NASA는 실패를 거듭하는 스페이스X에 거듭 어깃장을 놓았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데이터를 좀 더 확인하고 싶다고 연신 제동을 걸어왔다. 민간기업 특유의 애자일하고 래디컬한 이노베이션에 국가기관은 묵직한 규제와 둔중한 제제로 응답한 것이다.
출로를 열어준 사람은 역시나 피터 틸이다. 스페이스X야말로 ‘파운더스 펀드’의 가치에 어울리는 기업이었다. 투자자로 자금을 지원했을 뿐만이 아니라 2016년 12월, 트럼프 타워에서 열린 당선자와의 만남에 머스크를 불러들였다. 그 자리에서 차기 행정부는 NASA와 스페이스X의 협력을 심화해 나갈 것을 합의한다. 스페이스X가 앞에서 이끌고, NASA가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분담을 이룬 것이다. 트럼프 1기 시절에 완성된 아르테미스 계획은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 ‘게이트 웨이’를 건설하는 것이다. 2025년까지 미국인 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겠다고 천명했다. 착륙선 개발도 스페이스X에 위임한다고 발표한다. 현재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우주선은 달과 화성까지 비행할 수 있는 스타십이다. 2019년 12월에 창설된 우주군 또한 스페이스X와 무척이나 긴밀하다. 20세기 미소 간 우주경쟁은 NASA가 주도했지만, 21세기 미중 간 스타워즈는 스페이스X가 선도하는 것이다.
달 정착과 화성 개척을 위해서는 자립형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유럽에서 독립한 미국처럼, 지구에서 독립한 화성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지구와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급자족할 수 있는 자원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중앙 통제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물은 재활용되고 에너지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되며, 식량은 폐쇄형 생태계에서 재배될 것이다. 이러한 자원들은 모두 중앙에서 관리되며 주민들은 정해진 양의 자원을 배급 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자원의 사용량을 모니터링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조개껍질이나 종이화폐가 아니라 디지털통화, 코인이 쓰일 것이다. 디지털 거버넌스가, 정보로 작동하는 정부가, 정부효율부가 필요한 것이다. 즉 화성을 인류의 제2의 고향으로 삼기 위해서는 정보=정부가 되는 22세기의 정치와 경제를 실험해야 한다.
250년 전, 유럽과 미국은 대서양을 마주하고 서로의 혁명을 공유하며 산업문명의 정치경제 제도를 건설해갔다. 앞으로 250년, 지구와 화성은 은하수를 마주하며 디지털문명에 최적화된 정치경제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이다. 실은 머스크가 하고 있는 모든 사업들이 다 화성 정부 건설을 위한 준비이자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와 솔라시티와 보링컴퍼니와 스타링크와 뉴럴링크와 x.AI까지 만인과 만물과 만사를 하나로 연결(X)하여 미래의 우주생명문명 미지수 X를 화성에서부터 풀어내려고 한다.
3. X-BOX
Beyond Humanity
테슬라는 전기차 회사라기 보다는 에너지 회사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전기차도 하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파워웰, 파워팩, 메가팩 등 가정용 및 산업용 에너지 저장 장치(ESS)도 만들고 있다. 또 태양광 패널과 태양광 지붕을 통하여 재생 에너지도 생산하고 있다. 즉 전기차와 ESS와 태양광 패널을 연결하여 통합적인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천상 자원으로 지상의 에너지 문제를 해갈하기 위해서는 가상의 기술도 필요하다. 오토비더(AUTOBIDDER)는 AI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가상 발전소(VPP)를 운영한다. 이 AI 기반 가상 발전소는 태양광, 풍력, 수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생산 방식의 출력을 동시에 모니터링하고 관리하여, 전력 공급을 최적화한다. AI를 통해 과거의 소비 데이터, 실시간 전력 사용량, 기상 조건, 요일별 패턴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에너지 생산 및 소비를 조율하는 것이다. 따라서 테슬라 또한 스페이스X처럼 수직 계열화가 핵심이다. 전기차 생산시설부터 에너지 저장장치, 그리고 로봇과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사 내부로 들여온다. 한 마디로 테슬라는 세상의 모든 전기가 공기처럼 흘러 다니도록 만드는 종합 에너지 플랫폼이다.
