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뉴아메리카 견문
2025년 3월 9일
5. NEXT LEVEL : 프로그램과 패러다임

(사진 출처: CoinMarketCap)
1. NEXT MEDIA : X
Media is Message.
Currency is Community.
정권 접수에 앞서 미디어부터 인수했다. 정보의 흐름을 장악해야 정부의 권력을 창출할 수 있다. 제프 베이조스는 <워싱턴포스트>, 레거시 미디어를 인수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애당초 접근법이 달랐다. 신문과 TV 등 매스미디어는 더는 중요치가 않았다. 산업문명 시대의 낡은 소통 방식이다. 지식과 정보는 더이상 일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기껏해야 시민민주에 그치는 매스미디어로는 미래를 창조할 수 없다. 인민민주에 근접하는 소셜미디어를 인수한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트위터를 사들인다. 파랑새가 지저귀는 트위터의 브랜드 가치는 200억 달러로 평가받을 만큼 인지도가 깡패인 회사였다. 구글이 ‘구글링’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처럼, 트위터 역시 ‘트윗’이라는 말을 보편화시켰다. 애플도 페이스북도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런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애플링, 페이스부킹 같은 단어는 없다. 오로지 구글과 트위터만이 브랜드를 통하여 고유한 언어까지 창출한 것이다. 트위터는 만인이 곧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신시대, 디지털 아고라를 만들어낸 혁신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정작 트위터를 사들인 머스크는 Let That Sink, 싱크대를 들고 본사에 입성한 퍼포먼스처럼 파랑새를 가멸차게 파묻어버린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X로 재편한다.

(사진 출처: Free Press)
다시 한번 강조컨대, 머스크가 하는 모든 일의 궁극에는 화성 진출과 식민지 정부 건설이 있다. 그가 ‘화성의 제왕’(Emperor of MARS)이라는 닉네임을 처음 붙인 곳도 트위터였다.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의 찬조 연설로 처음 등장하여 배꼽이 훤히 드러날 만큼 깡총깡총 뛰어다닐 때도, 그가 입은 티셔츠에는 백악관이 아니라 ‘화성 점령’(Occupy Mars)이 새겨져 있었다. 어디까지나 미국은 화성으로 가는 징검다리일 뿐이다. 그리고 저 은하수 건너의 화성 정부가 미국의 연장선일리도 없다. 미국인 연합이 아니라 지구인 회합일 것이기 때문이다.

화성에 이주하는 이들은 지구에서도 가장 호기심이 왕성하고 모험심이 넘치는 괴짜들일 것이다. 만국의 만인 가운데 천지인에 머물지 않고 우주인으로 진화하고자 하는 예외적인 사람들일 것이다.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통해 사피엔스에서 사이보그로, 품종이 개량된다. 생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철학적으로 인류는 변해갈 것이다. 후천개벽의 신인간들, 지구의 챔피언들이 아니라 우주의 챌린저들이다. 그들이 겨우겨우 화성까지 이르러서 또 하나의 미국을 만들 리가 없다. Brave New World! 신천지를 만들고자 할 것이다. 응당 달러를 사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해밀턴이나 프랭클린의 초상화가 새겨진 지폐를 쓰지 않을 것이다. 바다가 없었던 고로 조개껍질도 없을 것이며, 나무가 없는 고로 종이화폐를 쓰지도 않을 것이다. 오로지 비트와 바이트, 정보로만 작동하는 디지털화폐를 통하여 22세기의 신경제를 실험할 것이다. 즉 인터스텔라 시대의 우주적 경제활동을 위한 미래의 화폐를 발명해야 한다. 새로운 돈이 곧 새마을, 우주촌을 발명하기 때문이다.
X.COM은 그래서 만들어진 기업이다. SNS의 정의를 바꾸는 시도였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스페이스 네트워크 서비스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소셜의 범위를 유니버스와 메타버스, 멀티버스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다중우주에서 소통하는 슈퍼휴먼들의 슈퍼미디어를 만들고자 한다.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지구와 우주를 링크하는 가상의 통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상에서는 테슬라의 전기차와 로봇이 근두운(觔斗雲)처럼 스스로 다닌다. 천상에서는 스페이스X의 로켓과 드론과 우주선이 태양계와 은하계를 스스로 탐사한다. 가상에서는 스페이스 네트워크 서비스(Space Network Service)가 대기와 대양의 대류처럼 작동한다. 지상과 천상과 가상을 NEW SNS, X로 연결하는 것이다. 머스크의 SF적 상상력은 늘 거대한 X-Universe, X-verse를 꿈꾼다.
