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2023년 5월 12일

6. 소축(小畜)과 리(履)

- 내가 가진 힘으로 이 만큼 했구나.

小畜 이제 내가 한 일은 바람이 되어 하늘을 흘러 다닌다.
履  호랑이 뒤를 따르는 것처럼 살았지만 이렇게 살 수 있었던 것도 고맙다.






이번 이야기는 제목을 시처럼 문장으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소축(小畜)과 리(履)가 가진 감정이 깊고 넓기 때문입니다.
노자는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미묘현통(微妙玄通)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성공한 뒤에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멈춰야 할 지점을 알고 내가 처음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주역은 이런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주역은 음양을 연습하는 공부입니다.
하늘과 땅이라고 읽지 않고 건곤(乾坤)이라고 읽습니다.
두 이야기는 샴 쌍둥이처럼 분리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앞의 이야기 사비(師比)에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비(顯比)라는 훌륭한 지도자가 새로운 국가가 풀어야 할 여러 난제를 풀어가고 있는데, 부드럽고 관용적인 현비의 지도력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더 과감하게 밀어 붙여서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주도권을 쥐기 위한 권력 투쟁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나라에 대해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민중들은 점점 더 실망하게 됩니다.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과거보다 더 후퇴하는 현상도 일어납니다.

소축(小畜)은 이 시기를 사는 사람입니다.
그는 뒤돌아 보기 싫었습니다.
새로운 나라, 민중의 나라를 건설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전쟁은 참혹했고, 그는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전쟁의 승리를 즐기고 권력을 추구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그는 자유롭게 살고 싶은 존재입니다.
그런 그를 민중이 가만 두지 않습니다.
민중은 소축같이 욕심없는 사람이 현비(顯比)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끌려오듯이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상황은 심각합니다. 국가 재정은 빈약한데 너무 많은 과제를 약속해서 짐을 실은 수레의 바퀴가 부러질 정도입니다. 서로 믿고 사랑하며 혁명을 함께 했던 동지들은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게 합니다.
어떤 때는 피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그는 정말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회복되고 결국 손을 맞잡습니다.
서로를 믿지 못해 나 혼자 독점하겠다는 생각도 내려 놓게 됩니다.
소축은 네 번째 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양입니다.
다섯의 양은 새로운 국가에서 무엇인가를 할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소축은 네 번째 음의 마음을 씁니다. 그는 마음이 빈 사람이고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는 그 마음을 써서 새로운 국가의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그가 성공한 기법은 어떤 특별한 조건 속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언제까지 다섯 양들의 욕망을 관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보름이 되면 다시 달은 기울어 집니다.

사회는 지금 거대한 분열 상태입니다.
전쟁에 승리한 사람들의 권력 투쟁은 단지 그들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그들은 민중의 요구라는 정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민중의 욕망을 다스려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는 없습니다.
리괘(履卦)가 해야 할 과제가 시작됩니다.
그는 삶을 단순 소박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맨발로 길을 걸으며 자연과 하나된 사람입니다.
그는 자기 삶의 탄탄한 기반을 가진 자립하는 사람이며, 자기 내면에서 깊은 평화를 찾는 사람입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중은 그를 불러냅니다. 우리의 대표가 되어 우리의 의지가 실현되게 힘있는 사람들을 설득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에게는 양쪽이 다 호랑이 같습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부드러움을 모르고, 민중은 그 깊은 속을 다 알 수 없습니다.
한 때 그도 민중의 편에 서서 새로운 나라의 이상을 실현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전체를 다 볼 수 없습니다.
내가 본 것이 눈 하나를 감고 보는 것이고, 절뚝거리며 삐뚤 삐뿔 걸으면서 바르게 걷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답은 없습니다.
단지 겨울 언 강을 건너듯이, 사방에 보는 눈이 있는 것처럼, 호랑이 뒤를 따르듯이 손을 움켜쥐고 조심 조심 걷는 수 밖에 없습니다.
리괘는 그 긴장감을 버티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에게도 한번은 하늘이 정말 꿈꾸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그 순간에 그는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자기에게 주어진 소명을 이루어 냅니다.
그러나, 거기 까지 입니다.
민중은 힘들게 자기 과제를 하는 지도자를 지지하지만 성공한 지도자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는 민중의 마음이 변하는 것을 읽어냅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돌아간 그는 다시 소축괘의 첫 번째 마음을 가진 자유로운 사람, 자기가 할 일을 다하고 자기 삶을 사는 사람, 맨발로 길을 걸으며 자연과 하나된 사람이 됩니다.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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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畜 풍천소축

小畜 亨 密雲不雨 自我西郊.
소축 형 밀운불우 자아서교

서쪽 먼 하늘에 구름이 가득한데도 비가 내리지 않는다.

