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김혜정의 마음놓고 마음챙김

2024년 2월 8일

9. 알아차리는 순간 번뇌는 사라진다







명상은 크게 집중 명상과 알아차림 명상으로 나눌 수 있다. 강한 집중력을 계발하는 명상을 사마타 명상이라 한다면, 지혜를 계발하는 명상을 위빠사나 명상이라 한다. 그러나 사실은 어느 종류의 명상을 하건 집중력과 지혜 둘 다 계발이 된다. 집중력을 계발하는 명상을 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지혜가 필요하며, 지혜를 계발하기 위한 명상을 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 사실은 명상을 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어느 명상을 하던 제대로 꾸준히 하기만 한다면 수행을 진보하게 하는 힘인 오력(믿음, 알아차림, 집중, 노력, 지혜)의 균형이 저절로 맞춰진다. 둘 다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좋다.

위빠사나 명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말이 있다. 알아차리는 순간 번뇌는 사라진다는 말이다. 번뇌가 올라왔을 때 오직 관찰한다. 번뇌를 없애려 애쓰지 않는다. 원치 않는 결과가 일어났을 때, 그 결과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불교에서 고통의 근원이라 하는 탐욕이 어린 마음이다. 그리고 탐욕은 명상의 도구가 될 수 없다. 명상의 도구는 관찰이다. 사실 번뇌를 없애려고 노력해본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없애려고 할수록 더 강해지기만 한다. 그러나 평정한 마음으로 번뇌를 관찰하면 번뇌는 수그러든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번뇌를 관찰하기만 하면 번뇌가 사라진다는 말은 집중력이 계발된 사람에게 한정된 말이다. 명상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수행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번뇌를 없애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아무리 관찰해도 또 올라오고, 또 올라온다. 그래서 알아차림 명상, 위빠사나를 하기 전에 집중 명상인 사마타 명상을 먼저 해서 집중력의 질을 충분히 높여 놓은 후에 위빠사나 명상을 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올라오는 생각들을 ‘나의’ 생각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 머릿속에서 쉼없이 올라오는 생각들이 모두 나의 생각이라면 그 생각들은 내가 원할 때 언제라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생각들은 쉽사리 멈추지 않는다. 생각들이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은 불수의적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마음의 잠재된 능력은 보기보다 대단하다. 잘 훈련하고 계발하면 생각을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집중 명상을 열심히 수행해 집중력을 많이 계발하면 생각을 보는 순간 끊어버리는 게 가능하다. 원치 않는 부적절한 생각이 얼마나 마음을 미치게 만드는지 조금이라도 통찰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빠사나 명상을 하기 위해 반드시 사마타 명상을 해서 선정에 이르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간혹 집중의 힘은 약간 부족하지만 지혜롭게 숙고하는 힘이 강한 수행자들도 있다. 그런 이들은 번뇌가 올라왔을 때 번뇌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고 숙고하는 힘으로 번뇌를 끊어내기도 한다. 각자 자신의 내적 자원을 점검하고, 본인에게 맞는 방식의 명상을 선택해서 꾸준히 하면 된다. 어떤 명상이 더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 거칠고 고통에 취약한 마음을 계발해서 행복하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가는 길이 한 갈래가 아닐 뿐이다. 번뇌는 강한 선정으로도 끊을 수 있고, 강한 지혜로도 끊을 수 있다.

간혹 굳이 앉아서 명상하지 않더라도, 취미 활동이나 일상적인 행위에 몰입하는 것도 명상이 아니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자신은 좌선은 잘 맞지 않아서 할 의향이 없지만, 일상을 명상적으로 사는 삶을 살겠노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만약 자신의 일상 전체를 명상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그 사람의 마음의 질이 계발되었다면, 그 사람은 좌선이 필요없다. 그러나 오래 앉아서 하는 진지한 명상을 권하는 이유는, 그러한 명상이 일상을 명상으로 만드는 일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좌선도 어렵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일상을 명상적으로 살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아마 일상적 행위를 하며 본인의 주의력이 소실되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해서 자신이 일상을 명상적으로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다. 힘들이지 않고 가치 있는 것을 얻는 일은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하다.

마음을 관찰하면 관찰할수록 본인의 마음이 얼마나 거칠고 막무가내인지 알게 된다. 계발되지 않은 마음은 널뛰는 짐승과도 같다. 그리고 짐승 같은 마음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해롭다. 집중 명상으로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고, 위빠사나 명상으로 마음을 지혜롭게 만들면 그보다 자기 자신에게 이롭고 세상에 이로운 일이 없다.






김혜정차와 명상을 좋아하는 김혜정입니다. 수행자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제가 행복해지고자 걸어온 수행 여정을 여러분과 글로 나누고 싶습니다. 10년차 요가강사이며, 미얀마 쉐우민에서 처음 위빠사나 명상에 입문했습니다. 그 후로는 주로 고엔카의 수행법을 따라 위빠사나 명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