트위터가 140자 텍스트 안에 갇혀 있는 신세였다면 모든 것을 의미하는 X에서는 몇 시간짜리 영상도 자유자재로 올릴 수 있다. 콘텐츠의 확장성을 부가했다. 오디오/비디오 통화 기능을 도입하고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도 강화했다. 여론조사업체의 가짜여론이 판치는 마당에, 누구나 다양한 주제로 여론조사를 전 세계적으로 실시간으로 해볼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기능을 추가하고,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도 도입했다. 모든 서비스에는 AI가 활용된다. 그록(GROK) 출시로 AI 기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도 개선했다. 실시간 번역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데도 AI는 필수이다. 이제 지구인 누구라도 모국어만으로 외국인들과 소통할 수 있다. AR/VR 기능도 확장하여 메타버스와의 통합도 도모할 것이다. 다행성과 다중우주에서 살아가는 디지털-무궁아들에게 전천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유니버스의 종합 커뮤니케이션이자 스페이스의 통합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함으로써 코스모스 차원의 플랫폼이 되어간다.
에브리씽앱, 일명 슈퍼앱은 중국의 위챗(Wechat)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위챗을 만들어 텐센트 제국을 일군 마화텅(马化腾)도 머스크와 동갑내기 X세대 1971년생이다. 위챗은 중국인들의 모든 삶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위챗페이를 필두로 기차표나 항공권을 예약하는 교통서비스, 영화와 호텔 등을 예매하는 예약 서비스, 스마트폰을 흔들어 주변의 이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랜덤 채팅, 중국판 인스타그램이라 불리는 모멘트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며 위챗 안에서 모든 일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그랩(Grab)이 돋보인다. 교통과 모빌리티로 출발하여 슈퍼앱으로 진화했다. 사업차 중국을 오가며 위챗을 사용했을 머스크는 그랩이 선보이는 모빌리티 서비스까지 눈 여겨 지켜보았을 것이다. 지상의 테슬라와 옵티머스부터 천상의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까지 코스모스 모빌리티에 활용될 우주적인 슈퍼앱으로 X를 진화시키는 데 아시아의 디지털 생태계가 참조가 크게 되었다.
일론은 트위터를 인수하는 명분으로 ‘언론의 자유’를 내세웠다. 그 연장선에서 사용을 정지당했던 트럼프의 계정도 복원시켜 주었다. X가 앞장서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 줄 것이라 천명한 것이다. 어느덧 ‘민주파출소’, 자유주의 근본주의가 사상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적으로 전혀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가 미국을 잠식해가고 있었다. ‘정치적 올바름’에 연연하는 자발적인 검열 체제가 작동하고 있었다. 머스크는 X만큼은 다양한 의견이 진정으로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의 상식과 뜨겁게 불화하는 불온한 생각들도 사상의 시장에서 유통되어야 한다. 가령 복고파의 암흑계몽주의나 신반동주의, 미래파의 TESCREAL 같은 이단적인 견해도 기탄없이 오고 가는 진정한 디지털 공론장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페이스북이 일상을 나누고, 인스타그램이 인상을 공유한다면 X는 사상을 공개 토론하는 난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디지털 공론장은 일국 단위로 한정되지가 않는다. 국적과 인종과 종교와 성별에 구애되지 않고 전 지구적으로 의사통을 한다. 20세기 일국적 매스미디어에서 21세기 지구적 소셜미디어로 진일보하는 것이다.
실제로 X는 글로벌 여론 형성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이 되었다. 단시간에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 정치 담론의 중심 무대가 되었다. 시대정신에 앞서 시대감각이 있다. 당신의 스마트폰에 X가 없다면 이미 시대착오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뉴욕타임스나 CNN보다 X가 훨씬 더 중요하다. 대선 기간 머스크는 X를 통해 하루 100개 이상의 트럼프 관련 게시물을 게재했다. 트럼프의 메시지를 널리널리 퍼다 나르는 메신저 격이었다. X를 통하여 MAGA 1.0의 전통적인 지지층에 머스크의 팬덤이 융합하여 MAGA 2.0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머스크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부터 중대한 사업 결정까지 실시간으로 X에 공유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아왔던 바이다. 팔로워들은 일론의 머릿속에 함께 머물며 의사결정을 하고 기업을 경영한다는 기분을 느낀다. 기존의 은둔형 경영자와는 달리 머스크가 대중에게 크게 사랑받는 이유이다. 그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방법을 감각적으로 안다. 자신의 팬덤을 열광시킬 티핑 포인트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트윗 하나로 수천 개의 언론사 뉴스가 생성되고 SNS를 타고 전 세계에 리트윗 된다. RED MAGA 트럼프와 DARK MAGA 머스크가 X에서 만나 환상적인 원투 펀치 콤비를 이루었다. 그 쌍두마차가 기존의 모든 레거시언론을 후드려 패고 기존의 정당도 몽땅 뒤흔들어 대면서 새 정치의 서장을 열어젖힌 것이다.