象曰 小畜 柔得位而上下應之 曰小畜. 健而巽 剛中而志行 乃亨.
상왈 소축 유득위이상하응지 왈소축  건이손 강중이지행 내형
密雲不雨 尙往也 自我西郊 施未行也.
밀운불우 상왕야 자아서교 시미행야

아래와 위 모두 양이고 네 번째 효 하나가 부드러움의 힘을 쓰는 음이다.
여러 양들이 이 하나의 음과 소통한다.
나는 이루고 싶은 일이 많다.(다섯개의 양) 그러나, 서두르면 오히려 늦어진다는 것을 안다.(하나의 음) 지금은 서쪽 먼 하늘에서 구름이 밀려오지만 비가 내리지는 않는 형국이다. 

象曰 風行天上 小畜 君子以 懿文德.
상왈 풍행천상 소축 군자이 의문덕

하늘 위로 흐르는 바람처럼, 공기를 숨쉬며 살지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내가 한 일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내가 한 일의 아름다움은 천개의 바람이 되어 하늘 위를 흐른다.

1. 初九 復自道 何其咎 吉.
  초구 복자도 하기구 길
  象曰 復自道 其義吉也.
  상왈 복자도 기의길야

나는 내가 할 일을 다하고 내가 가야할 나의 길을 걷는다.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2. 九二 牽復 吉.
  구이 견복 길
  象曰 牽復 在中 亦不自失也.
  상왈 견복 재중 역부자실야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는데, 그가 나를 끌어 당긴다.
그의 손을 잡고 걸으면 나를 잃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나는 혼란 속에서 나를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 있어서 뒤돌아 보지 않고 있었다.

3. 九三 輿說輻 夫妻反目.
  구삼 여탈복 부처반목
  象曰 夫妻反目 不能正室也.
  상왈 부처반목 불능정실야

짐을 지나치게 실은 수레의 바퀴가 빠졌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반목하고 싸운다. 집을 바르게 세울 수 없다. 우리에게는 적절하게 짐을 실을 수 있는 지혜도 없고, 서로 의논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신뢰와 존중도 없다. 나는 이 집을 다시 세울 수 있을까?

4. 六四 有孚 血(恤)去 惕出 无咎.
  육사 유부 혈거 척출 무구
  象曰 有孚惕出 上合志也.
  상왈 유부척출 상합지야

내가 하는 일은 나의 일이 아니다. 나는 하늘의 뜻을 따라갈 뿐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다시 살아나고 의심과 불안, 두려움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5. 九五 有孚 攣如 富以其鄰. 
  구오 유부 련여 부이기린
  象曰 有孚攣如 不獨富也.
  상왈 유부련여 불독부야

이제 우리는 서로 믿을 수 있다. 손을 맞잡을 수 있다.
내가 가진 돈은 이웃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써야 한다.
지금의 혼란을 그대로 두고 나 혼자 독점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진정한 부(富)는 하늘 위를 흐르는 바람처럼 적절한 곳에 아름답게 쓰여야 한다.

6. 上九 旣雨旣處 尙德載 貞厲. 月幾望 君子征凶.
  상구 기우기처 상덕재 부정려 월기망 군자정흉
  象曰 旣雨旣處 德積載也 君子征凶 有所疑也.
  상왈 기우기처 덕적재야 군자정흉 유소의야

작은 힘이라도 보탠다는 마음으로 해왔기에, 그 동안 기다리던 비가 내린다. 우리가 서로를 하늘님으로 모시고 사랑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달이 기울어지는 시간이다. 지금까지 성공했던 방식으로 하더라도 잘 되지 않는다.
더 나가면 위험하고 의심을 받게 된다. 내가 가진 힘으로 이만큼 한 것만 해도 충분하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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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택리


履虎尾 不咥人 亨.
이호미 부질인 형

호랑이 뒤를 따라가면서도 물리지 않는다.

