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 생각, 생활, 생산
이병한의 미래견문: PROTOPIA
2022년 4월 29일
6. 바이오 차이나 : 뉴차이나, 뉴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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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wikipedia)
1. 뉴노멀
최근 중국 과학기술부 첨단연구개발센터는 2021년 중국 10대 과학기술 혁신 성과를 발표했다. 단연 우주 기술이 돋보인다. 중국 최초의 화성 탐사선인 톈원 1호가 2021년 5월 붉은 행성에 착륙했다. 지구-달을 넘어서 성간 탐사로 도약하는 우주시대의 개막을 알린 것이다.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인 톈허도 사전 설정된 궤도에 정확하게 안착함으로써 중국 최초의 우주정거장 건설 또한 개봉박두에 진입한 상황이다. 선저우 12호와 선저우 13호 유인 우주선 역시도 톈허 핵심 모듈에 도킹을 성공했다. 한편 지구로 귀환한 창어 5호는 암석과 토양 등 총 1,731g의 달 표면 샘플을 회수했다. 중국 연구진들은 가장 어린 암석의 연대를 약 20억년으로 측정, 달 화산 활동의 수명이 이전보다 8억년에서 9억년 더 길어지게 되었다. 심우주(deep space)로 가는 기술혁신도 인상적이다. FAST로 알려진 500미터 조리개 구형 전파 망원경을 사용하여 단일반복 고속무선 버스트 소스에서 1,652개의 독립적인 버스트를 감지했다. 이것은 지금까지 감지된 가장 큰 고속무선 버스트 세트라고 한다. 이로써 심우주에서 보내는 신비한 신호의 기원을 밝히는 데도 기여하게 되었다. 2021년을 거듭 우주굴기의 상징적인 해로 기억하는 까닭이다.
배터리와 로봇, 양자컴퓨터에서도 중대한 성취를 거두었다. 고성능 리튬 이온 섬유 배터리의 대규모 생산을 실현했다. 의복을 통해서 전자 제품을 무선으로 충전하는 미래가 한 발짝 더 가깝게 다가온 것이다. 푸단대학의 연구원들이 개발한 1미터 길이의 섬유를 통하면 스마트폰, 스마트 팔찌, 심박수 모니터와 같은 웨어러블 전자 제품에 지속적으로 전원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바다 속 깊이 해저 1만 미터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소프트 로봇을 개발한 것도 쾌거라고 하겠다. 마리아나 해국에서 세계 최초로 자체 동력으로 자유롭게 수영하는 로봇의 테스트를 완료한 것이다. 62큐비트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초전도 양자 프로세서도 설계했다. 5세기 중국의 유명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조충지’의 이름을 딴 이 양자 컴퓨터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초전도 큐비트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세 분야가 생명과학에 해당하는 기술이었다. 중국의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이산화탄소로 전분을 합성하는 인공적인 방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중국과학원 산하 톈진산업생명공학연구소가 실시한 이 획기적인 연구는 2021년 9월 24일 <사이언스>지에도 실렸다.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도 한 걸음 더 진척시켰다. 칭화대학과 상하이과학기술대학의 공동 연구진들은 확장된 SARS-CoV-2 복제 및 전사 복합체의 크라이오-EM 구조와 그 변형 및 작동 메커니즘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였다. 조류 이동 경로의 시공간 역학과 장거리 이동의 유전적 기초를 해독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송골매들이 북극으로 이동 경로를 형성하는 주요 요인을 밝히고, 이동 길이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유전자도 식별하게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10대 과학기술 혁신의 성과가 비단 중국 내부의 사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혁신을 성취한 것이다. 이미 중국은 제조업을 모방하던 추격자 국가가 아니다. 혁신과 창조로 미국을 추월하려는 선도국가로 탈바꿈하였다. 상징적인 것이 과학 논문의 양과 질에서 노정되는 지식의 업그레이드라고 하겠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발표한 ‘글로벌 미·중 과학기술경쟁 지형도’ 보고서가 주요한 참조점이 된다. KISTI는 과학 분야를 10개로 나눠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1세기 첫 20년 동안의 논문 수와 피인용 지수 최상위 1% 논문 수를 비교했다. 10대 분야는 컴퓨터·정보과학, 물리·천문학, 화학, 생명과학, 전기전자공학, 기계공학, 화학공학, 재료공학, 나노 기술, 임상의학이다.