즉 트위터 2.0이 트럼프 2.0을 만들어내었다. X 2.0이 MAGA 2.0을 창출해 내었다. 전 세계 2억명의 팔로우를 확보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20세기형 인텔리겐치아가 아니다. 21세기형 인플루언서이다. 일당백으로 그 모든 레거시미디어들을 이겨낼 수 있는 초강력 울트라 X맨이다. 지난 세기 인텔리겐치아는 책을 쓰고 논설과 칼럼을 발표했다. 새로운 세기 인플루언서는 포스팅을 하고 밈을 활용한다. 밈이란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요소이다. 유전자가 몸에서 몸으로 건너간다면, 밈은 뇌에서 뇌로 바로 옮아간다. 우주적인 진화에서도 DNA보다 MEME이 더 중요하다. 행성과 행성 사이 몸의 거리는 아득하지만, 뇌의 거리는 아차하는 찰나로 수렴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심전심으로 일파만파 우주적 파동을 일으킨다. 고로 밈은 22세기 다행성간 정치와 경제와 문화의 디지털 DNA가 될 것이다.
트럼프도 두번째 임기의 출발을 앞두고 밈코인을 발행했다. 정부효율부 DOGE에 앞서 도지코인이 먼저 있었다. 커런시가 커뮤니티를 만들어낸다. 머스크는 X에서 도지코인을 자주 언급했다. 그가 트윗을 날릴 때마다 도지코인의 가격도 급등했다. 특히 2021년에는 도지코인을 ‘인민들의 암호화폐’(Dogecoin is the people’s crypto)라고 추켜세우며, 가상자산의 대중화를 촉진했다. 자칭 도지 아빠(DOGE papa)를 자청한다. 도지코인의 심볼 이미지인 강아지는 2010년 일본의 한 유치원 교사가 키우는 반려견의 사진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문 스펠링 ‘shiba dog’을 일부러 어슬픈 느낌으로 살짝 바꾸어 시베도지(shibe doge)라고 쓴 것에서 도지코인이 시작되었다. 우리 식으로 치자면 멍멍이 혹은 댕댕이 느낌이다.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발행량이다. 비트코인은 유한하다. 도지코인은 무한하다. 일론이 도지코인을 낙점한 것도 그 무한성에 있다. 그래야 지구는 물론이요 화성을 포함한 우주적 경제 활동에 사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작업이 가동 중이다. 테슬라 자동차도 도지코인으로 살 수 있게 한다. 테슬라 홈페이지의 결제창에는 도지코인 결제코드가 숨겨져 있다. 즉 머스크는 X를 에브리씽앱(Everything App)일뿐만이 아니라 에브리웨어앱(Everywhere App)으로까지 확장시키고 싶어한다. 지구와 달 사이에서 메시지를 주고받고, 달과 화성 사이에서 돈과 물건을 주고받으며, 화성과 지구 사이에서 화상 통화를 하며 우주생명문명의 진로를 토론하는 후천개벽을 꿈꾸는 것이다. 이 모든 활동에 필요할 코스모스 커런시로 도지코인을 점 찍은 것이다. 실제로 2028년 화성에 가는 스페이트X의 우주선 티켓 구매도 도지코인으로 할 계획이다. 그래서 스페이스 X의 로켓 발사 실험의 결과에 따라서 도지코인의 가격도 춤을 춘다.

