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김혜정의 마음놓고 마음챙김

2023년 11월 22일

7. 세상을 구한 위대한 영웅






영웅은 난세에 나온다고 한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난세에는 영웅이 돋보인다. 선악의 개념은 상호 의존한다. 악이 없으면 선도 없다. 역경이 영웅을 만드는 것이다. 영웅의 탄생도 좋지만, 그보다 난세가 오지 않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인류에 공헌하는 가장 효과 빠르고 부작용이 적은 일은 명상하는 것이다. 마음을 정화하는 일보다 더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원래 큰 비극은 사소한 일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사소한 일은 한 사람의 정화되지 않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사소한 악의, 적대감, 시기와 질투가 관계에 작은 폭력을 유발하고, 작은 폭력이 큰 폭력이 된다. 이미 커다란 비극이 유발된 다음에 비극을 멈추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영웅적 노고가 필요하다. 그보다는 애당초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마음에서 자라나는 작은 악의 씨앗을 뿌리 뽑는 게 이롭다. 그렇게 되면 일상에서 작은 전쟁이 멈춘다. 작은 분열과 작은 불행이 사라진다. 삶이 조화로우면 큰 비극이 일어날 수가 없고, 큰 비극을 막을 영웅적 노고도 불필요해진다. 일상에서 자기 마음을 정화하며 살아가는 작은 영웅들이야말로 인류에 진정으로 이바지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영웅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사람들 덕분에 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들이 인류 전체에 얼마나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마음이 정화되면 될수록, 남들의 인정을 구하지 않게 되기 마련이다. 이 인류를 구한 영웅들에게 주어지는 상은 영웅이라는 칭호가 아닌, 내면의 행복과 평화, 그리고 진정한 자유다.

물론 마음이 정화된 사람들이 인류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도를 효율적으로 정비하거나, 국가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거나, 혹은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해 통 크게 기부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이들은 운동화 끈을 매는 모습으로, 밥을 먹는 모습으로, 집 앞마당을 청소하는 모습으로 주변에 밝은 기운을 전파한다. 무의식이 정화되면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부터 변한다. 무의식을 정화하지 않고, 의식의 표면에 유입된 관념만으로 세상에 이바지하는 일은 한계가 있다. 정화되지 않은 고통스러운 무의식은 알게 모르게 주변에 긴장을 유발하게 된다.

사실 언행불일치라는 말은 무의식 수준에선 성립 불가능하다. 무의식 수준에서 알기 시작하면, 아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언행불일치가 생기는 것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심원한 분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좋은 사회과학책을 읽는 것만으로 마음이 변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많이 아는 사람이 행동으로 아는 바를 옮기지 못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을 것이다. 활자는 의식의 표면을 적신다. 그러나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의식적 지향보다 무의식적 충동이다. 마음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몸으로 수행해야 한다. 몸을 관찰해야 무의식을 볼 수 있다.

마음을 정화하는 일은 어렵다. 차라리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고, 근사한 시를 쓰고, 멋진 노래를 작곡하는 게 더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명상을 시작하면 다리는 저리고, 허리도 아프고, 잠이 쏟아지고, 잊고 지내던 옛 생각이 떠올라 화가 나기도 한다. 거기다가 이토록 힘든 일을 하고 있는데 남들에게 인정받지도 못한다. 괜히 관 뚜껑에 못질 할 때 철이 든다는 말이 생긴 것이 아니다. 그만큼 사람 마음을 바꾸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마음을 정화하는 일보다 쉬운 일이 없다. 이미 일어난 전쟁과 학살을 멈추는 게 더 쉬울까, 마음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멈추는 게 더 쉬울까? 마음의 전쟁을 멈추는 일이 제아무리 어려워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멈추기보다 쉽다. 마음이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 마음이 바뀌어야, 진정으로 바뀐다. 애써서 세상을 바꾸려고 할 필요가 없다. 힘겹게 세상을 바꿔놔도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곧 외형만 다르고 구조는 똑같은 지옥이 도래한다. 변화의 순서가 중요하다. 마음이 먼저다.

용서하기 어려웠던 상대를 용서하는 일, 화가 날 때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추는 일, 자존심이 상할 때 자존심을 버리고 상대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들이 모이고 모여 전쟁과 학살을 막는다. 작은 친절이 세상을 구한다. 내가 별 뜻 없이 건넨 차 한 잔이 한 사람의 하루를 밝게 변화시키고, 별 뜻 없이 건넨 말 한마디가 상대의 마음을 지옥으로 물들인다.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은, 한 세상을 구하는 일이다. 나라를 바꾸려 애쓰기 전에 자기와 함께 사는 사람의 마음을 서운하게 하는 일부터 멈춰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그러려면 자기 마음부터 바꿔야 한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남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일은 불가능하다. 나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명상을 시작하자!






김혜정차와 명상을 좋아하는 김혜정입니다. 수행자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제가 행복해지고자 걸어온 수행 여정을 여러분과 글로 나누고 싶습니다. 10년차 요가강사이며, 미얀마 쉐우민에서 처음 위빠사나 명상에 입문했습니다. 그 후로는 주로 고엔카의 수행법을 따라 위빠사나 명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