과학 분야 논문 수에서 중국은 이미 5년 전 미국을 추월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논문 양으로 미국을 2017년, 유럽연합(EU)을 2019년 각각 추월했다. 2020년 기준 중국은 한 해 66여 만건의 논문을 발표해 전 세계 학술 문헌의 21.2%를 차지했다. EU와 미국의 점유율은 각각 19.7%와 15.6%다. 논문의 질에서도 미국을 뛰어넘었다. 2000~2002년만 해도 미국은 10개 분야 모두에서 논문의 양과 질에서 압도적인 1위였다. 중국은 5위권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10~2012년에는 양과 질 모두에서 2~3위로 오르며 미국의 턱밑까지 쫓아왔고, 2017~2019년에는 8개 분야에서 미국의 피인용 지수 최상위 1% 논문 수를 넘어섰다. 중국의 2017~2019년 피인용 지수 최상위 1% 논문 점유율은 최소 43.41%(물리·천문학)에서 최대 71.37%(나노 기술)까지 이른다. 특히 5개 분야에서는 미국과의 격차를 2배 이상 벌린 것으로 나오는데, 그 다섯 분야가 화학, 전기전자공학, 기계공학, 화학공학, 나노 기술이다. 하나같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반도체 등 21세기 기술패권을 좌지우지할 최첨단의 영역이라고 하겠다.
실제로 중국은 기초과학은 물론이요 제조 공정 개발 등 응용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 총리는 AI, 양자, 뇌과학, 유전자 바이오, 임상의학, 집적회로, 심해·우주·극지 탐험 7개 핵심 기술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도 양자 기술 발전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여기서도 중국 특유의 인해전술이 작동한다. 2000년 당시 미국과 중국 대학의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박사 졸업생은 1만8289명과 9038명으로 두 배의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2019년의 중국 박사 졸업생은 4만9498명으로 미국의 3만3759명을 넘어섰다. 2025년에는 7만7179명으로 미국(3만9959명)의 2배 가까이 될 전망이다. 2050년이 되면 그 격차가 얼마나 벌어질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이러한 통계적 추세를 살피노라면 왜 2016년 집권한 트럼프 행정부가 기술패권전쟁을 발동했고, 2020년에 집권한 바이든 정부 또한 그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대로 가면 양적인 경제규모만이 아니라 질적인 과학기술 영역에서도 미-중간의 대반전이 일어날 것임이 너무나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아직 미국을 따라잡지 못한 영역이 생명과학과 임상의학이다. 이른바 ‘바이오’라고 통칭되는 분야라고 하겠다. 피인용 지수 최상위 1% 논문의 비율에서 생명과학은 22.86%로 2위, 임상의학은 11.69%로 9위였다. 두 분야 모두 미국이 1위라는 점은 화이자와 모더나 등 백신 시장을 석권한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도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능가한다면 명실상부 21세기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한다고 하겠다. 실제로 생명공학에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단 생명산업이 번창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갖추어져 있다. 14억이라는 세계 최대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가파른 고령화의 진행 또한 생명공학의 발전에 우호적인 환경이다. 의료분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에 자연스레 바이오테크의 혁신이 시급한 것이다.