(사진 출처: CoinMarketCap)
MAGA 1.0와 MAGA 2.0 사이에도 코인이 자리한다. 비트코인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트 1기에 반하여 트럼프 2기는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 크립토 캐피탈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크립토 사피엔스, 가장 일찍이 가상세계의 가능성을 신봉했던 신천지의 신인간들이 MAGA 복음에 합류한 것이다. 코스모스 사피엔스(천상인)와 크립토 사피엔스(가상인)가 미국(지상인)의 환골탈태를 위하여 코-크 합작, 천상-가상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그 공동전선으로 워싱턴의 페이퍼리스트와 페더럴리스트들을 축출하려고 한다. 디지털리스트와 토크노믹스, 신인류의 새마을은 밈코인 가격의 오르내림에 따라 극락과 나락을 왕생하며 천국과 지옥을 함께 경험한다. 가상경제로 울고 웃으며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끈끈한 천상의 공동체이다. 돌아보면 “화성 갈끄니까”, 도지코인이 가장 활황을 구가한 곳도 X.COM 이었다. 넥스트 미디어 X에 넥스트 커런시 도지코인이 결합되면서 넥스트 거버넌스로 가즈아 도지, 다함께 레벨 업 한 것이다.
2. NEXT POWER : DOGE
People is Power.
Power is Paradigm.
Paradigm is Program.
트럼프도 머스크도 딥스테이트, 워싱턴을 장악하고 있는 행정국가와 오래 불화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의 난맥상이 딥스의 조직적인 저항 탓이라 여긴다. 인민민주로 선출된 자신의 지시를 듣지 않고 행정 절차를 들먹이며 국정을 농단하고 4년을 버텨낸 숨은 실세들이 있었다. 의회독재를 하는 민주당은 고위직 인사의 인준을 거듭 방해하고 탄핵을 일삼았으며, 미연방수국(FBI)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운운하며 정면으로 대통령에 맞섰던 바이다. 이를 박박 갈며 복수혈전을 다짐한 트럼프 2기의 으뜸 과제 또한 반국가세력 척결과 관료주의 해체이다.
그 대수술을 집도하는 곳이 바로 정부효율부(DOGE)이다. 정식 부처는 아니다. 의회 동의 없이도 설치할 수 있도록 외부 자문 기구로 발족했다. 연방정부의 예산이든 인력이든 온갖 낭비 요소를 찾아내어 트럼프에게 직보하는 특수 조직이다. 머스크는 정부 규제에 대해 트럼프 이상으로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전기차, 에너지, 우주발사체, 통신 위성에다 사람 뇌에 칩을 심는 사업, 도시 아래 터널을 뚫는 사업까지 그가 해왔던 모든 기업들이 연방 기관과 사사건건 다투어 왔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충돌했고, 스페이스X는 미국연방항공국(FAA)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와 불편했으며, 뉴럴링크는 미국식품의약국(FDA)와 불화했다.
워싱턴에 가득 포진하고 있는 그 수많은 정부조직과 산하기관들은 산업문명의 표준을 관장하는 곳이다. 머스크는 디지털 신문명을 개척하고 있는 초가속주의자이다. 워싱턴과 실리콘벨리 사이의 그 타임 래그, 산업문명과 디지털문명 간의 지체가 답답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혼신을 다하여 미래로 달려가는데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거듭 트집을 잡고 어깃장을 놓았다. 본인 사업체들의 진척을 늦추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중국이 마냥 부러웠다. 당과 국가가 솔선수범하여 디지털 대장정을 펼치고 있는 테크노 차이나의 대약진 운동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필히 DOGE 같은 총독부가 필요했던 것이다.
본디 머스크는 제거에 탁월하다. 물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그만의 독특한 사고법 제1원칙을 모든 곳에 적용한다. 물리적 법칙이 최고의 효율성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조직과 과정을 압축하고 단순화하여 재설계하는 것이다. 그래서 불필요한 것들을 집요하게 파악하고 집착하듯 삭제한다. 부품이든 프로세서든 최대한 제거한다. 물론 사람도 제거 대상이다.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하고 직원 80퍼센트를 해고하여 악명이 자자했다. Basic is Best. Simple is Perfect. 극악한 미니멀리스트인 것이다. 그 본색을 이제는 연방정부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철밥통 공무원 노동조합과도 일전을 불사한다.
