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2023년 6월 8일

8. 동인(同人䷌) / 대유(大有䷍)

공동체의 꿈 / 선물을 나누는 사회






이 이야기는 비괘(否卦)의 ‘계우포상(繫于苞桑), 뽕나무 뿌리처럼 이어진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천지비(天地否)는 하늘과 땅이 만나지 않는 위험하고 폭력적인 상황에서 민중의 삶은 ‘지금 우리에게는 나라가 없다(天下無邦也)’는 말이 입밖으로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런 절망감은 땅 밑에서 어떤 움직임을 만들어 냅니다.
그 움직임은 뽕나무 뿌리처럼 서로 엉키며 서로가 서로를 마주 잡습니다.
동인은 이 만남에서 시작합니다.
이 만남을 통해 그들은 자신들이 겪은 고통이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거대한 사회 구조와 체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안에서 노력하고 애써서 조금 나아가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버리는 쳇바퀴처럼 도는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보게 됩니다.
그들은 이 체제를 벗어나서 실험적인 공동체를 만들기로 약속합니다.
아무나 이런 일을 함께 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뜻과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모아서 공동체를 만들어 냅니다.

그 이름이 ‘동인 공동체’입니다.
그들은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마음이 맑고 밝습니다. 그들의 밝은 마음은 하늘의 마음과 이어져 있습니다. (天火同人)
수운 선생님이 하늘님을 만나 깨달음을 얻고 이른 지점이 ‘내 마음이 네 마음이다(吾心卽汝心)’입니다.
동인은 그 마음에 이른 사람들입니다.
수운의 이 깨달음이 동학 공동체를 시작하게 한 힘입니다.
하늘의 마음과 하나된 사람들은 누구나 공동체를 만듭니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에서나 다 일어나는 일인데, 공동체는 적과의 동침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작은 공동체라도 공동체는 권력을 만들어 냅니다. 선한 의미를 가지더라도 권력이 형성되면 적대감도 만들어 집니다. 공동체는 내부 투쟁의 장으로 전환되고 그들은 물고 물리며, 서로를 견제하지만 공격할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팽팽한 긴장 속으로 빠져듭니다. 

동인괘는 ‘동인의 아름다운 연대와 동인의 편협한 배제’ 이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주역의 64개 괘 중에서 동인이 가장 팽팽하게 이 양면성이 대립합니다.
왜 동지들은 이렇게 싸워야 할까요?
이 질문 앞에 섰던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공자이고 또 한 사람은 노자입니다.
공자님은 이런 대립은 갈 데 까지 가고 난 뒤에 결국 동인의 질서를 찾고 그 과정에서 동인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아름답게 가공되는
금란지교(金蘭之交)의 우정과 사랑을 키우게 된다고 봅니다.
누구에게나 단련의 시간이 필요하고 동인 공동체는 마음 훈련의 학교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노자는 노자 공동체의 분열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는 다른 해법을 제안합니다.
현동(玄同)이라는 공동체의 방법론입니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塞其兌, 閉其門, 挫其銳, 解其分, 和其光, 同其塵,
是謂玄同,

도와 덕을 아는 사람은 다 말하지 않습니다.
말하는 사람은 삶의 양면성을 다 알지 못합니다.
입을 다물고, 생각의 문도 닫읍시다
날카로운 것은 무디게 하고, 분석하지 맙시다.
지나치게 밝은 것은 누그러뜨리고, 자기를 낮춰 먼지처럼 함께 뒹굽시다.
이렇게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하나 되는 것을 ‘현동(玄同)’이라고 합니다.

노자는 공동체의 분열과 대립은 말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을 줄이고 지나치게 분석하지 말고 내가 옳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완화시켜야 한다고 권유합니다. 그는 공동체의 분열이 한심하고 속 쓰리고 고통스러웠습니다.
하늘의 마음과 하나되었다는 것이 서로를 사랑하는 힘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옳음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때는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노자는 내가 옳다는 집착을 가능한 부드럽게 다룰 수 있어야 공동체가 성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말이 화광동진(和光同塵)의 어원입니다.
공동체는 우리를 금란지교(金蘭之交)의 단단함으로 이끌어 갈까요, 화광동진(和光同塵)의 부드러움으로 이끌어 갈까요?

답은 공동체에서 우리는 이 둘을 다 몸과 마음에 익히게 됩니다.
그래서 공동체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좋은 사회화 학습의 장이 됩니다.
금란지교의 단단함과 화광동진의 부드러움을 내면화한 사람들은 삶을 경영할 수 있습니다.
동인이 마음을 모아가는 이야기라면 대유는 물질을 모으는 이야기입니다.
마음과 물질로 이어진 하나의 짝입니다.
공동체를 통한 동인의 마음 공부는 새로운 물질 의식을 불러옵니다.
대유(大有)라는 개념은 지금은 잃어버린 물질 의식입니다.
동아시아 경전에서 대(大)라는 개념은 크다는 뜻으로 읽으면 안되고 통합성이라는 개념으로 읽어야 합니다.

