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2023년 4월 28일
5. 사괘(師卦)와 비괘(比卦)
우리가 주인인 민중의 나라를 위해(民衆國家)
師, 나는 싸운다. 比, 나는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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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괘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집니다. 하나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스승입니다. 흔히 스승 사(師)라고 읽습니다. 두 번째는 군대와 전쟁입니다. 사단(師團)이라고 할 때 쓰이는 사(師)입니다.
사괘는 전쟁을 지휘하는 군사(軍師)의 의미와 이어집니다.
군대를 지휘해서 전쟁을 이끌어 가는 그는 전쟁의 위험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방어 전쟁을 하게 되고 할 수 있으면 싸우지 않거나 최소한의 희생으로 이길 수 있는 온갖 군사 전략을 다 씁니다.
하늘은 이런 마음을 가진 그에게 군대를 지휘할 수 있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십니다.
그러나, 전쟁을 터부시 하는 사괘는 전업 군대를 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의 군대는 땅 속을 흐르는 물처럼 조직된 군대입니다.
평소에는 농사를 짓거나 생활을 하고 있어서 군대가 있는 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런 그에게도 어쩔 수 없이, 부득이하게 전쟁을 하게 되는 시간이 옵니다.
전쟁은 삶과 죽음을 가르게 되고, 무엇보다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승리에 목매는 것은 전쟁을 즐기는 자입니다.
전쟁이 끝난 자리에 그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합니다.
그는 그의 새로운 나라에 전쟁의 승리를 즐긴 자들을 철저하게 배제합니다.
전쟁은 슬픈 일이고 즐겨서는 안됩니다.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 가는 주체는 비괘입니다.
땅위로 흐르는 물의 상징은 은 나라를 무너뜨리고 황하와 위수를 사이에 두고 주나라를 건설한 사람들의 경험입니다. 처음 주나라는 180개 제후들의 연방국가였습니다.
그들은 함께 손을 마주 잡고 걸으며 전쟁의 상처를 위로하고 서로 돕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비괘는 전쟁의 고통과 상처, 트라우마로 텅 비어버린 것처럼 고갈된 마음의 항아리에 물을 길어와 붓듯이 사랑과 신뢰의 마음이 차오르도록 노력합니다.
그들의 이런 노력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함께 전쟁의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그러나, 이렇게 지혜로운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쟁을 기회로 생각하는 사람들, 상처를 밟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기 저기에서 다시 반란과 전쟁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마음이 치유되지 못한 사람들은 다시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듭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혼란의 시간이고 우리는 상처받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고통을 겪습니다.
이 혼란을 풀어가는 밝고 지혜로운 사람이 현비(顯比)입니다.
5번째 양효(陽爻)인 현비는 모두가 음인데 현비만 하나의 양입니다.
그가 전체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입니다.
그는 그가 겪고 있는 혼란이 다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문제를 풀어가지만 동시에 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관용의 지도자이고 때를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런 현비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현실적인 한계 속에 있는 지도자에게 무능함을 주장하고 관용을 부정하는 사람도 관용해야 하는 과제 앞에 놓이게 됩니다.
현비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07. | ☷☵ | 師 |
師 貞 丈人 吉 无咎.
사 정 장인 길 무구
삶은 전쟁이다. 싸워야 할 때가 있다.
장인(丈人)의 마음. 엄격하고 지혜롭고 유연해야 여러 사람과 함께 전쟁같은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彖曰 師 衆也 貞 正也. 能以衆正 可以王矣.
단왈 사 중야 정 정야 능이중정 가이왕후
剛中而應 行險而順. 以此毒 天下而民 從之 吉 又何咎矣
강중이응 행험이순 이차독 천하이민 종지 길 우하구의
사(師)는 민중을 조직한다. 대의명분을 가진 정의로움이 있어야 한다. 민중이 정의를 가슴에 품게 되면 나는 민중을 이끌어야 할 책임을 지게 된다.
함께 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엄격하면서 동시에 부드럽게 마음을 교감해야 한다. 그래야 전쟁같은 상황 속에서도 서로 마음을 모을 수 있다.