머스크는 2024년 11월 20일 ‘정부 개혁을 위한 도지의 계획’이라는 글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다. 미국의 건국 이념으로 시작한다. “미국은 우리가 선출한 사람들이 정부를 운영한다는 기본 이념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법적 명령은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이 만든 ‘규칙과 규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고로 DOGE의 목표는 셋이다. 규제 철폐, 행정 감축, 비용 절감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불법적인 연방 규제를 적발하여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DOGE는 시한부로 활동한다. 2026년 7월 4일, 미국의 250번째 독립기념일까지 가동된다. 기고문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미국의 250번째 생일에 건국의 아버지들이 자랑스러워 할 연방 정부를 선사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선물은 없을 것이다.” 이 칼럼에서 헌법은 네 번, 건국의 아버지들은 두 번 언급된다. 실은 헌법을 만들어 미국을 세운 파운딩 파더들 또한 기술-정치가들이었다. 토머스 제퍼슨은 과학자이자 건축가였다. 산업문명의 신기술을 통하여 산업국가 미국의 미래를 설계했던 것이다. 즉 페더럴리스트들은 곧 인더스트리얼리스트이기도 했다. 이제 250주년을 맞아 전개되는 제2의 건국운동은 디지털리스트들이 이끌겠다는 것이다.
세력교체는 세대교체를 수반한다. 패러다임 쉬프트는 레짐 체인지를 동반한다. 미국재건 프로젝트의 중책을 수행할 핵심 인력 또한 이대남들이다. 19세부터 24세 사이 6명의 엔지니어들이다. New Kids on the DOGE. 모두가 21세기에 태어난 1020 신남성들이다. 이들은 산업문명의 개발파=보수파도 아니요, 개혁파=진보파도 아니다. 천지개벽의 신기술을 장착한 개벽파들이다. 무릇 적폐의 청산은 칼을 든 검사를 동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칼춤의 끝에 칼끝은 다시 자신을 찌른다. 신천지 창조, 재조산하는 코드를 짤 수 있는 프로그래머들이 한다. 법기술자들이 아니라 디지털 엔지니어들이 새 나라를 새롭게 나라답게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주 80시간 근무를 보수도 받지 않고 일한다. 오로지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겠다는 열정과 열망으로 똘똘 뭉쳐 있다.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로 꿀을 빨아왔던 주 40시간 공무원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인간들이다.

(사진 출처: Daily Mail)
이들이 DOGE를 통해 밝혀낸 가장 낭비적으로 예산을 탕진하는 조직은 NGO였다. 하는 일도 없이, 혹은 해보았자 별 성과도 없는 일을 하고 있는 무수한 시민단체들에게 피 같은 세금이 헛되이 쓰여왔다는 것이다. 종이로 작동하는 페이퍼 정부에서는 이 같은 적폐를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혹은 정부와 결탁되어 있는 광범위한 부패 카르텔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DOGE가 가동하고 불과 1달 만에 돈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 어떻게 잘못 쓰이고 있는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DOGE는 좌냐 우냐를 묻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올바르냐를 따지지도 않는다. 오로지 인풋와 아웃풋 사이의 연관 관계를 계산한다. 입법-사법-행정이라는 법치(Rule of Law)도 시효를 만료한 구체제이지만, 제4부라고 했던 언론과 시민사회 또한 최악의 실적을 내는 기생적인 조직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리셋 아메리카, 자치(Rule of Code)를 통하여 국가와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근저에서부터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이들은 마치 온라인 문명 게임을 하듯이 즐겁고 기쁘고 신나게 올드 아메리카를 작살내고 있다. 넥스트 레벨, 도장 깨기 레벨 업에 신바람이 난다.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아도 보람이 차고 넘친다. 겨우 여섯 명의 슈퍼히어로가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를 이루어서 미연방정부 공무원 200만 대군을 대적하고 있다는 쾌감에 도파민이 솟구쳐오른다. 천상과 가상을 넘나드는 지상 최강의 아이돌 에스파의 세계관을 학습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I'm on the next level 저 너머의 문을 열어 Next level 널 결국엔 내가 부셔 Next level Kosmo에 닿을 때까지 Next level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I'm on the next level 더 강해져 자유롭게 Next level 난 광야의 내가 아냐 Next level 야수 같은 나를 느껴 Next level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huh!”
이는 석기와 철기의 싸움과 흡사하다. 혹은 칼과 총의 전투와 유사하다. 철포를 두른 장수 한 명이 돌도끼를 든 부족 100명을 너끈히 이겨낼 수 있었다. 기관총 사수 한 명이 칼을 쥔 농민군 1000명을 사뿐히 능가할 수 있었다. 페이퍼리스트와 디지털리스트 간 문명의 충돌 또한 이미 승패가 판가름 난 싸움이다. 머스크가 전기톱으로 연방정부를 썰어버리겠다는 퍼포먼스를 펼친 것처럼, 두꺼운 법전은 날렵한 태블릿을 이겨낼 수가 없다. 개헌을 운운하는 백발 원로들도 노트북 하나로 신천지를 창조할 수 있는 개벽파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미래의 정치적 상상력이 고작 산업문명의 OS였던 헌법의 개정이라면, 천상과 가상을 넘나들며 지상을 주무르는 디지털 손오공들을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종이 안의 문구를 바꾸는 개헌이란 고작 산업문명의 버전업에 그치지만, 코드와 알고리즘으로 세계의 작동방식을 완전히 뒤바꾸는 일은 디지털문명으로 레벨업하는 것이다. 광장에서 광야로, 차원을 변경한다.