대유(大有)는 사유(私有)와 공유(共有)의 통합입니다.
사유(私有)여서 내 것처럼 잘 관리하면서도 공유(共有)여서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우리가 대유 의식을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미래의 새로운 사회를 기획할 수 있습니다. 이화서원의 공식적인 이름은 ‘대유공간 이화서원 협동조합’입니다.
대유 사회에 대한 깊은 열망과 기도가 만든 이름입니다.
대유 의식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훌륭한 경영자가 많습니다.
좋은 회사를 경영해서 성공하지만 그 회사를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회의 공공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경영자입니다.
그들은 기업 경영의 목표가 비젼의 실현입니다.
기업의 구성원들은 비젼 공동체의 동지들입니다.
그들은 서로 믿고 신뢰합니다. 물론 이렇게 되는 것이 하루 아침에 된 일은 아닙니다.
그들의 가슴 밑바닥에는 동인의 경험이 쌓여 있고, 이제 그들은 서로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고 일어나는 일의 양면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통찰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순천휴명(順天休命)
하늘의 마음과 이어지고 삶을 선물처럼 받아들이는 선물 사회를 만드는 꿈입니다.
이런 사회를 대동(大同) 세상이라고 합니다.
대유와 동인이 하나되어 만들어진 말이 대동(大同)입니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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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人

同人于野 亨 利涉大川 利君子貞.
동인우야 형 이섭대천 이군자정

우리는 국가에 의해 정해진 사회 구조의 바깥 ‘야(野)’에서 새로운 사회와 공동체를 만든다.
우리는 이미 동인의 강을 건넜다. 

彖曰 同人 柔得位 得中而應乎乾 曰同人. 
단왈 동인 유득위 득중이응호건 왈동인

동인의 육이(六二)는 부드럽게 조정하는 음(陰)이면서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 
우리는 동인의 꿈을 마음에 담고 하늘의 마음 건(乾)과 이어져 있다. 
내 마음이 하늘의 마음이다. (吾心卽汝心)

同人曰.
동인왈
同人于野亨利涉大川 乾行也. 文明以建 中正而應 君子正也. 唯君子 爲能通天下之志. 
동인우야형이섭대천 건행야.  문명이건 중정이응 군자정야.  유군자 위능통천하지지.

하늘처럼, 
우리는 밝고 힘차게, 서로 사랑하며 하늘의 마음과 통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산다. 

象曰 天與火同人 君子以 類族辨物.
상왈 천여화동인 군자이 유족변물

하늘의 기운이 위로 가듯이, 불의 기운도 위로 간다. 우리는 같은 꿈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와 꿈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깊이 생각하고 선별해서 모았다. 아무나 같이 공동체를 할 수는 없다. (類類相從, 同化/排除)

1. 初九 同人于門 无咎. 
초구 동인우문 무구.
象曰 出門同人 又誰咎也.
상왈 출문동인 우수구야.

누구나 동인의 문을 들어가 동문(同門)이 된다. 우리가 한 마음이 되는 건 누구나 좋아하지 않겠나!

2. 六二 同人于宗 吝.
육이 동인우종 인.
象曰 同人于宗 吝道也. 
상왈 동인우종 인도야.

넓은 영역에서 생각이 같은 사람을 모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그룹 사람들 끼리 공동체를 만들었다. 이건 옹색하다. 

3. 九三 伏戎于莽 升其高陵 三歲不興. 
구삼 복융우망 승기고릉 삼세불흥
象曰 伏戎于莽 敵剛也 三歲不興 安行也. 
상왈 복융우말 적강야 삼세불흥 안행야,

함께하는 동지들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 적과 동지가 한 공간에 같이 있다. 무기를 풀 숲에 숨기고 높은 곳에서 정세를 관망하고 분위기를 살폈다. 우리 안의 적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3년 동안 공격하지 못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분노에 휩싸였는데 풀 수 있는 출구도 찾을 수 없었다.

4. 九四 乘其墉 弗克攻 吉.
구사 승기용 불극공 길
象曰 乘其墉 義弗克也 其吉則 困而反則也.
상왈 승기용 의불극야 기길즉 곤이반칙야

우리의 정의를 공동체에서 실현할 수 없어 성벽을 타고 넘어서라도 그들을 공격하고 싶었다. 
그러나, 차마 할 수 없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고통도 길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5. 九五 同人 先號咷而後笑 大師克 相遇. 
구오 동인 선호도이후소 대사극 상우
象曰 同人之先 以中直也 大師相遇 言相克也. 
상왈 동인지선 이중직야 대사상우 언상극야