전쟁은 독이다. 어쩔 수 없어서 하는 일이다. 이런 마음이어야 민중들이 이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다. (도덕경31. 兵, 不詳之器, 不得已而用之)
象曰 地中有水 師 君子以 容民畜衆.
상왈 지중유수 사 군자이 용민휵중
땅 속으로 물이 흐르는 것처럼, 나는 민중 속에서 함께 고락을 나누며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상의 삶 속에서 조직적 힘을 기른다. (민중(民衆)의 어원)
1. 初六 師出以律 否臧 凶.
초육 사출이율 비장 흉
象曰 師出以律 失律 凶也.
상왈 사출이률 실률 흉야
원하지 않고 피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싸워야 할 시간, 내 생각대로 해선 이길 수 없다. 군대처럼 엄격한 규율을 세우고 함께 지켜야 한다.
2. 九二 在師 中 吉 无咎 王三錫命.
구이 재사 중 길 무구 왕삼석명
象曰 在師中吉 承天寵也. 王三錫命 懷萬邦也.
상왈 재사중길 승천총야 왕삼석명 회만방야
나는 민중 속에서 지내며 고락을 함께 하겠다. 하늘은 이렇게 한 마음으로 뭉친 우리를 사랑하시고 축복하신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을 실현하고 세상의 평화를 이루겠다.
3. 六三 師或輿尸 凶.
육삼 사혹려시 흉
象曰 師或輿尸 大无功也.
상왈 사혹여시 대무공야
전쟁에서 참혹하게 패했다. 전사한 이들을 수레에 싣고 돌아왔다. 나는 전쟁의 위험을 이해하지 못했고 군대를 제대로 지휘하지도 못했고 상사의 지휘를 따르지도 못했다.
4. 六四 師左次 无咎.
육사 사좌차 무구
象曰 左次无咎 未失常也.
상왈 좌차무구 미실상야
전쟁은 위험하다. 무리하게 나아가선 안된다. 물러나야 할 때는 물러서는 것이 지혜다. 대열을 흩트리지 않고 안전한 장소를 확보한다.
5. 六五 田有禽 利執言 无咎. 長子帥師 弟子輿尸 貞 凶.
육오 전유수 이집언 무구 장자솔사 제자여시 정 흉
象曰 長子帥師 以中行也. 弟子輿尸 使不當也.
상왈 장자솔사 이중행야 제자여시 사부당야
짐승같은 권력자, 약탈자들을 물리쳤다.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전쟁에 올바른 명분을 가지고 나아갔다, 함께 전쟁을 이끌었던 우리 중에서 장자(長子)는 군대를 잘 지휘해서 승리했지만, 제자(弟子)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전쟁은 삶과 죽음을 나눈다.
6. 上六 大君有命 開國承家 小人勿用.
상육 대군유명 개국승가 소인물용
象曰 大君有命 以正功也. 小人勿用 必亂邦也.
상왈 대군유명 이정공야 소인물용 필난방야
전쟁이 끝나고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다.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데 헌신한 사람들에 대해 그 공로를 정당하게 평가한다. 그러나, 전쟁의 공로라는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전쟁의 승리를 내세우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결국 나라를 어지럽힌다. 전쟁은 부득이한 것이었고 이겼어도 잘 한 일이 아니다, (勝而不美) 전쟁에서 고통겪고 죽은 이들에 대해 애통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戰勝以 喪禮處之, 以哀悲泣之)
08. | ☵☷ | 比 |
比 吉 原筮 元永貞 无咎. 不寧方來 後夫凶.
비 길 원서 원영정 무구. 불녕방래 후부흉
이제 전쟁은 끝났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두 손을 마주 잡고 서로 도와야 한다.
하늘의 지혜를 구하며 점(占)을 쳤다.
점에서 원(元)은 지혜롭고 힘이 있는 지도자라고 말해 준다. 나는 그를 지지한다.
지도자에 대해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결국 서로 도와야 한다는 것을 대부분 인정하고 힘을 모아서 함께 문제를 풀어갔다.
