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이병한의 미래견문: PROTOPIA
2022년 1월 7일
2. 대전략 : 삼분천하 3.0
다음 대통령은 ‘선진국 대한민국’의 첫 번째 대통령이 됩니다. 경제력은 이미 세계 10위입니다. 군사력은 세계 6위입니다. 문화력은 세계 3위라는 평가마저 있습니다. K-콘텐츠, ‘Kontents‘의 브랜드 파워가 막강합니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아울러 명실상부 부강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2021년을 기점으로 한국현대사 또한 전과 후로 나뉠 것입니다. 2022년이 신/구를 가르는 새 시대의 원년이 되는 것입니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수립 이래 30년 만에 중진국이 되었고, 1992년 한중/한베 수교 이후 다시 30년 만에 선진국이 된 셈입니다. 앞으로 30년, 비로소 새 시대의 맏형이 될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선진국 대한한국의 새로운 리더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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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출발은 리더로서의 자각에 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듭니다. 마음가짐과 몸가짐부터 달라집니다. 멘탈도 매너도 변모합니다. 무엇보다 시선을, 눈높이를 달리해야 합니다. 안목을 높여야 하겠습니다. 시시각각 사사건건에 안절부절 안달복달 하지 말아야 합니다. 멀리 보고 넓게 보고 깊이 보아야 합니다. 호흡이 달라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시대 대한민국의 가장 취약한 지점이 외교력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주도하기보다는 끌려 다녔습니다. 이끌기보다는 휘둘리고 휘말리는 쪽이었습니다. 세계를 선도했던 국가적 경험이 없습니다. 부족했다기보다는 부재했습니다. 다방면으로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민간의 역량에 견주어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해를 못할 바는 아닙니다. 지리가 복병입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 듯, 지리도 나라를 만듭니다. 사방이 온통 쟁쟁합니다. 앞에는 겨우 몇 나라만 있을 뿐이요, 뒤에는 무려 190개의 나라가 도열해있건만 하필이면 그 앞선 몇몇들이 죄다 주변에 모여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G1입니다. 중국은 G2입니다. 일본은 G3입니다. 러시아 또한 왕년의 G2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러한 조건 아래 놓여 있지는 않습니다. 분단체제의 질곡 또한 여느 나라에는 없는 악조건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인류 역사상 최강의 제국입니다. 중국은 인류 역사상 최장의 제국입니다. 최강과 최장이 수성과 역전의 대결을 본격화했으니, 앞으로 30년 양국이 대립하는 강도와 심도 또한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할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 양패의 세기적/세계적 대결이 자칫 충돌로 비화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장소가 또한 한반도입니다. 장차 30년 선진국 대한민국의 항로 앞에 가로놓인 가장 큰 난관이라 할 것입니다. 전전긍긍도 이해 못할 바가 아닌 까닭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하기에 도리어 천재일우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모순이 누적된 곳에서 묘수가 솟아나는 법입니다. 이 땅으로부터 21세기의 태평천하를 도모해 볼 수가 있습니다. 진원지이자 발원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한반도발 세계평화가 자의식 가득한 허장성세가 아니라 리얼리티를 획득한 비전이자 미션이 될 수가 있습니다. 그러하므로 더더욱 생각의 크기를 키워야 하겠습니다. 사유의 시선을 한껏 드높여야 합니다. 4강에 둘러싸인 한반도라는 낡은 지도에 갇혀서는 창발적 외교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지구본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운동장을 넓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호연지기(浩然之氣)는 다음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 생각합니다. 대붕의 날개를 활짝 펴고 세계를 널리 조망하면서 미래를 깊이 조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감하게 헌 판을 갈고 새 판을 짜는 개척자가 되어야 합니다. 30년 산업화와 30년 민주화도 일국적 과제에 그쳤습니다. 새 시대의 새 리더는 지구적 과제를 우리의 과제로 삼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모름지기 선도국이라 하겠습니다. 천하의 가장 바른 곳에 서서, 천하의 가장 큰 도를 펼쳐내야 합니다.
외교는 문자 그대로 ‘外交’, 바깥과의 소통입니다. 헌데 그 바깥이 외국만을 뜻하지도 않습니다. 외부의 궁극은 미래라고 하겠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다음 세계와의 네트워킹이 외교력의 정점입니다. 즉 미래를 기획하는 상상력과 창조력이야말로 외교력의 근간이 됩니다. 미래의 지도를 먼저 그려낼 수 있어야 지도국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장기판의 졸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됩니다. 졸장부에 그치지 않고 대장부가 될 수 있습니다. 대장부다운 대전략을 취해야 하겠습니다. 중국은 이미 2049년을 내다보고 일대일로라는 마스터플랜을 세웠습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이라는 빅픽쳐를 입안하여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미/중 사이에서 우왕좌왕 할 것이 아니라 독자적이고 독보적인 세계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양단간의 선택을 강요하는 디커플링의 압박을 떨쳐내고 스스로 새로운 활로를 열어젖혀야 하겠습니다.
다른백년의 메가 프로젝트로서, 자강과 자활의 대전략으로서 삼분천하를 골똘히 궁리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셋으로 쪼개어 새로운 하늘을 열어냈던 오래된 지략을 되살펴 보고 있습니다. 일극도 양극도 아니요 무극의 무질서도 아닌 정족지세(鼎足之勢), 제3의 세계를 견인하는 한국과 한반도를 탐색해 보고 있습니다. 2050년대 장차 G3로 가는 백년지대계로 천하삼분지계를 숙고해봄직 합니다. 앞으로 열 차례, 삼분천하의 구체적인 방책들을 함께 모색해 가려 합니다. 시무십조(時務十條), 각론의 개진에 앞서 역시 시세(時勢)부터 세세하게 따져보아야 하겠습니다. 때를 알고 세를 알아야 삼분천하의 대전략도 치밀하게 세워나갈 수 있는 법입니다. 21세기의 메가트렌드, 대세와 형세부터 살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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