일단은 지피지기, 앞서가고 있는 서방과의 파트너십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중국 현지의 R&D 허브를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미/중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원책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멕킨지의 2021년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서방과 중국의 기업 간에 12건의 지적 재산권을 판매하는 계약이 체결되었다. 미국 굴지의 제약회사 릴리(Lilly)가 2021년 12월 중국의 바이오 회사 레고르 테라퓨틱스(Regor Therapeutics)에 15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거꾸로 규모가 큰 중국 생명공학 기업들이 선진기술 습득을 위해 미국에 직접 진출하기도 한다. 2021년 중국 제약사의 FDA 승인 신청 건수 또한 전년보다 크게 증가했다.
한편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 훈련을 받고 글로벌 바이오 제약 회사에서 일하던 중국 연구자들의 행보도 달라지고 있다. 고등교육과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막대한 투자로 중국의 대학 수준이 나날이 향상되면서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는 우수한 생명공학 및 생화학 졸업생들의 숫자가 극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해외 경험과 높은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춘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적 노력으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중국 과학자들이 속속 미국을 떠나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 동해안을 따라 형성되고 있는 바이오베이(BioBAY) 공업 단지가 상징적이다. 생명과학과 의공학 분야에서도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력갱생으로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학계 및 산업 간 협력 벨트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이스-차이나’에 이어 ‘바이오-차이나’가 굴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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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성 쑤저우의 바이오 베이[/caption]
2. 바이오 붐
바이오에서도 혁신의 엔진은 국가이며, 민간이 엔돌핀 역할을 하면서 중국 특색의 산업생태계를 형성해 가고 있다. 일찌감치 ‘중국제조 2025’의 10대 핵심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생명공학을 선정하였고, 정부가 앞장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와 방대한 인적 자원,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등에 업고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 미국의 바이오-테크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해외의 고급인재 유치프로그램인 천인(千人)계획을 통해 귀국한 8000여명(2020년 기준) 중 약 1/3정도가 바이오-의약 분야 우수과학자이다. 현재 중국의 생명공학 분야 고급 연구개발(R&D) 인력은 4만명 수준이며 해마다 2000여명의 생물학 박사를 배출하고 있다. 2010년부터 연평균성장률 15%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바이오산업 규모가 8조~10조 위안(1300조~1600조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바이오신약 분야가 두드러진다. 항체, 백신 및 세포치료제 분야에서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또한 2006년부터 진행된 과기중대전문프로젝트(2006~2020)의 소산이라고 하겠다. 10대 중대질환(악성 종양, 심뇌혈관질환, 신경퇴행성질환, 당뇨병, 정신성 질환, 자가면역성질환, 내약성 병원균감염, 폐결핵, 바이러스감염성 질환 및 기타 다발성 질환) 중심의 백신과 항체의 연구개발에 집중해왔던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최근 5년간 백신, 단일클론 항체 및 세포치료제 등의 신약을 잇달아 출시했다. 군사의학과학원 산하 바이오공정연구소와 CanSino는 중국 최초의 에볼라 백신(2017)을 만들었고, Benemae는 당뇨 분야 중국 최초 바이오신약인 'Benaglutide 인젝션(2016)'을 출시했다. 칩스크린(Chipscreen)은 중국 최초의 항T세포 림프종 신약인 'Chidamide(2014)'를, 캉홍(Kanghong)은 단일클론항체 황반변성 치료제인 'Conbercept(2013)'를 시장에 내놓았다.
시진핑 주석의 지시에 따라 19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정밀의료전략전문가위원회'가 설립된 것은 2015년이다. 2030년까지 600억 위안의 연구비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까지 진행된 '정밀의료연구' 프로젝트에는 차세대 임상용 생명체학기술 연구개발, 대규모 군층(환자, 건강인) 연구, 정밀의료 빅데이터 자원통합·저장·공유 플랫폼 구축, 질병 예방·진단·치료 방안의 정밀화 연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정밀의료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가 유전자 분석이다. 임상 치료의 경우 종양 정밀진료, 유전질환 진단, 출산전 검진 및 착상전 배아 진단 등 4개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현재는 산전 검진 분야에 활용되지만 앞으로 종양 분야로 파급력이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촨대학 화시병원 한 곳에서만 폐암 등 10개 질환을 타깃으로 미국의 정밀의료계획 규모와 맞먹는 100만명급 유전자분석 프로젝트를 가동할 예정이다. 칭화대학, 푸단대학, 중국의학과학원 등도 우수한 자체 병원자원을 통합해 위암 및 간암 등 중국 내 발병율이 높은 종양진료 중심의 정밀의료센터를 구축 중이다.