彖曰 履 柔履剛也. 說而應乎乾 是以履虎尾不咥人亨. 剛中正 履帝位 而不疚 光明也.
단왈 리 유리강야. 열이응호건  시이리호미부질인형. 강중정 리제위  이불구 광명야

리는 부드러움(柔)이 기쁜 마음(說)으로 강건함(剛乾)을 따르며 상응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호랑이처럼 강한 사람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물리지 않을 수 있다. 그는 힘을 가졌지만 균형감을 가지고 있어 힘을 함부로 쓰지 않고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를 비추는 빛이 될 수 있다.

象曰 上天下澤 履 君子以 辯上下 定民志.
상왈 상천하택 리  군자이 변상하 정민지

위는 하늘처럼 강하다. 아래는 연못처럼 깊다.
나는 하늘을 부드럽게 하고 연못이 깊은 속을 드러내도록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게 안내한다. 강하기만 하고 부드러움을 쓸 줄 모르는 사람들, 자기 마음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사람들은 이런 도움을 받아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1. 初九 素履 往 无咎.
  초구 소리 왕 무구
  象曰 素履之往 獨行願也.
  상왈 소리지왕 독행원야

맨발로 걷는다. 나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겠다.

2. 九二 履道坦坦 幽人 貞 吉.
  구이 이도탄탄 유인 정 길
  象曰 幽人貞吉 中不自亂也.
  상왈 유인정길 중부자란야

나는 지금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며 자립하고 있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나는 지금 내 안 깊은 곳의 나와 만나고 있다.

3. 六三 眇能視 跛能履 履虎尾 咥人 凶. 武人爲于大君.
  육삼 묘능시 파능리 리호미 질인 흉. 무인위우대군.
象曰 眇能視 不足以有明也. 跛能履 不足以與行也. 咥人之凶 位不當也 武人爲于大君 志剛也.
상왈 묘능시 부족이유명야.  파능리 부족이여행야. 질인지흉 위부당야  무인위우대군 지강야.

나는 한 눈을 감았으면서도 잘 본다고 말하고, 절뚝거리면서도 잘 걷는다고 말한다.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걷지 못하면서 호랑이같은 사람들의 뒤를 따랐다. 결국 호랑이에게 물린다. 나는 좋은 뜻과 의지가 있었고, 마음이 강했다. 나는 이렇게 좋은 뜻을 가지면 힘을 가지고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4. 九四 履虎尾 愬愬 終吉.
  구사 리호미 색색 종길
  象曰 愬愬終吉 志行也.
  상왈 색색종길 지행야

호랑이 뒤를 조심조심 걸었다. 강하기만 한 사람들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기 시작하고, 깊은 연못 속에 숨겨진 마음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5. 九五 夬履 貞 厲.
  구오 쾌리 정 려
  象曰 夬履貞 位正當也.
  상왈 쾌리정려 위정당야

과감하고 명쾌하게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옳은 길을 걸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심했어야 했다. 난제가 한 둘이 아니다. 겨울 언 강을 건너는 것처럼, 사방에 보는 눈이 있는 것처럼, 호랑이 뒤를 걷는 것처럼 살아야 했다.

6. 上九 視履. 考祥其旋(反) 元吉.
  상구 시리. 고상기선    원길
  象曰 元吉在上 大有慶也.
  상왈 원길재상 대유경야

내가 걸어 온 길을 돌아본다. 이제 나는 내가 왔던 첫 자리, 소박하게 살며 맨발로 걷던 삶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김재형
빛살 김재형 이화서원 대표. 전남 곡성에서 이화서원이라는 배움의 장을 만들어 공부한다. 고전 읽는 것을 즐기고 고전의 의미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있다. '시로 읽는 주역', '아름다운 세 언어 동아시아 도덕경', '동학의 천지마음', '동학편지' 를 책으로 냈다. 꾸준히 고전 강의를 열어 시민들과 직접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