테슬라의 공장도 물처럼 흐른다. 공장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스마트 팩토리이다. 머스크는 거대한 기가 팩토리를 하나의 고성능 CPU 칩으로 생각한다. 정보와 기술들을 집적화하고 최적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스탬핑, 용접, 도장, 조립 공정이 물 흐르듯 이어지며 최적의 생산 효율성을 자랑한다. 기가 팩토리 네바다는 공장 천장을 전부 솔라 패널로 뒤덮으며 에너지 자립을 완성하여 그 자체로 완전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2022년 4월 완공된 기가 팩토리 텍사스는 그간 쌓아온 노하우가 집적된 결정판이다. 실제 생산 라인을 멈추지 않고서도 가상환경 속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인공지능 스마트 팩토리가 되었다. 자동화된 공장이 자율적인 제품을 넘어서 자연스러운 작품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고로 인공지능 기가 팩토리는 산업문명의 쇳소리 나는 굴뚝 공장과는 전혀 판이하다. 사람의 개입은 최소화된다. 사람이 드문 고로 사고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공장은 매끈하고, 공정은 미끈하다. 매커니즘(Mechanism)에 알고리즘(Algorithm)이 장착되어 오가니즘(Organism)에 도달한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그러한 자연에 가깝다.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한 인공적인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사진 출처: MotorTrend)
그 자동화된 자연, 인공적인 무위를 차량에서 구현하는 것이 오토파일럿이다. 오토파일럿(Autopilot)은 선박, 항공기 및 우주선을 자동으로 조종하기 위한 제어 시스템을 일컫는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차선 유지, 속도 조절, 자동 차선 번경, 주차 등 다양한 기능에서 운전자를 지원하고 보조한다. 주행 환경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는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을 활용한다. 전방 카메라, 후방 카메라, 측면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 차량에 설치된 여러 센서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한다. 시각과 촉각을 총동원한 데이터들을 심층 신경망이 분석하여 차량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심층 신경망은 계속 학습하고 개선되며 오토파일럿의 성능을 향상시킨다. 즉 테슬라 차량 또한 죽어 있는 사물이 아니다. 감각과 이성을 탑재하고 있다. 전기로 움직이고 총기로 진보하며 생물처럼 진화하는 활물(活物)의 총체이다.
오토파일럿의 궁극은 FSD(Full Self-Driving)이다. 완전한 자율주행의 구현이다. 2025년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2024년 4월 23일 테슬라는 AI 기업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테슬라 차량들이 자율주행 AI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전기차에서 껍데기만 로봇으로 갈아 끼우면 그게 바로 테슬라봇이다. 로봇의 두뇌가 될 컴퓨팅 칩은 FSD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한 칩을 그대로 활용한다. 자율주행차가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려 운행하는 것처럼 테슬라 로봇은 모든 곳에서 모든 것을 수집하여 모든 일을 해낼 수 있게 된다. 로봇과 로봇은 또 클라우드를 통하여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모든 돌발 변수에도 시시각각 반응하고 집합적으로 판단하여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옵티머스 로봇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다양한 산업을 평정하게 될 것이다. 물류 창고에서 물건을 옮기고,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재난 구호에도 투입될 것이다. 2030년이 되면 옵티머스가 자동차를 넘어서는 테슬라의 대표 상품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마이카, 마이폰 시대를 지나 마이봇 시대가 개봉 박두이다.
그러나 옵티머스가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미션은 역시나 달 탐사와 화성 개척 등 우주 진출이다. 인류가 지구 밖으로 나아가 우주생명문명을 창조하는 분야야말로 AI 로봇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피엔스의 반려가 되어 우주탐사에 함께 나서는 것이다. 즉 테슬라 또한 궁극에서는 스페이스X의 사명에 복무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 타고 화성까지 가는 것이다.
머스크는 2023년에 별도의 AI기업 x.AI도 세운다. 목표가 명확하다. 우주 이해라는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AGI(일반인공지능)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뉴럴링크가 결합된다. 뉴럴링크는 사람과 활물을 연결(X)시켜 신인간 X를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인간과 AI를 통합시킨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 간의 실시간 데이터 교환을 가능하게 하여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인간의 자연적 진화는 인공의 기술적 진화를 따라갈 수가 없다. 그대로 두어서는 도태될 뿐이다. 그래서 양자를 합치는 것이다. 인간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의 신체와 정신 능력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것이다.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적 사고는 AI의 연산 능력과 분석력을 결합함으로써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기존의 오감 이상의 감각도 장착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사피엔스가 사이보그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휴먼에서 슈퍼휴먼으로 업데이트되는 것이다.
