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2023년 7월 21일
7. 죽음의 고리(Circle of 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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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죽음들을 마주한다. 누군가는 사고를 당해 죽고, 누군가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죽음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 존재의 죽음에는 여러 사회적, 문화적,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다. 에밀 뒤르켐은 일찍이 자살이 사회적 조건에 의해 발생하는 타살이라 말했다. 요한 갈퉁은 가정에서의 일을 개인의 폭력으로 치부하던 것을 비판하고 구조적, 사회적문화적 폭력이 있음을 밝혔다.
지금까지 관계와 교차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제는 폭력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관계성과 교차성이 최근 평화학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라면, 폭력은 평화학의 초기부터 크게 다뤄진 주제이다. 왜 극단적 폭력 사태인 전쟁이 발생하는지, 왜 사회가 평화롭지 않은지를 알기 위해서는 왜 폭력이 발생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초기 평화학은 이를 안보나 전쟁방지 차원에서만 접근했다. 하지만 안보중심의 평화학은 요한 갈퉁을 비롯한 비판적 평화학자들로 인해 소극적 접근을 벗어나 직접적, 구조적, 문화적 폭력으로 폭력을 구분하고, 일상적인 폭력부터 사회 전반의 폭력까지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갈등 상태에 놓여있다. 갈등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날 때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기에 평화학에서는 갈등을 문제라고 여기지 않고, 해결이나 관리가 아닌 전환으로 푼다.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이 아닌 역동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폭력은 다르다. 폭력은 권력과 위계의 문제다.
첫 글에서 복수(Revenge)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이 사람으로 하여금 폭력에 대한 무관심, 무딤을 야기하고 기존의 관계가 지속되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마주하는 죽음, 그것의 방식이 인간의 폭력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더 나아가 죽음들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집단학살(Genocide)-생태학살(Ecocide)-자살(Suicide)’ 간에 연관성에 주목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내용을 앞으로 3회 동안 좀더 자세히 이야기하려 한다.
집단학살(Genocide)과 생태학살(Ecocide)의 연관성은 이미 Double Nexus라는 명칭으로 학계에서 연구가 진행중이다. 특히나 체르노빌이나 히로시마 등 전쟁 당시 화학무기 또는 핵무기 등의 사용으로 인해 학살이 발생한 장소에서 학살 이후에도 생태학살이 지속되고 있음을 밝힌 연구들이 있다. 이는 생태주의와 느린 폭력의 관점에서 주로 이야기되며,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사례를 가지고 폭력과 죽음의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나는 집단학살을 ‘인간 파괴’로, 생태학살을 ‘생태파괴’로 본다. 집단학살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문제이지만 인간이 생태계의 한 존재라는 면에서, 우리가 지구라는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점에서 생태학살과 연관된다. 그리고, 그렇기에 지구에서 일어나는 학살, 생태계의 파괴가 다시 인간 및 다른 존재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나는 생태학살(Ecocide)와 자살(Suicide)의 연관성에 집중하고자 한다. 자살은 앞서 말했듯 한 개인의 죽음으로만 볼 수 없다. 또한, 자살은 인간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동물과 식물들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나는 자살을 ‘존재파괴’로 보며, 이에 대해 조망하고자 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존재파괴는 무엇을 의미할까? 존재가 파괴된다는 것은 무엇을 야기할까? 질문의 답은 여러 가지겠지만, 나는 존재의 파괴가 결국 인간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다시 재현된다고 본다. 존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당하는 일이 빈번해진다는 것은 그 사회의 폭력성이 극에 달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말은 폭력이 자신을 해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다른 존재를 해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을 해하고, 생태계를 해하고, 다른 인간을 해하고, 끝내 집단적 죽음을 야기하는 것까지 간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학술적 기반이 부족하기에 연구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가정을 가지고 논지를 전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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