‘줄기세포연구 국가지도조율위원회'룰 설립한 것은 2010년이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와 쿤밍 4곳의 연구센터로 구성된 줄기세포·재생의학 연구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도 줄기세포 분야의 대형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치료성 복제 및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편으로 기초연구 분야에서 성과를 탄탄하게 쌓아 올렸다. 또한 2016년 최초로 줄기세포 임상연구병원 30개를 지정하면서 치료용 줄기세포 임상연구를 본격적으로 허용하였다. 이러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에 힘입어 연구성과들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중국과학원 동물연구소 연구진은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와 황반변성 치료 분야에서 성과를 내었다. 중산대학 연구진이 줄기세포를 이용해 백내장 치료용의 수정체 원위치 재생에 성공하기도 했다. 중국과학원 동물연구소는 최초로 안정적인 2배체 형식으로 존재하는 이종교잡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IT업계의 거물들이 속속 바이오 산업에 투신하고 있음이 눈에 띈다. 지난 3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의 황정(黃崢)창업자 겸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인생 2막에 도전한다”며 향후 식품과학·생명과학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字節跳動) 창업자 장이밍(張一鳴)도 지난해 5월 사임했다. 그는 “CEO직을 내려놓고 향후 10년 동안 더 큰 시각으로 회사의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하겠다”며 뇌 질병 연구와 같은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그 이전에도 마윈과 마화텅, 리옌훙, 왕샤오촨과 같은 IT 거물들 역시 생명과학의 중요성을 제고해왔다. 이처럼 중국의 IT 거장들이 생명과학 분야를 '제2의 봄'으로 간주하며 민간의 투자 붐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AB클론(愛博泰克·ABclonal)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최근 220억이 넘는 D라운드 펀딩을 완료하며 업계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AB클론은 설립 이후 총 8차례의 자금 조달을 받았으며, 홍산중국(紅杉中國), 노신창투(魯信創投), 초은국제(招銀國際), 로얄 밸리 캐피탈(Loyal Valley Capital), 타이캉생명보험 등 중국을 대표하는 여러 투자기관들이 포함되어 있다. AB클론은 2011년 설립된 중국 생명과학 항체 및 분자 효소 시약 공급업체이다. 시약 원료 분야에서의 제품 연구개발 및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상하이의 한 바이오 회사에서 바이오의약품 항체 판매 일을 했던 창업자 우즈차이(吳知才)는 2011년 중국 우한에서 ‘중국 자체 항체’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회사를 열었다. 2015년 우즈차이는 우한에 항체 생산 기지를 건설해 연간 동물 2만 마리를 사육하고 1만 개 이상의 항체 생성에 성공했다. 현재 AB클론은 미국 보스턴과 상하이에 항체 및 분자 효소 R&D 센터를 두고 있으며, 우한 바이오레이크 (光谷生物城)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또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지사를 두어 직접 거래하며 해외 매출이 50%를 차지한다. 또 지난해 미국 Yurogen 인수를 통해 비임상시험 수탁기관(CRO) 분야에도 정식으로 진출했다. 이로써 사업 범위가 항체 과학 연구에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키트, 활성 재조합 단백질, 항체 원료 진단, 효소면역분석법(ELISA) 키트 등으로 확장되었으며 “시약 + CRO 서비스 + 설비 및 자동화”의 원스톱 솔루션 공급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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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clonal Technology