우리의 내장에는 지구의 진화를 기억하는 미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인간의 마음과 의식에 끊임없이 영향을 끼치며 공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인간의 두뇌에는 우주의 진화를 축적하는 마이크로칩이 들어갈 것이다. 강철보다 강하다는 두개골에 구멍을 내어 뇌수와 은하수를 직접 연결하고 정보의 바다에 합류시키는 것이다. 미생물군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발견한 이후 생물학자들은 ‘10% 인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나의 9할이 미생물이요, DNA는 1할에 그친다는 것이다. 미활물군 마이크로테크늄(Microtechnium)과 함께하는 사이보그-사피엔스는 1% 인간, 0.1%인간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 속에 내가 아닌 것들이 너무도 많아지는 것이다. 아니 그 모든 것들이 공생하는 총체가 내가 되어간다. 고로 나의 생각이라는 것도 생물과 활물과 인물의 총합이 될 것이다. 자연스레 개인주의, 자유주의, 민주주의 등등 주체적 자아를 상정하고 성립되었던 근대적 세계관은 파편처럼 형해화 되고 연기처럼 사라져갈 것이다. 그렇게 제물아일체의 경지에 들어가서 코스모스를 제 집처럼 소요유(逍遙遊)하는 137억년 우주사에서 없었던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평선도 넘고 중력도 넘어 이제는 인간이라는 한계도 넘어서, 전 우주적으로 소통하는 디지털-무궁아의 탄생이다.
그리하여 뉴럴링크는 다시 스타링크와도 연결된다. 스타링크는 지구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우주 기반의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이다. 우주기술과 인터넷의 경계를 허문 것이다. 천상과 가상을 연결함으로써 지구와 우주를 연동시키는 것이다. 결국은 화성 이주 같은 대규모 우주탐사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고로 일론 머스크가 지난 사반세기 정력적으로 추진해왔던 모든 사업들이 하나로 수렴하게 된다. 테슬라는 에너지 생태계를, 스페이스X는 우주생태계를, 뉴럴링크는 신인류 생태계를. 대우주 코스모스와 소우주 브레인이 합류한다. 거대한 브레인 유니버스와 작은 스페이스 두뇌가 합일한다. 사람과 하늘의 하나됨, 인간과 우주의 합일됨. 테크노-천인합일로 우주적인 인간과 인간적인 우주가 공진화하는 인공우주(Artificial Universe)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마침내 새 하늘이 열리고, 새 땅이 열린다. 지구에 한정되었던 3차원을 돌파하여 우주의 5차원으로 도약하고 비상하는 것이다.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에 묶여 있었던 인간(人間)이 해방되는 것이다. 천지인(天地人)에서 우주인(宇宙人)으로. 이것이야말로 후천개벽이다. 선천(先天)은 지구였다. 후천(後天)은 우주이다. 선천은 텍스트였다. 후천은 테크놀로지이다. 선천 5만년은 문자로 쓰였지만, 후천 5만년은 코드로 짜여진다. 노바세(Novacene), 후천에서 신인간이 신천지를 창조한다. 슈퍼휴먼의 슈퍼노바, 초인들의 초신성이 눈부시게 폭발한다. 이런 것이 빛의 혁명이다. 응원봉을 높이 들라!
화성에 도착한 신인류 X는 신문명도시 X-City, XITY에서 살게 될 것이다. 지구는 그 데이터베이스이자 테스트베드가 된다. 머스크는 텍사스 오스틴 근방에 신도시를 만들기로 했다. 그가 해왔던 또 다른 사업들 보링컴퍼니와 하이퍼루프 등 모든 신기술들이 총망라될 것이다. 지하에 땅굴을 파고 초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결국 다른 행성에서 살기 위한 도정이고 도장이다. 클리어해야 할 퀘스트를 차례대로 격파해가고 있는 것이다. 테라포밍을 마친 화성에서는 인공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는 신사회질서가 작동될 것이다. 화성의 자원을 활용하여 식량, 물, 에너지, 주택 등을 제공하는 자율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폐쇄형 생태계에서 수경재배, 인공조명 시스템, 온실 등을 활용한 화성 농업 기술도 필요하다. 물을 전기 분해하여 산소와 수소로 분리하여, 산소로는 호흡하고 수소로는 연료를 생산할 것이다. 솔라시티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테슬라의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난방과 조명, 식량 생산을 보조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FSD, 자동화될 것이다. 즉 화성의 자연이란 이렇게 디지털 네이처가 될 것이다. 지구의 대기와 대양의 흐름처럼 빅데이터가 도시의 만물을 흘러 다니며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을 자율화할 것이다. 자율주행을 하는 것도 결국 자율행정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도 다스리지 않지만 스스로 그러한 새 질서를 창조하는 것이다. 인간적이기보다는 자연적이고 우주적인 신질서가 되어갈 것이다. 마침내 신의 질서에 근접해지는 것이다. XITY는 신들린 시티, 신시(神市)에 방불할 것이다.