우리는 공동체에 대한 곧은 마음이 있었다. 우리가 가진 이런 동인의 마음은 처음에는 이해되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우리는 소리쳐 외치다시피 해야 했고, 어떤 경우에는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기도 했다. 그런 갈등 과정을 다 거치고 난 뒤에 지금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웃고 사랑한다. 이렇게 자기의 모난 부분이 공동체의 삶을 통해 조금씩 깍이고 단련되어 간 우리의 우정을 ‘금란지교(金蘭之交)’라고 한다. 
공자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두 사람이 마음을 모으면 그 날카로움이 쇠를 자를 듯하고, 동인의 마음으로 하는 말은 난향처럼 향기롭다. (二人同心 其利斷 同心之言 其臭如)’

6. 上九 同人于郊 无悔. 
상구 동인우교 무회
象曰 同人于郊 志未得也.
상왈 동인우교 지미득야

성 안에서 동인에 참여하지 못하고 성 바깥으로 나갔다. 나에게 공동체는 너무 힘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함께 공동체를 한 것 자체는 아름다웠고 많이 배웠다. 후회하지 않는다.



14.

☲☰

大有

大有 元亨. 
대유 원형

대유는 사유와 공유가 통합된 물질 의식이다. 나는 내가 가진 것에 대해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책임지고 잘 관리하겠다. 그리고, 타인에게 배타성을 가지지 않겠다. 내가 가진 것은 내 것이 아니라 하늘의 선물이다. 

彖曰 大有 柔得尊位 大中而上下應之 曰大有. 其德 剛健而文明 應乎天而時行 是以元亨. 
단왈 대유 유득존위 대중이상하응지 왈대유.  기덕 강건이문명 응호천이시행 시이원형

대유는 6개의 효 중에서 5번 하나가 음이고 나머지는 다 양이다. 
음이 5번 자리에 있는 것을 ‘부드러운 힘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중심을 ‘대중(大中)’이라고 하고 5개의 양이 움직일 때 모두 이 대중의 음과 함께 움직인다. 대유는 강하고 밝아서 적절한 때에 하늘의 뜻을 따를 힘이 있다.

象曰 火在天上 大有 君子以 遏惡揚善 順天休命.
상왈 화재천상 대유 군자이 알악양선 순천휴명

하늘 위에 태양이 떠 있어 세상에 빛을 나누어 주는 것처럼 나는 악을 멀리하고 밝고 선하게 살겠다. 나는 하늘의 마음에 순응하고 내 삶과 물질을 선물처럼 즐기고 나누겠다.
 

1. 初九 无交害 匪咎 則无咎. 
초구 무교해 비구 간즉무구
象曰 大有初九 无交害也.
상왈 대유초구 무교해야.

지금 나는 고독하고 아무도 만날 수 없다. 동인의 열망은 고통스러웠다. 혼자서 간난(艱難)을 겪겠지만 나는 다시 나의 힘으로 일어서겠다. 

2. 九二 大車以載 有攸往 无咎. 
구이 대거이재 유유왕 무구
象曰 大車以載 積中不敗也. 
상왈 대거이재 적중불패야

큰 차에 짐을 실을 수 있을 정도로 경영에 성공했다. 

3. 九三 公用亨于天子 小人 弗克.
구삼 공용향우천자 소인 불극
象曰 公用亨于天子 小人 害也.
상왈 공용향우천자 소인 해야.

국가의 공공 사업에 참여한다. 
경영 능력이 없는 사람이 하기에는 무리이다.

4. 九四 匪其彭 无咎.
구사 비기방 무구
象曰 匪其彭无咎 明辨晢也. 

상왈 비기방무구 명변석야
경영 규모를 확장할 수 없다. 시대 상황을 잘 읽어내고 판단하자.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고 경영을 합리화해야 한다.

5. 六五 厥孚交如 威如 吉. 
육오 궐부교여 위여 길
象曰 厥孚交如 信以發志也. 威如之吉 易而无備也. 
상왈 궐부교여 신이발지야. 위여지길 이이무비야

우리는 서로 믿고 신뢰한다. 우리의 신뢰는 공동 가치와 비젼을 기반으로 한다.  
공동의 비젼을 가진 우리는 위기가 닥쳐도 서로 토론하며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위험를 모두 다 준비하고 대비할 수는 없다. 
신뢰와 공동체 의식이 위기를 극복할 기본적인 힘이 된다.   

6. 上九 自天祐之 吉无不利.
상구 자천우지 길무불리
象曰 大有上吉 自天祐也.
상왈 대유상길 자천우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들을 돕는다. 우리는 서로를 믿고 서로에게 선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김재형
빛살 김재형 이화서원 대표. 전남 곡성에서 이화서원이라는 배움의 장을 만들어 공부한다. 고전 읽는 것을 즐기고 고전의 의미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있다. '시로 읽는 주역', '아름다운 세 언어 동아시아 도덕경', '동학의 천지마음', '동학편지' 를 책으로 냈다. 꾸준히 고전 강의를 열어 시민들과 직접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