난징에 본사를 둔 레전드 바이오테크도 주목할 만하다. 2017년 중국의 작은 바이오 벤처기업이었던 레전드 바이오테크(Nanjing Legend Biotech)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 자사가 개발 중인 CAR-T 치료제를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투여했더니 94%에게서 효과가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CAR-T 치료란 CAR-T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T 세포를 유전자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만을 정확하게 표적하기 때문에 체내 정상 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획기적인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은 난징 레전드 바이오테크에 3억 5000만 달러(약 3800억 원)를 투자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중국은 CAR-T 치료 강국으로 거듭났다. 2020년까지 CAR-T 치료제 임상시험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시행됐으며, 현재 전 세계 CAR-T 치료의 4분의 1 이상이 중국에서 진행 중이다. 생명과학의 봄이 도래했으며, 바이오테크의 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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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에 상장한 난징 레전드 바이오테크
3. 뉴 차이나, 뉴 바이오
2015년은 중국의 의생명과학에 획을 긋는 한 해였다. 생리의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로 중국의 투유유(屠呦呦) 박사가 선정된 것이다. 그해 노벨상은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기생충 감염, 말라리아의 치료제를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헌정되었다. 투유유는 말라리아 환자의 사망률을 현저하게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약물인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개발한 공로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2016년에는 유네스코에서 수여하는 국제 생명과학 연구상까지 수상했다.투유유는 1930년 중국 저장성의 닝보에서 태어났다. 유유는 사슴의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말로, <시경>의 시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닝보고등학교를 거쳐 1951년 베이징의학원(지금의 베이징대학교 의과대학) 약학과에 진학하여 식물학, 본초학, 식물분류학 등을 전공했다. 1955년 졸업 후 중국 전통의학 아카데미의 전신인 중의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 오래된 중의학을 공부했다. 1967년에는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을 위한 중국 정부의 비밀 군사 프로젝트인 523항목에 참여하는데, 이 프로젝트에는 전국 60여 개의 연구기관에서 5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당시 미국과 전쟁 중이던 북베트남이 말라리아로 인하여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하자 중국에 치료제 개발을 부탁한 데다가, 중국 내에서도 감염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투유유는 이 프로젝트의 중의약 협력팀에 보조 연구원으로 투입된 뒤, 곧 능력을 인정받아 4명의 연구원을 이끄는 소조(小組) 조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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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생리의학상 수상하는 투유유 박사
특히 중국의 전통 의학서에 기록된 학질 치료약제 200여 종 가운데 개똥쑥(Artemisia annua)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중에서도 4세기 동진(東晉)의 갈홍(葛洪)이 펴낸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에 언급된 학질에 대한 개똥쑥의 효능에 주목했다. 1971년 투유유는 《주후비급방》에 개똥쑥 한 줌을 물 2ℓ에 담가 즙을 짜서 복용하라고 기록한 처방에 착안하여 기존의 추출액인 에탄올보다 비등점이 높은 에테르를 사용하여 유효 성분을 추출하는 실험에 착수하였다. 같은 해 10월, 190여 차례의 실패를 거친 끝에 마침내 유효한 성분을 얻어 쥐와 원숭이의 말라리아 원충을 완전히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도 성공하였는데, 투유유는 본인이 직접 자원하여 실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 성분이 바로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 중국명은 靑蒿素)이라 명명된 것이다.