(사진 출처: The Independent)
이 신천지의 신인간들이 쥐고 있는 천부인(天符印) 삼신기(三神器)가 인공지능, 블록체인, 양자컴퓨터이다. 이 셋을 합하면 왕권과 민권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수준의 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 나날이 신권에 근접해간다. 22세기의 신민주주의가 신적인 민주에 근접할 수 있다. 정부라는 것도 더는 서류더미 위의 딱딱하고 정적인 제도가 아니게 된다. 데이터가 피처럼 흐르는 살아있는 유기체가 된다. 권력은 생명이 된다. 거버넌스도 생명체처럼 자라나고 성장하고 배우고 익히며 진화한다. 마침내 생태계와 가장 유사한 사회질서를 만들어 볼 수 있다. 고로 DOGE는 비대화된 정부기구 축소, 딥스테이트 청산 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과잉정치화된 인간을 정치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로봇이 공장에서 인간의 육체노동을 해방시키듯, 자율주행이 인간을 운전의 수고로부터 해방시켜주듯, 인지적 편향으로 오판을 거듭하는 인간의 정치적 노동에서 해방시켜 주려는 것이다. 참여민주라는 민주시민의 과중된 업무와 강압적 의무로부터 홀홀 자유로워지는 해방을 선사하는 것이다. 정치를 접고 낙향하면 절로 터져 나오는 외마디 ‘야, 기분좋다!”를 만인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즉 정치로부터 인간적 버그를 최대한 제거해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진정으로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정치, ‘자치’(自治)에 근접해가는 것이다. 자치는 스스로 다스린다는 뜻이 아니다. 자치를 표방하는 작은 꼬뮨일수록 인간적 참사로 한순간에 붕괴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앞가림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 평생을 수행해도 자기 자신 하나 온전히 건사하기 힘든 종이 인간이다. 내 안을 깊이 들여다보고 제 분수를 알아야 한다. 계몽에서 격몽으로, 인간에 대한 허풍을 그만 떨고 버블을 터뜨려야 한다. 농업문명에서 산업문명으로 갈 때는 군주의 목을 쳐야 했다. 그러나 산업문명에서 디지털문명으로 이행하면서 민주의 목을 딸 것까지는 없다. 필요한 것은 참수가 아니라 참회이다. 이성과 계몽의 빛에 눈이 멀어 교만했음을 자인하고 겸허해지는 것이다. 인류가 그런 도덕적 용기를 발휘할 수만 있다면 마침내 무위지치(無爲之治)를 선사받을 수가 있다. 왕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 쾌적하고 평화로운 세상, 신나고 신령스러운 태평성세를 서비스하는 것이다.
이 새로운 거버넌스에서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에 추가되어야 할 것은 with the people.이다. 인민과 함께, 인민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몇 년에 한 번씩 종이에다 의사를 표현하는 투표라는 미개한 방식을 더 이상 고수할 이유가 없다. 정치 참여의 방법을 다양화, 민주화, 복수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연방정부 또한 ‘연방정보’로 진화해갈 수 있다. 무엇보다 긴요한 것이 데이터들의 연합과 연방이다. 그래야 재빠르고 똘똘한 스마트 행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생태적인 것’이다. 양자컴퓨터를 탑재하고 블록체인과 연동된 인공지능이 생태지능이 되어가는 것이다. 본시 생명도 정보이다. 그 정보들의 다종다양한 조합으로 지구는 이토록 찬란한 생명계가 번창할 수 있었다. 그 다채로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저마다의 삶을 빅데이터로 축적하면 우리는 일반의지(General Will)라는 딥데이터(Deep Data)도 시시각각 추출할 수 있게 된다. 저 신성한 일반의지가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실시간으로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희 신의 기술에 가까운 신기술이다.