우리의 노력으로 사회가 조금씩 안정되고 난 뒤에 온 사람이 있었다.
같이 참여하길 원했지만 그는 너무 늦었다.
彖曰 比 吉也. 比 輔也 下順從也.
단왈 비 길야. 비 보야 하순종야
原筮元永貞无咎 以剛中也. 不寧方來 上下應也. 後夫凶 其道窮也.
원서원영정무구 이강중야. 불녕방래 상하응야 후부흉 기도궁야
나는 그를 지지하고 따르겠다.
그는 균형감을 가지고 있고 전체를 품어 안는 힘이 있다.
그도 잘못하는 점이 보이지만 그런 걸 다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누구도 완전한 사람은 없고 서로 서로 보완하고 자기 역할을 맡아야 한다.
다들 이렇게 노력하고 있을 때 참여하지 않다가 뒤에 나와서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논리는 궁색하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象曰 地上有水 比 先王以 建萬國 親諸侯.
상왈 지상유수 비 선왕이 건만국 친제후
물이 땅 위를 흘러가는 큰 강 옆으로 여러 나라를 세우고 제후를 임명했다.
우리가 세운 나라는 단일 중앙 통치 국가가 아니라 여러 지방이 서로 도와 연대하는 연방국가였다. 우리는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1. 初六 有孚比之 无咎. 有孚盈缶 終來有他吉.
초육 유부비지 무구. 유부영부 종래유타길
象曰 比之初六 有他吉也.
상왈 비지초육 유타길야
우리는 서로 믿고 지지했다. 그 경험이 쌓여갈수록 항아리에 물이 차오르듯이 우리의 가슴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차올랐다.
2. 六二 比之自內 貞 吉.
육이 비지자내 정 길
象曰 比之自內 不自失也.
상왈 비지자내 부자실야.
그와 함께 걷는 이 길이 나를 위한 길이었다. 우리는 자기를 잃지 않고도 함께 할 수 있었다.
3. 六三 比之匪人.
육삼 비지비인
象曰 比之匪人 不亦傷乎.
상왈 비지비인 불역상호
나쁜 사람을 따른다. 내 잘못은 아니다. 그가 하라는대로 한 것 뿐이다.
나는 그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상처받는 지 알면서도 왜 이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할까?
4. 六四 外比之 貞 吉.
육사 외비지 정 길
象曰 外比於賢 以從上也.
상왈 외비어현 이종상야
어쩔 수 없다고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나는 현명한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 지금 현실에 순응하고 안주할 수 없고 더 높은 가치를 지향하겠다.
5. 九五 顯比 王用三驅 失前禽 邑人不誡 吉.
구오 현비 왕용삼구 실전금 읍인불계 길
象曰 顯比之吉 位正中也. 舍逆取順 失前禽也. 邑人不誡 上使 中也.
상왈 현비지길 유정중야. 사역취순 실전금야. 읍인불계 상사 중야
왕이 사냥을 나가 짐승을 쫓을 때 세 방향에서만 쫓는다. 멀리 달아나는 짐승을 쫓아가서 잡지 않는다. 왕은 왕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함께 일하고 왕과 함께 일하고자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문제삼지 않는다. 시민들은 그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 관용한다. 내 뜻대로 다 되야 하는게 아니다.
6. 上六 比之无首 凶.
상육 지비무수 흉
象曰 比之无首 无所終也.
상왈 비지무수 무소종야
나는 그를 지도자로 인정할 수 없고 따를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옳다고 해도 나 혼자서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
(한 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불만이 있더라도 서로 참으며 같이 가야할 때, 그런 공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다 용납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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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살 김재형 이화서원 대표. 전남 곡성에서 이화서원이라는 배움의 장을 만들어 공부한다. 고전 읽는 것을 즐기고 고전의 의미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있다. '시로 읽는 주역', '아름다운 세 언어 동아시아 도덕경', '동학의 천지마음', '동학편지' 를 책으로 냈다. 꾸준히 고전 강의를 열어 시민들과 직접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