20만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공존하던 사피엔스의 평균 수명은 20세였다. 20세기 초, 인류의 평균 수명은 44세였다. 20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고작 24년이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백 년 진화 과정에 가속도가 붙는다. 21세기 초 평균 수명은 80세에 육박한다. 2050년이면 100세가 될 것이고, 2100년에는 120세로 예상한다. 22세기 우주로 나아가면 시간의 차원도 달라진다. 행성마다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5차원 우주에서 천년 만년 산다는 것이 허언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즉 자연스러운 수명이라는 것은 없다. 생과 멸은 그 기원에서부터 기술과 함께 진화해온 것이다. 그것이 진정 ‘자연스러운 것’이다. 즉 인위적인 진화야말로 ‘인간적인 것’이다. 우리가 타고나고 물려받은 생명과 생존의 본능(nature)이다.
250년 전, 산업혁명의 모든 기술은 유럽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산업국가를 만들 수 있는 정치적 사상도 유럽에서 형성되고 있었다. 그러나 앙시앙레짐에 묶여 있는 구대륙은 그 기술과 사상을 최적화하여 조합시킨 신문명을 일굴 수는 없었다. 그것을 이룬 나라는 도리어 신대륙의 신세계 미국이었다. 250년 후, 미국은 디지털혁명의 모든 기술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혁신의 나라이다. 디지털사회를 조직할 수 있는 사상도 가장 먼저 등장하는 국가이다. 그러나 그 기술과 이념을 최적화하여 초신문명을 일구는 데는 한없이 지체되고 있다. 워싱턴과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앙시앙레짐이 산업문명에 최적화되었던 자유-민주-공화정을 수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리어 신문명도시 X와 신문명국가 XX를 향한 질주에서 테크노-차이나, 중화인민공화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2024년 6월 2일, 중국국가우주국(CNSA)은 창어 6호가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도착했음을 발표했다. 오성홍기를 꽂고 가운데 중(中)자도 달의 표면에 새겨 넣었다. 천문에 아로새기는 최초의 인문이 알파벳이 아니라 한자가 된 것이다. 비상시국이다.
머스크는 더 이상 사업가로 안주할 수가 없었다. 한 달 후인 2024년 7월, 미국 대선에 본격 등판한다. 총격에서 살아남은 트럼프를 지원하기 위해 아낌없이 돈과 시간을 쏟아부었다. 이대로는 그의 모든 사업체가 중국 기업들에게 밀릴 판국이다. 그가 해온 모든 비즈니스에서 중국 기업들이 인해전술처럼 우후죽순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하고 있다. 솔라시티, 태양광 에너지는 이미 뒤졌다. 전기차 테슬라도 전세가 역전되고 있다. 이제는 필생의 숙원인 우주사업까지 뒤처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골든 크로스를 지나고 있는 듯 보인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나라부터 바꾸어야 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야 했다. 트럼프와 함께 새로운 골든 에이지를 열어젖혀야 했다. 트럼프는 취임식 연설에서 다 함께 화성에 가자고 했다. 화성에 성조기를 꽂자는 발언에 머스크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마침내 일론의 소명이 미국의 목표가 된 것이다. 개인의 사명이 국가의 목적이 된 것이다. 중국보다 더 빨리 화성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연방정부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워싱턴에 포진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들이 디딤돌은 커녕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주로 향하는 초가속적 기술전쟁, 스타워즈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사진 출처: Scientific American)
스페이스X의 로켓 이름 ‘팰컨’(Falcon)은 1977년 개봉한 <스타워즈>의 우주선에서 차용한 것이다. 창어(嫦娥)는 중국 신화 속 월궁에 기거하는 달의 여신에서 따온 것이다. 천문을 향한 인문의 투쟁, 노바세를 창세하기 위한 미중간 속도 경쟁이 살벌해진 것이다. X와 中 간의 총력전 체제에 돌입했다. 평생을 기업 총수로 살았던 머스크는 이제 디지털 총통이 되기로 한다. 디지털 총력전을 진두지휘하는 디지털 총독부, DOGE를 살펴볼 차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