고로 연도별 계획, 분기별 목표 등도 사라져간다. 5개년 발전 계획을 짜는 것이 아니라 0.5초 단위로 서비스가 업그레이드된다. 사후에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예방한다. 자원 배분과 할당도 AI를 통해 최적화가 가능하다. 부처별 부서별 칸막이 정치도 없앨 수 있다. 인간들의 파워 게임을 삭제하고 말끔한 프로그램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그래야 업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낡은 관성이 개입할 여지를 제거해 버린다. 정밀하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각자의 삶을 인풋해 주기만 하면 정부는 개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행정 서비스를 아웃풋해줄 수 있다. 사회계약을 새로이 다시 쓰는 것이다. 나 자신을 투명하게 보여주면, 나를 위한 편의를 시시각각 제공한다. 그러니 우리들은 자연으로 돌아가자.
앞으로 1년은 산업문명의 10년, 농업문명의 100년보다 변화가 더 크다. 매년 매년이, 매달 매달이, 매일매일이 그렇게 될 것이다. 초가속적 변화가 뉴노멀이, 비상이 일상이 되는 것이다. 농업문명 귀족들의 지혜도, 산업문명 관료들의 경험도 의미가 작아진다. 사람은 감당할 수가 없어진다. 혼이 나가거나 넋이 달아날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관청과 법원 등 권위로 무장한 기관들도 해체해갈 수 있다. 그래야 예산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기재부 마피아도 타도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자원을 할당하고, 그 결과를 사전에 미리 시뮬레이션도 해서 예측할 수도 있게 된다. 행정 서비스는 내 체형에 딱 맞는 심리스 속옷처럼 편안해진다. 이음매도 없고 거슬림도 없다. 이 업무는 저쪽 소관이니 여기로 전화해 보세요, 퉁명스러운 대답을 듣고 있을 까닭도 없다. 정부가 홀리스틱한 뷰를 갖추게만 되면 홀리한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신선하고 싱싱한 신성정부가 되어간다. 복지는 은총처럼 자비처럼 베풀어진다.
평생의 반려가 되어줄 친근한 마이 행정 로봇은 24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공무원들처럼 9시 출근 6시 퇴근도 없다. 공기의 흐름이 멈추지 않듯이, 물의 흐름이 끊김이 없듯이 정치 또한 그러해지는 것이다. 마침내 인간의 질서도 에코시스템에 근사해지는 것이다. 한 순간도 쉼이 없는 생태계처럼 심리스 스트리밍 거버넌스가 온다. 누구나 마이 국회의원, 마이 장관, 마이 대통령을 가지게 된다. 마이 대통령은 평생을 트럼프일 수도 있고 오바마일 수도 있다. 만델라일 수도 있고 레닌일 수도 있다. 어차피 나와 마음을 나누는 아바타이기 때문이다. 4년마다 5년마다 대통령 일인을 뽑자고 만인이 죽기 살기로 다툴 이유가 없다. 대통령은 그저 나와 나라의 정체성을 대변해주는 ‘상징대통령’으로 족할 뿐이다. 22세기의 아이들은, 화성의 주민들은 과잉정치화된 시민들이 선거에 몰입했던 지구촌의 옛 모습을 ‘지구사’ 시간에 배우며 의아해 할 것이다. Long long time ago, 옛날 옛적에 지구서는 선거로 작동하는 정치가 100여년 가동되었단다. 열망과 절망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대하서사를 만들어갔지. 그러나 누가 당선되던 그 본질은 느려 터진 데다가 비효율적이고 부패가 만연한 시스템이었지. 하긴,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은 직접 운전도 하고 다녔단다. 그 백 년 간 무려 2,500만명이 교통사고로 죽었다지. 정치사고로 죽은 사람의 숫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사람들이 직접 차를 몰고 투표를 하러 갔다니, 신기하지 않니? <스타워즈>의 대사 한 대목을 인용하자면, “민주주의는 이렇게 끝이 나는군. 우뢰와 같은 박수 갈채와 함께.”