아르테미시닌은 매년 200만명 이상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말라리아의 발병 초기 단계부터 기생충을 빠르게 박멸하여 개발도상국에서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투유유는 노밸상을 수상한 여느 과학자와 달리 박사 학위도 없고, 중국 과학계 최고 권위를 상징하는 원사 칭호도 없으며, 해외 유학 경험도 없는 '3무 과학자'로서 이채를 띤다. 2016년에는 중국에서도 최고과학기술상을 받는 첫 번째 여성학자가 되었으며, 86세의 최고령 수상자라는 기록도 세웠다. 2019년에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0주년을 기념하여 다른 7명의 과학자와 함께 공화국 훈장까지 받는다. ‘아르테미신은 세계에 대한 중국 한방약의 선물이다.’는 투유유의 언명이 상징하는 것처럼, 중국의 오래된 전통의학과 서방에서 전수된 현대적 임상의학의 융합으로 전 인류의 건강 증진에 크게 이바지하게 된 것이다. 말라리아는 매년 2억 명 가량의 사람들을 감염시켜왔다. 아르테미시닌의 발견과 치료로 말라리아 환자의 사망률이 전체적으로 20%, 어린이의 경유는 30%까지 감소했다. 아프리카만 보아도 1년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낸 것이다. 투유유가 뉴차이나, 뉴바이오의 상징적 인물로 회자되는 까닭이다.
2018년 다포스포럼은 21세기를 생명과학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20세기가 물리학과 공학의 융합으로 우리의 세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면, 21세기 다음 백년은 생물학과 공학이 우리의 미래를 깊게 바꿔 놓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생명공학 기술(Biotechnology), 즉 바이오-테크는 유전체학, 생화학, 분자생물학 등 다양한 생명학 분야에서의 발견을 고부가가치 제품과 서비스 생산에 이용하는 기술이다. 그 생명공학의 대약진은 질병과 고통의 극복이라는 인류의 오래된 꿈을 실현해가는 차원을 넘어서서 인간이 식물과 동물은 물론이요 인간 그 자체의 유전자를 편집하고 다종다양한 인공생명을 창출하는 전대미문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인간의 게놈을 완벽하게 해독한 인류는 이제야 겨우 생명을 깊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놀라운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전인미답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각별한 점은 그 경이와 경탄을 자아내는 생명과학의 끝없는 탐구와 혁신에 이제는 중국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로(0)에서 원(1)으로, 재활과 재생을 넘어 신생으로 도약하고 있는 중국의 바이오테크 현황을 더 깊숙이 탐구해보기로 한다. 농업문명 시대, 무위자연의 지혜를 설파하던 고전적 중국은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 중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인위자연과 인공생명’의 낯선 신세계를 탐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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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사회과학도였다. 서방을 선망했고, 새로운 이론의 습득에 골몰했다. 30대는 역사학자였다. 동방을 천착하고, 오랜 문명의 유산을 되새겼다. 자연스레 동/서의 회통과 고/금의 융합을 골똘히 고민했다. 그 소산으로 1000일 『유라시아 견문』을 마무리 짓고 40대를 맞이했다. 개벽학자이자 지구학자이며 미래학자를 지향한다. 개벽학은 동학 창도 이래, 이 땅의 자각적 사상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뜻이다. 동녘의 오래된 유학과 서편의 새로운 서학이 합류한 문명의 융합을 거대한 뿌리로 삼는다. 그러함에도 한국학, 한 나라에 한정되지 않는다. 북구부터 남미까지, 인도양부터 시베리아까지, 지구적 규모로 정보를 수집하고, 지구적 단위로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특히 인간이 창조한 인공의 세계, 인공지구와 인공생명과 인공지능의 도래를 주시한다. 인간 이전의 자연적 진화는 물론이요, 인간 이후의 자율적 진화에, 인간만의 자각적 진화를 두루 아울러야, 지구의 진화에 일조할 수 있는 미래학자의 자격이 갖추어진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공진화,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공진화, 생물과 활물과 인간의 공진화, 생명과 기술과 의식의 공진화, 만인과 만물과 만사의 공진화, 개벽학과 지구학과 미래학의 공진화, 이 모든 것을 아울러 깊은 미래(DEEP FUTURE)를 탐구하는 깊은 사람(Deep Self), 무궁아(無窮我)이고 싶다