이것이 살아생전 화성의 제왕을 꿈꾸는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의 민주주의이다. DOGE를 통하여 미국부터 바꾸고, 결국 화성을 비롯한 우주의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어 내려 한다. 너무나도 담대하여 다크하고 볼드한 비전이다. 야심차다 못해 나는 그가 헌신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굳이 구태여 저렇게 살 이유가 없다. 봉사하고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십자가를 지었다. 실제로 이미 유서도 써두었다고 한다. 제 손에 피를 묻히거나 아니면 제 피를 흘리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비장한 것이다. 이러한 대전환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어차피 화성 정부 구현도 무망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갈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화성 이주도 어렵겠지만, 화성에서도 19세기의 정치를 고수한다면 종으로서 인류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세 불과 200년 만에 지구의 기후를 교란시킨데 이어서 인류는 노바세의 우주 생태계까지 망쳐버릴 지도 모른다. 일론은 자녀들을 위해 직접 만든 미래학교의 이름을 애드 아스트라(Ad Astra) ‘별을 향해’라고 지었다. 14명 자식들의 아비 된 도리로서 목숨을 걸고 새 별을 향하여 후천개벽의 신문명을 탐험한다.
물론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이미 선천의 앙시앙레짐, 페이퍼리스트=페더럴리스트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스탈린식 대숙청과 내란 선동에 총반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다음 번 총격은 트럼프가 아니라 머스크의 심장을 겨냥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정말로 만에 하나, 만분의 일의 확률로 DOGE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달성한다면 미국은 완전히 새로운 아메리카로 거듭 날수 있을 것이다. 뉴아메리카, 디지털문명의 패권국으로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인공지능X블록체인X양자컴퓨터로 구성되는 신연방정부의 새 프로그램이 도처에 도입되어 거버넌스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범용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프로그램으로 주정부와 자치정부와 도시정부까지 모듈처럼 확장될 수 있다. 뿐인가. 유럽과 북미 등 서방세계의 정권을 도미노처럼 차례차례 접수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무능한 국가들이 모여서 최악의 무능을 보여주는 UN을 대체하는 세계정부의 프로그램으로도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미국은 일견 산업문명의 구세계질서로부터 철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을 먼로주의로의 퇴각으로만 오판하면 곤란하다. 미래의 지정학은 지상만이 아니라 천상과 가상, 3차원으로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상과 천상을 장악해면 지상은 한결 수월해진다. 뉴아메리카의 장래는 가상의 신세계질서를 선도하고 천상의 신우주질서를 선점하는 쪽으로 이미 가닥을 잡은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중국의 강력한 도전을 겨우겨우 간신히 뿌리칠 수 있을지 모른다.
미국이 여전히 간단치 않은 나라인 것은 바로 그 후천세상을 대비하여 만든 기업과 소프트웨어도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천과 후천이 갈리는 난세를 평정한 다음의 치세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30년 전 PC(퍼스널 컴퓨터)가 보급되어 갈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가 거의 모든 컴퓨터에 OS(오퍼레이션 시스템)로 깔렸다. 실상과 가상을 연결하는 창을 MS가 독점했던 것이다. 앞으로 전 세계 200여개의 국가와 국제기구와 도시정부는 물론이고 무수한 기업들에 깔릴 수 있는 AI시대의 OS를 사반세기 동안 만들어온 기업이 있다. 여기서 다시 피터 틸이 등장한다. 페이팔을 매각하고 일론이 처음 만든 기업이 스페이스X였다면, 틸은 팔런티어 테크놀로지를 창립한다. 그리고 공동창업자이자 CEO로 영입한 친구가 알렉스 카프였다. 머스크가 ‘Tech Support’ 티셔츠를 입고 까만색 모자를 쓰고 자신은 ‘다크 고딕MAGA’라며 흑기사 다크나이트를 자처할 때, ‘고담’(GOTHAM)이라고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업데이트해왔던 인물이 알렉스 카프이다. 고담시로 전락한 워싱턴을 개벽할 수 있는 절대반지를 남몰래 오랫동안 제련시켜온 배트맨이다.
피터 틸이 체스를 사랑하고, 일론 머스크가 게임을 좋아한다면, 알렉스 카프는 거친 대자연 속에서 고요한 사색을 즐긴다.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으로 ‘디지털 일반의지’를 탐구한다. 빅데이터가 선사할 삼라만상의 화엄세계를 딥러닝하고 딥시크하는 것이 그가 평생동안 수행해온 수련이다. 일론이 디지털 광장의 선동가라면, 카프는 테크노 광야의 선각자이다. 빅데이터에서 중생의 소리를 듣는 테크노 관세음(觀世音)보살이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미래를 예지하는 인사이트와 포어사이트가 차고 넘친다. DOGE는 사벌등안(捨筏登岸), 카프가 그리고 있는 그 여여(如如) 한 미래로 건너가고 나면 버리고 말 뗏목일 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기업을 경영하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철학자 CEO, 알렉스 카프를 만날 차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